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보도, 정책분석 놔두고 의혹만 받아쓰기

어뷰징 수준의 재탕보도·특정 후보 흠집내기 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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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검증 기간이 유례없이 짧은 이번 대선. 어느 때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후보의 발언과 정책을 분석하고 각종 의혹을 해소해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다. 하지만 분석 없는 받아쓰기, 반론권 무시, 안보 위기 조장 등 물타기, 흠집내기, 특정 후보에 유·불리한 스탠스, 후보 간 형평성에 어긋난 보도, 오히려 의혹을 확대·재생산하는 보도가 유권자의 눈을 흐리게 하고 있다.


이런 보도는 공영방송에서 두드러졌다. MBC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의혹을 적극적으로 다뤘다. 지난 2주간(4월3~17일) 뉴스데스크는 문 후보 아들의 채용 비리 의혹을 2건 보도했다. 5일 <문재인 잇단 의혹…‘盧 친인척 비리’ 은폐했나?>, 6일 <文 ‘은폐 의혹’ 해명에도 공방 계속>, 17일 <文 2004년 이산가족 상봉 특혜? 북한의 의도는> 등 까지 포함하면 문 후보에 대한 ‘의혹 보도’는 모두 5건이다. MBC는 상대 당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그대로 받아썼다. 문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공방을 다룬 보도도 4꼭지에 달했다.


이 기간 안 후보 아내 김미경 교수의 임용 의혹에 대한 보도는 1건이었고, 다른 당 후보들을 비판하는 별도 리포트는 없었다. MBC는 지난 3일 문 후보 아들 채용의혹 보도에선 반론을 단 한마디도 싣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20일 각 당 예비후보의 소식을 전하면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누락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보도의 균등한 기회 보장과 형평성 원칙을 여겼다’며 중징계(주의)를 받기도 했다.


KBS는 12일 ‘대선후보 검증’ 코너에서 문 후보가 고가 가구를 여러 점 구입했고 재산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리포트는 4분12초로 일반 리포트보다 2.5~3배 가량 긴 분량이었다. 같은 날 안 후보 아내의 교수임용 의혹을 1분29초 일반 리포트로 처리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기자협회와 SBS가 지난 13일 공동주최한 대선 후보 첫 합동 토론회도 KBS와 MBC는 소극적으로 보도했다. 이날 토론회 영상은 기자협회 회원사에 무료로 제공됐음에도 당일 저녁뉴스에서 KBS는 8번째 1꼭지, MBC는 6~7번째로 2꼭지 보도하는 데 그쳤다. KBS 새노조가 작성한 대선KBS방송모니터 보고서는 14일 “KBS는 후보들의 공약이나 정책 분석은 거의 다루지 않고 제시된 정책을 나열하고 받아쓰기식으로 보도했다”고 평가했다.


신문에선 이정재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13일자 칼럼 <한 달 후 대한민국>이 논란이 됐다. 이 위원은 “현실에선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면서도 “4월 전쟁설이 돌 만큼 위급한 상황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이 북한을 폭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17일 해당 칼럼을 ‘이주의 나쁜 신문 보도’ 1위로 선정하면서 “소망적 사고와 공포가 뒤섞인 질 낮은 판타지” “특정 후보를 겨냥해 안보 우려 조장. 소설 치고도 매우 질이 나쁜 소설” 등 혹평을 쏟아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새롭게 검증한 내용이 없음에도 특정 후보의 의혹을 어뷰징 수준으로 재탕하는 보도가 많았다”며 “네거티브, 말싸움만 중계하면서 정치혐오를 부추기보다 후보별 공약과 정책이 무엇인지 집중 보도하고 이를 지키도록 견인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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