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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OUT” 외신 기자들이 본 한국의 탄핵

전 세계 주요 언론사 긴급 타전 풍경

이진우 기자2017.03.11 17:14:23

한국에서 10년을 살았는데 오늘이 그 중에서 최고의 날일 겁니다. 한국인들이 탄핵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방식에 상당히 감명을 받았습니다. 헌법절차를 준수했고 아무도 죽지 않았으며 쿠데타도 없었습니다. 아랍의 봄과는 달랐어요. 전 이걸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부르고 싶습니다.”(로버트 켈리 부산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의 영국 BBC 인터뷰 )

 

국민이 정권을 두려워하면 독재,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하잖아요. 이번 계기로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관료들이 충분히 국민을 두려워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권력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게끔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터키 통신사 CIHAN의 알파고 시나씨 기자)

 

▲지난 10일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가 영국의 BBC 인터뷰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소식을 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만장일치로 인용하며 주요 외신들도 잇따라 긴급 생방송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AP·AFP·로이터 등 주요 통신사들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또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즈(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도 속보를 내보냈다.

 

특히 방송사들은 정규 뉴스를 끊고 긴급 생중계로 전환하는 등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미국의 CNN은 오전 11시 파면 결정이 나자마자 홈페이지 톱기사에 ‘PARK OUT(박근혜 파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전면에 실었다. 영국 BBC, 일본 NHK, 중국 CCTV 등도 긴급 타전하며, 홈페이지 1면에 대대적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탄핵 인용과 관련해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10일 톱뉴스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NYT한국이 대통령을 퇴출했다는 헤드라인을 통해 박 대통령이 쫓겨나는 상태, 강제성에 초점을 맞췄다. NYT는 박 대통령에 대해 한국 첫 여성 대통령이자 냉전시대 군부 독재자의 딸로 묘사하며 보수 기득권의 상징으로 설명했다.

 

AP는 이번 탄핵을 두고 권력에서 쫓겨난 점을 강조하며 한국 첫 여성 대통령의 엄청난 몰락이다. 2012년 대선에서 아버지에 대한 보수의 향수 속에 승리한 독재자의 딸이 스캔들 속에서 밀려났다고 판단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는 탄핵 이후 한국의 정세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FT헌재의 결정은 한국을 역사적 순간에 놓이게 했다. 뇌물이나 정경유착 인사로 변질된 한국에 개혁의 바람이 불길 바란다고 밝혔다.

 

알파고 시나씨 기자는 한국에 온지 10년이 넘었는데 헌정 상 최초의 일이 벌어져 놀라울 따름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진보뿐만 아니라 보수층의 애정을 박탈당했고 이번 스캔들로 인해 모든 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공고했던 박정희 신화가 무너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탄핵으로 보수의 개념이 재검토되는 방식으로 이념적인 재구성화가 이뤄질 것 같다고 밝혔다. 일본의 한 방송사 기자도 탄핵 과정을 실시간으로 본사에 전달하고 있다. 헌정 사상 대통령 파면은 처음 있는 일인데다 동북아 외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관계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가장 궁금하다고 했다.

 

▲탄핵 소식과 관련해 전 세계 언론들의 긴급 속보 풍경.

해외 언론들은 장미대선을 예고하고 있는 차기 정부가 대북정책을 어떻게 이어갈지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NYT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대북 정책을 압박하는 데 힘써왔는데 이번 탄핵 이후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야당으로 권력이 이양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 정권에 독재를 반대하는 투쟁을 하다가 감옥에 간 인물로 소개하며 한미 관계에 우호적이나, 중국과 미국 사이의 균형도 이루려고 하는 후보라고 보도했다.

 

WSJ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회의적이고 북한과 중국에 더 동조적인 지도자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아깝게 패한 문재인 후보는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문 후보는 사드 배치를 결정하기 전에 국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11일 오전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사저 앞에는 아사히, 후지TV를 비롯한 수십여명의 외신기자들이 모여 박 전 대통령을 대기했다.

외신 취재진은 11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앞에 나와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였다. 전날 헌재 앞에서 생중계를 통해 탄핵 소식을 긴급 타전한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다시금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퇴거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한 방송사의 기자는 외신기자들이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이 들어와 있는지 몰랐을 정도로 많이 모여 놀랐다. 전 세계적인 관심을 입증하는 풍경이 아니겠나라고 했다.

 

중국의 한 통신사 기자는 외교 국면에서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는 나라라서 중국 내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의 관계 변화에 언론들이 변화 동향을 중점적으로 취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언론들은 특히 사드 배치와 관련해 변화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베이징의 일간지 신징바오는 박근혜 탄핵, 차기 한국 대통령 사드 배치 중단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후보가 한국 외교의 최우선 과제는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밝힌 점을 주목했다. 신징바오는 대다수의 대선 후보들이 사드와 관련해 중립이나 반대 입장이라서, 차기 대통령이 취임을 하면 한국의 사드 배치 입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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