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점수 미달 TV조선 ' 재승인'...면죄부 논란

방통위 "과거 어떤 조건보다 엄격"

  • 페이스북
  • 트위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기준점수에 미달한 TV조선이 가까스로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방통위의 이 같은 결정에 언론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3월 말 재승인 유효기간이 종료되는 TV조선과 채널A, JTBC 등 종편 채널 사업자에 대한 심사 결과를 공개, 의결했다. 재승인 기준점수인 650점을 넘은 JTBC(731.39점)와 채널A(661.91점)는 ‘재승인’ 의결됐으며, 기준점에 미달한 TV조선(625.13점)은 ‘조건부 재승인’ 처분을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종편 3사에 대한 재승인 심사 결과를 의결했다.


방통위는 이들 사업자별 주요 심사의견에서 TV조선에 대해 "오보·막말·편파 방송으로 인한 심의제재 건수가 월등히 많음에도 원인을 찾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며 “보도편중이 심해 프로그램 다양성이 보장되지 못하므로 보도프로그램 전체방송시간의 33.3% 이내로 제한할 필요가 있고 2015년 이후 흑자인데도 콘텐츠 투자계획 이행이 타사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향후 5년 간 계획도 소극적으로 제시됐다”고 밝혔다.

다만 “청문 시 추가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이행의지를 보인 점과 청문 주재자 의견, 시청권 보호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TV조선에 대한 재승인을 바로 거부하기 보다는 한 차례 기회를 주되, 사업계획 및 추가개선계획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재승인 조건을 부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22일 청문회에서 TV조선이 시사프로그램 축소, 진행자·출연자 관리 및 제재 강화를 통한 품격 제고, 콘텐츠 투자확대 계획 등을 제출하며 “올해를 TV조선이 새롭게 태어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힌 것이 반영된 결과다. 방송법에 따르면 종편 채널에 대한 청문은 재승인 취소를 전제로 열린다. 방통위는 "심사위원회가 실적이 다소 부진했더라도 사업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할 경우 이를 확인한 후 재승인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을 청문회 개최 근거로 들었다.

방통위는 이를 바탕으로 TV조선 측에 방송 프로그램의 품격제고 계획 준수(생방송 시사 관련 프로그램 축소, 1년 이내 법정 제재 3회 이상을 받은 프로그램 폐지, 타 종편에서 제재 받은 진행자 및 출연자 배제), 방송심의 규정 위반 방지 위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기구 구성 및 운영, 연간 법정 제재 4건 이하로 축소, 뉴스·탐사보도·시사논평·토론대담장르 프로그램 합산비율 제출계획 이내 편성 등의 조건을 부과했다. 이들 조건이 준수되지 않을 경우 통상 1년 단위인 이행실적점검을 6개월마다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시정명령을 이행치 않고 재승인 조건이 반복 위반되면 업무정지, 청문의 절차를 거쳐 승인 취소까지 이를 수 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JTBC는 방통위로부터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실적과 계획이 우수하며, 보도프로그램 품질 제고에 노력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보도교양 오락 프로그램 편성도 타사에 비해 균형있다고 판단된다. 콘텐츠 투자 실적 및 향후 계획을 볼 때 과감하고 적극적인 콘텐츠 개발 의지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평가받았다.

또 채널A는 “오보·막말·편파 심의조치 건수가 비교적 많고 관련 이행실적도 저조하지만, 향후 실행계획은 평가할 만하다”며 “보도 기능을 갖는 시사 종편 프로그램 편성 편중이 심하므로 관련 장르 프로그램을 전체 프로그램 방송시간의 33.3% 이내로 제한 할 필요가 있으며 지난 3년간 콘텐츠 투자실적이 2014년 재승인 계획의 80%에 불과하고 절대금에서도 많지 않았으나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계획에 실천이 담보된다면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는 총평을 받았다.

이 같은 평가에 따라 이들 종편3사는 재승인 유효기간에 약간의 차이가 생겼다. TV조선은 2017년 4월1일부터 2020년 4월21일, 채널A는 2017년 4월22일부터 2020년 4월21일, JTBC는 2017년 4월1일부터 2020년 11월30일까지 재승인 기간이 연장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JTBC의 재승인 유효기간이 타사보다 8개월 가량 긴 데 대해 “승인 유효기간은 심사결과에 따른 차별을 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부위원장 역시 “JTBC의 경우 최저점을 받은 TV조선보다 110점 가까이 점수를 더 받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인센티브 차원”이라며 “정책취지에 부합하고 모범적으로 이행하고 있다면 상을 주는 등 정책수단이 분명해야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다음 재승인부터는 채널A와 TV조선이, JTBC와 MBN이 같은 기간 심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의 이 같은 결정에 언론시민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기자회견문에서 “방통위가 결국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재승인을 인가했다. 재승인 심사가 막 끝났던 2월 말부터 결과공개와 의결을 한 달 간 질질 끌더니 결과라고 내놓은 것이 조건부 재승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방통위는 언론 적폐 청산을 시급 현안으로 내걸고 종편 퇴출을 요구한 촛불민심을 처참히 짓밟았다”고 덧붙였다.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24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의 TV조선 조건부 재승인 결정에 대해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또 "TV조선은 6일 의견 청취와 22일 청문에서 오보·막말·편파방송 개선, 시사보도 프로그램 편성 축소, 콘텐츠 투자계획 확대를 약속했지만 이는 3년 전에도 내놓았던 ‘공수표’"라며 "방통위는 이제 규제기구로서의 위상을 모두 상실했다. 우리는 TV조선 뿐 아니라 TV조선과 한통속이 된 방통위를 규탄하며 앞으로 TV조선 퇴출은 물론, 방통위 개혁을 위해 싸워나갈 것임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재승인 조건은 과거 어떤 재허가·재승인보다 더 엄격한 것으로서 이러한 재승인 조건이 엄격히 준수되면 종편의 모습이 달라지고 시청자들이 종편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여러 가지 부정적 인식이 개선돼서 시청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6개월 단위로 점검을 하겠다는 것은 재승인 기간이 3년이다보니 1년 단위 점검에서 시정명령 후 1년이 지나고 영업정지 등을 하다보면 다시 재승인 심사를 받을 기간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재승인 조건 위반이 생기면 6개월 단위로 영업정지, 청문회 등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OBS의 경우도 재허가 기간은 3년이고, 1년 이후 실적을 점검해 위반이 되면 절차를 밟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점에서 TV조선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