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잡포스팅' 근로조건 침해 우려

기자 6명·PD 8명 2차도 비매칭
결원 부서에 배치 가능성 높아
노조·기협, 잡포스팅 중단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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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포스팅(자율형 직무선택제)’ 시행에 따른 인사발령이 진행되면서 KBS 기자들의 근로조건 변화와 자기검열 등 문제가 현실이 되고 있다.


KBS 관계자에 따르면 21일 ‘잡포스팅’에 따른 2차 매칭 후 나온 인사 결과 매칭이 안 된 보도본부 취재기자는 6명이었다. KBS본부와 기자협회 등이 지난 16일 1차 신청 후 파악한 비매칭 기자 수가 29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기자들은 새 자리를 찾은 모양새다. 지난 1차에서 16명이 비매칭 됐던 PD 수는 2차 신청 후 8명으로 줄었다.


비매칭 기자들은 현재 소속 부서에 남아 다음 처분을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결원이 남은 부서들 중 하나를 고르도록 종용받거나 ‘인력풀’로 넘어가 교육을 받고 재매칭, 이후에도 매칭이 되지 않을 경우 회사 직권으로 원하지 않는 부서, 지역 등에 배치되는 식이다. KBS 한 기자는 “결원이 남아 있는 부서에 지역국, 특히 을지국이 많다. 본사 일부 신생부서 정도에 자리가 남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KBS 양대 노조는 찬반투표가 가결되면서 총파업 시기를 조율 중이다. 지난 파업 후 보도책임자 교체와 단체협약 이행, 인사제도 및 근무형태 변경 포기 등을 줄곧 사측에 요구해왔다. 사진은 양대 노조가 지난해 12월8일 총파업 출정식을 연 모습.

앞서 KBS기자협회(협회장 이영섭)는 지난 16일 1차 신청 후 낸 성명에서 “2차에서도 매칭되지 않는 취재기자들은 실체도 없는 저성과자라는 수모 속에 인력풀에 들어가고 이른바 직권배치라는 명분으로 근무환경이 현저히 변화된 지역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루 아침에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달라도 너무 다른 근무조건과 환경에 기한도 없이 내쳐지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잡포스팅’ 시행과 함께 ‘순환근무제’가 폐지된 지역 기자들의 우려 역시 상당한 상황이다. 이날 성명에는 “전국기자협회(KBS 지역 기자들의 모임)는 이미 지난 1월23일 이선재 본부장과의 면담에서 잡포스팅을 통해 실체 없는 저성과자로 낙인찍혀 기자들이 내려오게 되면 지역국에서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장 ‘잡포스팅’ 제도는 기자들의 자기검열 기제가 될 소지도 크다. 앞서 지난 1차 인사 당시 ‘일베 기자’가 취재부서로 발령 나면서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감시와 비판이 순치된 채 오직 위에서 시키는 대로 뉴스를 찍어내는 일에 동원되지 않을까”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KBS 모든 기자가 ‘잡포스팅’ 제도 하 정기적으로 ‘매칭’을 받아야 한다면 이는 한두 기자 이상의 문제가 될 수 있다.


KBS 구성원들이 지적해 온 ‘잡포스팅’ 제도의 문제점은 여전한 상태다. 이들은 ‘잡포스팅’ 제도 중단과 순환근무제 유지, 단체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등을 촉구해왔다. KBS본부는 16일 성명에서 “지금이라도 단체협상을 통해 ‘잡포스팅’의 문제점들을 해결하자는 우리의 요구를 귀담아 듣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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