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등 대선 주요 후보가 공영방송 정상화와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언론장악 방지법’ 처리에 대해 다시 한 번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 또 해직 언론인 복직 및 명예회복도 세 후보 모두 문제해결을 재약속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22개 언론단체가 공동주최한 27일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캠프 초청 미디어정책 평가’ 토론회에서 이들 세 후보를 대신해 캠프의 미디어정책 및 공약을 발표한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수석전문위원, 국민의당 박승용 비서관(오세정 의원실), 정의당 김하늬 정책연구위원 등은 이 같이 밝혔다. 실현 방안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공영방송 정상화와 언론장악 방지법의 조속한 처리라는 큰 방향 자체는 일치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 및 제작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후보들의 정책 방안을 묻는 질문에 문재인 캠프는 “언론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KBS·MBC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사 3분의 2 특별다수제 도입 등) 강력 추진” 의사를 밝혔다. 또 “보도·제작·편성권과 언론사 경영의 분리·독립” “방송사업자와 취재·제작·편성부문 종사자 대표의 동수 추천 위원으로 편성위원회 구성” “편성위원회 기능 명문화” 등을 제시했다.
안철수 캠프는 “공영방송과 언론의 정치적 독립과 제작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찬성하며, 국민의당 당론으로 이를 위한 개정 법률안 발의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심상정 캠프는 “대통령 직속 ‘미디어국민실현위원회’ 설치와 이를 통한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간의 언론통제 등에 대한 진상조사” “부당 징계·해고 언론인 등에 대한 보상 및 명예회복”을 거론했다. 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언론장악 방지법 조속 통과)”과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및 편성규약 제정에 따른 제작 자율성 확보, 이사회 공개” 등을 제시했다.
이와 연관해 현재 20대 국회 개원 직후부터 계류 중인 ‘언론장악 방지법’ 처리에도 이들 세 후보는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캠프는 “국회선진화법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외부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법안 처리에 적극 임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안 캠프는 “국회 내 자율적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송법 등 해당 법안의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집권여당이 소수인 상황에서 협치를 통한) 여당의 정치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전제 하 명시한 공약이다.
심 캠프는 “공영방송 독립성·공정성 확보를 국정과제로 천명하고, 각 정당과 적극적 협의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들 캠프가 내놓은 공약에 대해 언론시민단체는 “법안 개정은 국회의 소관이므로 누가 당선되더라도 법안 처리를 위한 3당의 공조와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또 하나의 언론계 현안인 해직 언론인 복직에 대해서도 세 후보의 공약은 대동소이했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불법부당하게 해고, 징계를 당한 언론인의 피해를 구제하는 방안 등을 묻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문 캠프는 명예회복 및 원상복귀, 특별법을 통한 언론탄압 진상규명 강력 추진을 방안으로 들었고, 안 캠프는 국무총리 산하에 ‘언론장악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심 캠프는 대통령 직속 ‘미디어국민주권실현위원회’ 설치를 통해 언론통제 및 보도외압 진상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13일 한국기자협회·SBS가 주최한 TV토론회 이후 주요 대선 후보 캠프 인사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미디어·언론 분야와 관련한 입장과 구체적인 공약 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언론단체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주요 5개 정당에 19개 주제/43개 질문으로 구성된 정책질의서를 보내 답변서를 받았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캠프는 늦게 답신을 줘 평가대상이 되지 못했고, 담당자가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캠프는 답변서를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
유 후보 캠프는 추후 제출한 답변에서 앞선 세 후보와 다른 결을 드러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 등에 대해선 “집권세력의 공영방송 이사회 장악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나 현재 방송법 개정안 등에서 제안되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의 국회 추천은 방송의 국회 종속 우려가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학회,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받아 국회 의석비율로 지명하되, 정치경력자를 배제하는 방식을 내놨다. 언론장악 방지법 처리에 대해서도 법안 통과가 아닌 전담 상임위 신설안을 제시했다.
해직언론인의 복직 및 명예회복에 대해서는 “노동법 등 일반법을 통해 해결돼야 하며, 진행되는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게 바람직하다”며 TV토론회에서 밝힌 입장을 고수했다. 단 소송결과가 부당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조속하고도 충분한 복직 및 명예회복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22개 언론단체는 총평을 통해 세 후보 캠프의 미디어정책이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 보두 방송장악 진상규명 및 반언론행위자 청산, 언론장악 방지법 처리, 인터넷 행정심의 폐지, 비식별화 가이드라인 폐기, 통신자료 제공시 영장주의 도입에 찬성한다고 통약했다.
또 방송통신노동 정책에서는 간접고용 실태 개선 의지를 보였고, 방송통신 기업 인수합병 및 인허가, 재허가 필수심사항목에 노동 분야 포함 및 심사과정에 지역시청자 등 의견 반영에 찬성하고 방송통신산업 필수 상시 업무 직접고용 정규직화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공동체 라디오방송 지원, 마을공동체 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계획수립, 공영방송 및 유료방송의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편성확대, 미디어교육지원법 제정 및 지역미디어센터 지원강화에도 동의 및 찬성했다고 했다. 하지만 방송통신규제기구 개편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그밖에 여러 정책에 대해 일반적인 원칙을 제시하는 데 그친 데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3당 모두가 공영방송 독립성 등 큰 틀에서 동의한 건 환영한다. 하지만 지금 총선이 아니라 대선이다. 국회 원구성은 그대로 있다. 언론장악 방지법이 계류 중인 건 국회 원구성 때문이고 행정부의 수장이 다시 뽑혀도 국회에서 지난 몇 개월 간 벌여온 줄다리긴 끝나지 않는다. ‘찬성한다. 적극 추진한다’고만 하는 건 구체성이 떨어지는 얘기”라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만 해도 대통령이 약속할 수 있는, 국회의 합의가 필요한 문제가 있다. 행정부 수장으로서 한계를 인정하고 한계 내에서 어떻게 할지가 얘기돼야 하는 것”이라 꼬집었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대통령 선출 후 임기가 남아 있는 현 공영방송의 경영진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제가 답변하기 불가능한 것”이라며 “민주세력들이 힘을 합치면 잘못된 권력 하에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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