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욱 기자, KBS 항소포기로 원직 복귀 확정

법원 "제주발령은 비판 기고문 게재에 따른 부당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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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KBS 보도개입에 침묵하는 자사 간부들을 비판하는 기고를 냈다가 돌연 제주로 전보발령이 났던 정연욱 기자가 1심 승소 후 사측의 항소포기로 원직복귀하게 됐다. 반 년 가량이나 이어진 법적다툼이 당시 인사의 부당함을 확인하는 것으로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KBS는 지난 20일 정 기자를 제주로 발령 냈던 지난해 7월15일 인사명령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또 1심에서 패소한 KBS 사측이 항소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 기자는 제주 발령 전 근무 부서인 ‘KBS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경인방송센터’로 원직 복귀를 하게 됐다.


▲기자협회보에 비판 글을 썼다는 이유로 보복인사를 당한 정연욱 기자가 지난 7월2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열린 ‘부당인사 철회 및 보도지침 규탄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제공


정 기자는 지난해 10월 제주방송총국 발령에 대한 인사명령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하고 인사명령 없이 ‘임시’로 복귀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사측의 항소 포기와 인사명령 취소로 가처분 소송에 이어진 1심 본안소송의 결과가 최종 확정됐다. 당시 인사발령의 부당함이 확인됐고, 정 기자는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앞서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3부는 지난달 31일 정 기자가 지난해 10월 KBS를 상대로 제기한 인사명령무효확인 1심 선고공판에서 해당 전보발령을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인사발령의 업무상 필요성 정도,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 및 이 사건 인사발령에 있어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위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인사발령은 사용자가 가지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일탈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KBS는 ‘업무상의 필요에 따른 인사였다’, ‘인사규정이나 단체협약, 인사기준에 반하지 않는다’, ‘생활상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기자는 지난해 7월 ‘이정현 녹취록’에 대한 KBS와 KBS간부들의 미온적인 보도태도를 비판하는 기고를 기자협회보(침묵에 휩싸인 KBS...보도국엔 '정상화' 망령 - 기자협회보 지난해 7월13일자)에 실은 후 3일 만에 돌연 제주로 전보처리 됐다. 지역 순환근무도 마친 상황에서 갑작스레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발령이 나며 '보복성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 사건 인사발령은 피고의 업무상의 필요에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원고의 이 사건 기고문 게재를 이유로 이루어진 것이라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며 근거로 당시 보도본부 국·부장단 31명의 집단성명을 거론했다. 재판부는 당시 성명을 ‘무엇이 부당인사입니까? 외부 매체에 황당한 논리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기고를 하고서 아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잘못 아닙니까?’라는 내용으로 통약하며 실질적으로 인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이들이 낸 해당 성명을 주된 반증자료로 언급했다.


정 기자는 21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속한 조직과 법적인 다툼을 벌인다는 게 많이 힘들었다. 그 상황이 종결돼 기쁘다”며 “이제 기자로서 다른 일에 신경쓰지 않고 기자일만 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맡은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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