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커버스토리, 마감 직전 교체된 이유

'알파팀'에서 활동한 제보자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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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표지가 마감날인 지난 14일 오후 3시 바뀌었다.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 옆에 ‘국정원은 왜 우익 청년에게 2만5천원을 줬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커버스토리가 됐다. 국정원이 운영한 정황이 짙은 민간 여론조작 조직 '알파팀'을 세상에 드러내는 기사였다. 원래 표지는 대선 특집7호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사진과 차별금지법이 함께 다뤄질 예정이었다.


금요일 오후, 마감을 몇 시간 앞두고 표지가 급작스럽게 바뀐 건 그날 결정적인 취재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게 한겨레21의 설명이다. 한겨레21은 박근혜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가 본격화되던 지난해 11월부터 ‘우파단체’를 움직이는 실체가 누구인지 취재하고 있었다. 3월 초엔 여러 우파단체들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부림주택’ 관련 취재를 시작했고, 이를 통해 탄핵 반대를 외치며 결성된 범보수 연합단체와 ‘가짜 뉴스’를 생산해내는 우파 언론사가 한 건물의 사무실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던 중 한 통의 제보 이메일이 도착했다. ‘부림주택’ 기사를 보고 우파단체가 정부와 어떤 식으로 이어져 있는지, 그 사이에서 정보기관은 어떤 일을 하는지 제보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김완 기자를 비롯해 정환봉·하어영 등 이 사안을 취재하고 있던 한겨레21 취재팀은 문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제보자와 접촉하다 14일 드디어 제보자를 직접 만나 구체적인 진술을 들었다. 취재팀은 취재 내용을 보고했고 지난 한 달여간의 취재 결과를 제1158호에 담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김완 기자는 “이와 관련된 얘긴 수년 전부터 기자 사회에 떠돌았다. 하지만 구체적 실증이 없었다”며 “그동안의 국정원 댓글사건은 (심리전단 인터넷업무부서라는) 내부 조직에서 했다는 것이었고 했냐 안 했냐가 쟁점이었지 않았나. 그런데 이건 민간 우파 청년들에게 시켰다는 내용인 만큼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지가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17일 한겨레에 밝히기도 했지만 한겨레21엔 국정원이 2008년께부터 우파단체 대표를 ‘하청업체’ 사장처럼 내세워 ‘알파팀’이라는 우파 청년들의 모임을 만들고, 이들에게 매일 구체적인 지침을 주면서 전 방위적 여론전을 벌여온 정황이 드러난다. 이는 국정원이 2011년 심리전단을 꾸려 대선에 개입해 여론 조작을 시도하기 훨씬 전이다. 공격 대상으로 삼은 곳은 법원, 민주당, MBC, 민주노총 등 정권에 비판적인 조직이나 단체를 망라하며 당시 이명박 정권의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을 준 ‘용산 참사’ 같은 정치 현안부터 판사 개인을 향한 공격까지 대상과 주제가 다양했다.


한겨레21은 이를 토대로 지난 10년 동안 이어져온 국정원의 헌법 파괴가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 추적·보도할 계획이다. 김 기자는 “국정원이 큰 위험을 감수하고 민간에 위탁할 정도로 여론 조작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다”며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우파 단체 지원을 인정했던 것으로 미뤄볼 때 (여론 조작은) 이명박 정부 때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져왔을 수 있다. 적극적인 제보를 바탕으로 이를 취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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