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

세월호 인양 목포신항서 길게는 20일 취재
'기레기' 꼬리표 떼기 위해 언론의 역할 되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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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작업이 시작되자 기자들은 또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곳곳이 녹슬고 찢긴 처참한 모습의 세월호, 1000일이 훌쩍 넘도록 이 바다를 떠나지 못한 미수습자 가족들이 있었다.


3년 전 기자들은 지나친 속보경쟁, 부적절한 인터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 등으로 ‘기레기’란 오명을 들었다. 그래서 자성하며 달라지겠다고 했다.


전남 목포신항에 짧게는 5일, 길게는 20여일 간 체류하며 취재에 나선 기자들은 기레기란 꼬리표를 뗐을까.


2014년 참사 당시에 이어 이번 인양작업까지 취재한 김양훈 목포MBC 기자는 “정부 발표에 잘못된 내용이 있고 이걸 확인없이 보도하는 언론의 모습은 3년 전과 다르지 않다”며 “세월호 취재에 제약이 있어 해양수산부 자료를 인용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 발표를 곧이곧대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선 ‘화이트 마린’호가 지난달 31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남 목포신항에 도착해 접안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보도로 ‘기레기’ 오명을 들었던 기자들은 이곳에서 세월호와 미수습자 가족들을 다시 만났다. (뉴시스)

김민재 CBS 기자도 “경마식, 받아쓰기 보도행태는 여전히 남아있다. 브리핑에서도 구체적인 근거나 문제제기보다 단순 수치만 질문하는 기자들이 많다”며 “그림 잡기 좋은 위치에 카메라를 놓으려고 경쟁하다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피해를 준 취재진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민재 기자는 “2014년엔 참사 상황에 압도돼 언론사 대부분이 (피해) 가족들편에 섰지만, 지난 3년 동안 각자의 보도 방향을 세운 것 같다. 현장에서 보면 언론사별로 집중하는 바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의 지적처럼 3년 전 비판받았던 보도행태는 목포신항에서도 일부분 재연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와 미수습자 가족들 앞에 다시 선 기자들은 ‘언론의 역할’을 되새기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승배 YTN 기자는 “우리는 세월호 참사 오보에 죄책감이 있다. 보도채널이기 때문에 인양 보도에서 속보를 중시하되 철저한 팩트체크를 다짐했다”며 “30분~1시간 단위로 생중계하면서도 더 부지런히 취재했다. 크로스체크를 넘어 10차례, 20차례 재차 확인해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한지이 연합뉴스TV 기자는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다가가니 3년 전에는 나 몰라라 해놓고 왜 이제 와 말을 거냐고 하시더라. 당시 팽목항에 있진 않았지만 기자로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며 “보통 방송용 코멘트를 따려면 핵심만 짚어서 질문하곤 하는데, 미수습자 가족들에겐 그럴 수 없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음을 다해 다가갔다”고 했다.


언론보도로 세월호 참사를 접한 후 기자가 된 이들에게 3년이 흘러 뭍에 올라온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 취재는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한 방송사 3년차 기자는 “현장 밖에선 미수습자 가족들이 왜 정부를 믿지 못할까 의아해하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바로 옆에서 보니 이분들과 우리는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당사자였다면 제정신으로 살지 못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취재하면서 몰래 운 적도 많았다”며 “사람들이 듣고 싶지 않아 하고 피하고 싶은 얘기라도 필요한 것이라면 반드시 취재하는 기자가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명지 CBS 수습기자는 “뒤늦게 찾아와 이분들의 아픔을 끄집어내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며 “현장에선 참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것 같다. 3년이 흘러도 가족들의 아픔은 그대로였고 인양과정에서 이해되지 않는 정부의 대처도 많았다”고 언급했다. 김 기자는 “경각심을 높여 참사를 막는 것, 참사 상황을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참사 이후를 꾸준하고 집요하게 다뤄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해결단계까지 함께하는 게 기자여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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