방심위, JTBC 태블릿PC 심의 '의결보류'

"심의착수 자체가 문제...차기 위원회에 떠넘긴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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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JTBC의 ‘태블릿 PC 보도’ 관련 심의에 ‘의결보류’ 결정 등을 내렸다. 이는 지난 2월 친박 단체 등 탄핵반대 세력의 압박으로 심의에 착수한 것 자체를 두고 우려가 나왔던 사안이다.
 
방심위는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JTBC ‘뉴스룸’의 ‘최순실 태블릿PC’보도와 관련한 세 건의 심의 결과를 결정했다. 방심위는 이중 태블릿PC를 더블루K 사무실에서 입수한 것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입수경위와 발견당시 영상 등이 조작됐다는 민원을 받은 두 건(지난해 10월24일, 올해 1월11일 보도)에 대해 의결을 보류했다. 또 지난해 12월8일 방송된, 입수경위 관련 보도에 대해선 사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어 시청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며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 모습.(뉴시스)


방심위는 의결 보류한 두 건에 대해 “수사권 또는 행정조사권이 없는 위원회로서는 방송내용만을 가지고 민원인이 주장하는 ‘조작’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민원인 측과 JTBC간 2건의 형사고소·고발이 제기된 바, 해당 사법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의결을 보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구 야권 추천 3인(소수위원)은 해당 방송내용이 ‘방송편성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해당하고, 방송내용에 대한 판단이 위 사법절차와 무관하다고 판단, ‘문제없음’의견을 냈지만 구 여권 추천 6인(다수위원)의 이 같은 의견이 관철됐다. 

방심위는 아울러 권고로 결정한 건에 대해선 사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어 시청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했다. JTBC가 제출한 의견진술서, 고소장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 보도에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날 방심위 다수위원들은 “국정농단의 실체를 최초로 밝힌 매우 중요한 뉴스이자 막강한 여론형성력을 가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도의 객관성을 요구받는다 할 것”이라며 “입수과정 등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시청자의 오인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의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전체보도 시간(약 12분) 중 문제가 된 부분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 사실과 다른 ‘허위보도’라기보다는 불충분한 정보로 시청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보도라는 점에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므로, 향후 보다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유의해 달라는 의미에서 ‘방송법’ 제100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고 첨언했다. 소수위원들은 해당 방송내용이 시청자 오인성이 없다며 ‘문제없음’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방심위의 이번 심의는 지난 2월 방심위가 친박 단체 등 탄핵반대 세력의 압력으로 심의에 착수할 때부터 우려를 나왔던 사안이다. 이들은 방심위가 있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 1층 로비에서 점거농성을 벌였고, 박효종 방심위원장을 면담하는 등 지속적으로 방심위를 압박해왔다. 이후 방심위는 ‘정치심의’ 성격이 강한 심의절차에 착수하면서 위원회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어왔다. 

구 야권 추천 위원들은 방송소위, 전체회의 등에서 “방심위는 그동안 재판 중이거나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심의를 보류해왔는데, 이번엔 그런 관행과 다르게 안건이 올라왔다”며 심의 자체를 반대했다. 이들은 안건이 상정된다면 ‘의결 보류’ 해야 한다고 했지만 차선의 방안을 제시한 것이었고, 심의 자체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방심위가 의결보류 결정의 이유로 든 ‘민원인 측과 JTBC 간 2건의 형사고소·고발 등 사법절차 진행’은 이중잣대 심의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방심위는 MBC가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 씨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데도 심의를 진행 ‘의견제시’ 결정을 내렸는데, 이번에는 사법절차 진행을 ‘의결 보류’의 근거로 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심의’라는 꼬리표를 항상 달고 다녔던 방심위가 정치권의 외풍에 아주 민감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방증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의결보류’와 ‘권고’결정과 그 이유 역시 방심위 다수를 차지한 구 여권위원들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결과라는 시선이 많다. 결국 다음달 12일까지가 임기인 현 3기 방심위는 판단을 차기 위원회로 떠넘긴 꼴이 됐고, 이는 ‘촛불혁명’을 지지한 국민 대다수의 비판과 극우 단체의 비난 모두에서 면피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방심위 25일 보도자료에서 박효종 방심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보도내용의 정확성·시청자 오인 가능성 등을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근거하여 판단한 것일 뿐, 위원회가 태블릿PC의 입수경위나 소유자, 그 안에 담겨 있던 파일의 조작여부 등에 대해 수사·검증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마치 위원회가 ‘태블릿PC 조작여부’ 등에 대해 판단한 것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확대해석함으로써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부연하며 조심스러운 스탠스를 보였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원칙적으로 (심의착수 하는 게) 옳지 않다고 해도, 다수·소수위원 협의과정엔 일관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거 자체가 없는 게 문제”라며 “애초 방심위는 보도된 결과 내용만 가지고 하는 것이지 과정까지 살펴보는 곳은 아니다. 심의규정이 있으니 악의적인 표현 등을 두고 참고하기 위해 보도 경위 등을 살펴보는 것이지 주장하는 이들의 증명도 못하는 민원이 성립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심의에 착수한 것 자체가 정치적인 고려인데 결국 스스로 판 무덤에 걸려든 것”이라며 “이런 게 일반화되면 언론사에 ‘취재수첩’을 열라고 하는 게 되는 건데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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