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신중해야 하는 이유

MBC 등 앵커멘트 잇단 논란
영향력만큼 발언 파장도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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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새 대통령은 유난히 커피를 사랑한다고 하죠. 직접 원두를 볶고 내릴 정도라고 하니까요. 그런데 이 사진을 보고 올라온 댓글도 참 다양합니다. 커피 대신 국산차를 사랑했으면 하는 바람부터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의견까지…. 국민들이 대통령을 사랑하면 할수록 기대하고 바라는 건 더 많아지나 봅니다.”


지난 12일 오후 종합편성채널 MBN ‘뉴스8’의 <이 한 장의 사진> 코너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커피마시는 사진이 공개됐다. 김주하 앵커가 네티즌의 댓글 일부를 소개했는데, 이 영상이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다. 일부 네티즌은 “의도적으로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댓글을 꼽아서 방송한 의도가 뭔지 궁금하다” “공감이 될 만할 사안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지적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 8일 오전 MBC에서도 ‘생활뉴스’를 담당하는 최대현 앵커가 구설수에 올랐다. 대선 전날 방송 말미에 “프랑스 대선에서 통합을 외친 마크롱이 당선됐다. 우리나라 대선에서는 지지하지 않는 국민을 패륜집단이라며 편 가르기까지 나오고 있다. 선택은 국민 여러분의 몫이다. 내일 소중한 한 표 행사해 달라”고 말해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15년 JTBC가 ‘뉴스룸’에서 <앵커브리핑>을 선보인 이후 MBN과 TV조선도 각각 <이 한 장의 사진> <앵커칼럼> 등 비슷한 형식의 코너를 내놔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의 문용식 전 가짜뉴스대책단장이 페이스북에 ‘이 시각 부산·경남(PK)의 바닥 민심입니다. 패륜 집단의 결집이 무서울 정도’라는 글을 올렸는데, 최 앵커가 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클로징 멘트를 한 것이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앵커가 민주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선거 독려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지난 2015년 JTBC가 ‘뉴스룸’ 개편을 맞이해 <앵커브리핑>을 선보인 게 호평을 얻은 이후 TV조선과 MBN 등 다른 종합편성채널에서도 잇따라 <앵커칼럼> <이 한 장의 사진> 등의 코너를 신설하며 ‘앵커 멘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대개 앵커 멘트는 각 리포트의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것과 뉴스 말미에 언급되는 클로징 멘트를 이른다. 최근에는 의미와 개성이 더해진 내용이 SNS를 통해 파급력을 보이자 방송사들이 따로 신설한 ‘브리핑’ 코너도 더해졌다. 2분30초~4분가량으로 이어지는 긴 호흡의 JTBC뉴스룸 앵커브리핑은 논조가 드러나는 사설에 영상을 가미한 방식으로 기존 방송뉴스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평가된다.


JTBC의 한 기자는 “손석희 사장의 브랜드만으로 이미 90% 이상 시청률을 먹고 들어가는 효과가 있다”며 “페이스북에서의 앵커브리핑의 인기는 타사를 훨씬 뛰어 넘는다”고 설명했다.


입소문을 타는 만큼 논란거리가 되기도 한다. 지난 12일에는 TV조선이 <앵커칼럼>에서 “날이면 날마다 과거로 새 날을 더럽힐 순 없다”며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을 인용,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재조사 지시를 겨냥한 게 문제가 됐다. TV조선은 지난 1994년 에스토니아호 침몰 사고를 예로 들며 “스웨덴은 석 달 만에 인양을 포기하고 영원한 안식처로 선포했다. 거기에 비하면 세월호 인양은 대단하다. 나라와 국민이 기울인 관심과 노력도 평가받을 만하다”고 설명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에 대해 “명백한 사실과 국민의 여망을 은폐하면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또 방해하고 나선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언론사 보도국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는 앵커 멘트는 여론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앵커에게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가 요구되는 이유다. MBC의 한 기자는 “신문사의 사설이라고 보면 될 정도로 비중이 크다”며 “특히 선거 방송과 같이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두둔하거나 비하하는 걸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제방송사의 기자는 “앵커가 주목받고 싶은 욕구에 무리하게 (앵커 멘트를) 사적 영역으로 가져오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저널리즘에 맞는 행동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스타성보다는 언론인으로서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콘텐츠가 무엇인지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계에서는 체계화된 조직 구성 관리와 연륜 있는 앵커 기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앵커를 비롯한 제작진의 역량에 따라 같은 이슈여도 다른 내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의 기자는 “최종적으로 멘트가 나오기까지 앵커, 기자, 작가의 취재 협업과 철저한 데스킹 과정이 필수”라며 “데스크 회의와 같이 삼자의 입장에서 콘텐츠를 검증하고 또 검증하는 관리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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