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안전한가요"

[글로벌 리포트 | 일본]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교수

▲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교수

“이번 주말부터 일주일간 한국에 친구들과 여행을 갈 예정인데요. 한국은 정말 안전한가요.” 수업이 끝나자마자 한 일본 여학생이 불안한 표정으로 다가와서 말문을 열었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유를 물었다. “북한 미사일 발사나 한국에서 반일 정권 탄생이라는 뉴스가 매일 같이 나와서 혹시나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겁이 나요.”


그 날은 한국의 대선 결과를 전하는 일본의 방송보도를 보여주면서 한국 정치에 대해서 해설로 수업을 진행했다. NHK를 포함해서 주요 방송사들은 지난 9일 자사의 메인 뉴스에서 대선 결과를 주요하게 다뤘다. 서울 특파원들과 생방송으로 현장을 연결해서 개표 속보를 전하고, 각 당의 분위기도 생생하게 전달했다. 일부 방송사들은 일본 국내의 개표 방송에 사용한 것과 같이 화면의 아래쪽이나 왼쪽에 개표 결과를 실시간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수업에서는 일본의 6개 전국 방송사들의 한국 대선 개표 보도를 편집해서 일거에 보여줬다. 일본의 대학생이 이 같은 주제로 6개 전국 방송 뉴스를 한번에 보는 경우도 드물고 한국 정치와 선거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준비했지만 결과는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한국의 대선 결과 방송을 보고 왜 일본 학생은 불안감을 느꼈을까.


일본의 방송이 한국 대선을 바라보는 주요 관심사는 반일, 대북 문제, 위안부의 3가지에 집중된다. 위안부 합의를 재협상하겠다는 공약이 반일, 사드 미사일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겠다는 것이 반미·친북이라는 논리다. 뉴스는 물론이고 당선 이후 제작된 낮 시간대의 정보 프로그램에서도 이 같은 논리가 반복된다.


이번에는 일본 신문의 대선 보도를 살펴봤다. 한국의 대선 결과를 전하는 전국지의 10일자와 11일자 1면 톱기사의 제목에 등장하는 주요 단어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친북·반일’, ‘좌파 정권’, ‘이상주의’, ‘위안부 합의’, ‘국민감정 이용’, ‘일한 합의’, ‘반일 정권’, ‘혁신 정권’, ‘북한에 융화 정책, ‘대북 대화 전면에’, ‘한미 대북 협력에 일치’.


위와 같은 제목들만 살펴본다면 한국의 정치 변화에 일본인들은 어떤 이미지를 가질까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이미지는 대선 결과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점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현실과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은 국제 보도의 특징 중 하나다. 국제뉴스는 상대국의 입장에서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자국의 시각에서 상대국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과 일본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제 보도의 이런 경향은 자국이 보고 싶은 장면,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고 하는 안경으로 상대국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지진이나 방사능에 대해서는 일본 국내에서도 도쿄와 오사카 지역간에 온도차가 존재한다. 하물며 일본이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을지 모르겠다.


언론이 상대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국민들에게 전달한다면 정부간 관계 개선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민간교류마저도 주위를 살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언론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첫 보도를 어떻게 하느냐에 규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일본 언론들의 논조가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논조를 보인 것은 요미우리다. 산케이와 다르게 온건한 보도 논조를 유지해 온 요미우리가 대선 결과에 대해서 “친북·반일 노선의 좌파 정권”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의외로 비쳐진다. 요미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상주의가 곧바로 현실주의 벽에 부딪칠 것이라는 서울지국장의 해설도 함께 실었다. 국제적으로 대북 압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상주의적인 노선은 곧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해설의 주요 내용이다. 산케이신문은 10일자부터 ‘반일 정권의 충격’이라는 자극적인 연재를 시작했다. “국민감정 이용 국제 조약은 무시”가 첫번째 연재의 제목이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언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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