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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파면 국민의 명령…왜 승복하지 않나”

박근혜 탄핵 언론사별 사설 분석

강아영 기자2017.03.11 10:48:16

헌법재판소가 10일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대한민국 역사에 남을 한 순간이었다. 언론사들 역시 사안의 중요성 때문인지 대부분 통단 사설을 통해 헌재의 결정과 관련한 사설을 실었다. 몇몇 신문은 1면과 2면에 사설을 배치하기도 했다.


▲3월11일자 경향신문 사설 캡처.

다수의 신문은 헌재가 ‘대통령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치켜세웠다. 경향신문은 “헌재는 ‘피청구인(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행위’라고 판시했다”며 “재판관 8명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전원 파면 의견에 동참했다. 누구도 헌법과 법률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추상같은 논고로 헌법 수호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썼다.


국민일보 역시 “헌재의 선고는 우리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엄중한 의미가 있다”며 “대통령이나 어떤 정치권력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원칙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 파면의 외적 형식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지만, 실제적 내용은 상식과 순리의 승리”라며 “이것은 좌우의 문제도, 진보와 보수의 대결도, 이념과 계급의 문제도 아니다. 겨우내 광장에 타오른 촛불은 ‘법치와 민주’를 향한 타는 목마름이었고, 헌재는 ‘전원일치 찬성 파면’으로 이에 응답했다”고 썼다.


그러나 일부 언론사들은 헌재가 세월호 7시간 등을 배척한 것은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헌재는 세월호 7시간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탄핵 심판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면서 “세월호 희생자 발생과 대통령의 당일 직무 수행은 직접 연관이 없는 것으로 이미 밝혀져 있다. 그런데도 사회 일각은 7시간에 대한 온갖 거짓을 만들어냈고 국회는 이 내용을 탄핵소추안에 포함시키는 상식 밖의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3월11일자 중앙일보 사설 캡처.


중앙일보는 헌재의 결정문에서 “‘대통령이 최씨에게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힌 대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두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대기업들을 뇌물죄로 사법처리하려는 특검과 달리 강요의 피해자로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수의 신문들은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서울신문은 “이제 사인으로 돌아간 박 전 대통령에게 요청한다”며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최종 변론에서 ‘갈라진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이야말로 태극기 집회 참여자들에게 ‘우리 모두 승복하자’고 진정 어린 호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월11일자 한국일보 사설 캡처.


한국일보도 “더 이상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일부 지지자들의 과격 행동을 자제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급하다”며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헌재 결정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탄핵 결정으로 인한 충격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그렇다고 대국민 입장 발표도 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3월11일자 동아일보 사설 캡처.


일부 신문들은 와중에 슬쩍 야당 정치인을 비판하는 문장들을 집어넣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5월 초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불행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인치와 대의민주주의 위반을 공격했던 대선 주자들은 국회가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했던 박 전 대통령의 길을 가려 한다. 오죽하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대한 탄핵’이란 말이 나오겠는가”라며 일부 야권 주자들을 지적했다.


우리 사회 갈등이 종식돼야 한다는 문장에도 언론사 논조에 큰 차이가 있었다. 한국일보는 “탄핵 반대 세력의 승복이 절실하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시위와 집회가 계속된다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점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세력이 헌재 결정에 반발해 도심에서 과격시위를 벌이고 이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속출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썼다.


▲3월11일자 세계일보 사설 캡처.


반면 일부 신문들은 촛불집회 측이 축제를 열어 태극기집회를 자극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양비론을 폈다. 세계일보는 “탄핵 선고가 내려지자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죽창과 철봉을 휘두르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남성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지는 불상사도 발생했다다”며 “반면 탄핵에 찬성했던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촛불 민심이 이겼다’고 환호성을 질렀다. 다른 쪽을 끌어안는 포용도, 결정에 승복하는 미덕도 보이지 않았다”고 양쪽을 모두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촛불 시위건 태극기 시위건 일부 극렬세력을 빼고는 모두가 나라를 위한다는 충정(忠情)이었다. 특히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커다란 좌절감에 빠져 있을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 탄핵 찬성 측이 축제를 열어 안보를 우려하는 사람들을 자극하는 것은 옳지 않다. 탄핵에 반대한 사람들의 충심을 폄훼하지 않고 존중하는 것이 탄핵 찬성 측의 ‘승복’이다. 11일 촛불 축하 집회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한 술 더 떠 태극기집회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경제는 “정치세력을 조직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제도의 틀 안에서 대안을 찾아가는 방식”이라며 “그것이 더 많은 동조자를 확보하는 데 더 효율적이다. 탄핵반대 운동에서 보여준 견인불발의 인내심과 노력을 정치에너지로 만들어 내야 한다. 그리하여 ‘독재적 권력’으로 부상한 국회를 견제하는 일이야말로 탄핵반대파에 부여된 시대적 소명”이라고 전했다.


언론사별 뉘앙스는 다소 달랐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새로운 사회를 향한 소망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특권과 반칙이 없는 정의로운 사회를 완성해 우리의 삶을 바꿔내야 한다”면서 “새 리더는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적폐를 일소하고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이게 나라냐’는 촛불의 울분에 ‘이것이 나라다’라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썼다.


한겨레도 “헌재 결정은 탄핵 열차의 종착역이자 새로운 도전을 향한 출발역이다”이라며 “나라의 근간을 새롭게 세우는 일은 단지 법치주의의 확립, 최고권력자의 절제 등에 그치지 않는다. ‘헬조선’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사회 전반의 부조리와 불평등, 사회 곳곳에서 난무하는 반칙과 특권, 정·관·재계의 강고한 기득권 체계 등 그동안 우리 사회에 켜켜이 쌓인 적폐 청산이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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