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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잡포스팅 ‘눈엣가시 기자’ 솎아내기?

KBS기자협회·언론노조 KBS본부 우려 표명

최승영 기자2017.02.16 17:43:12

‘잡포스팅(자율형 직무선택제)’ 시행에 따른 후속 인사발령이 시작되면서 KBS에 대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당장 기자들은 근로조건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제도 중단과 순환근무제 유지, 단체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등을 촉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KBS기자협회(협회장 이영섭)가 16일 낸 성명(‘기약 없는 지역발령 누가? 당신이라면 받아들이겠는가?')에 따르면 1차 신청에서 매칭이 안 된 보도본부 취재기자 수는 29명에 달했다. 15일까지였던 2차 신청에서 보도본부 기자로 일할 수 있는 여석은 16개였다. KBS기자협회는 "부서장들의 이른바 초이스가 끝나는 금요일(17일)까지 16자리가 매칭 된다 해도 남은 13명의 취재기자들 중 원하지 않는, 생각지도 못한 지역국으로 발령이 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루 아침에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달라도 너무 다른 근무조건과 환경에 기한도 없이 내쳐지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16일 오후 5시 KBS 홈페이지 '뉴스' 카테고리 갈무리.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이날 낸 성명에서 “일부 부서에서는 1차 매칭 실패 이후, 원하지 않는 부서나 지역으로 발령이 날 것을 우려한 직원이 휴직을 신청한 사례가 발생했다. 제작 본부에서는 많은 시니어 PD들이 부당한 인사를 피하기 위해 선호도가 낮았던 프로그램에 대거 지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적재적소에 조직원들을 배치해 조직의 효율을 높이기는커녕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인사 폭탄을 피할까 고민하며 눈치를 보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현실은 시행계획이 거론되던 초기부터 꾸준히 우려됐던 문제다. 자신이 원하는 부서를 지망하고 해당 부서의 간부가 그를 선택하는 ‘매칭’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이들은 ‘인력풀’로 넘어가 재교육을 받고 재매칭 작업에 들어간다. 이후에도 매칭되지 못한 기자들은 회사 직권으로 원하지 않는 부서에 배치될 수 있다. ‘직무공고와 지원, 인력풀, 직권배치’를 골자로 하는 '잡포스팅' 시행을 두고 회사를 비판하는 본사 기자들에 대한 지역 ‘귀양 보내기’, 지역의 인력유출 등이 계속 거론돼 왔다.

‘잡포스팅’ 시행 후 첫 인사발령이 나며 이런 우려들은 어느 정도 가시화된 상태다. 기자들이 속한 보도본부에서 1차 탈락자(비매칭된 기자)가 유독 많이 나왔다. KBS기자협회는 성명에서 “PD직종에서 1차 비매칭자는 16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나마 2차 신청을 통해 거의 다 매칭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작본부의 간부들이 가능한 매칭이 되도록 애쓰고 있다는 전언도 들린다. 때문에 2차에서도 매칭이 안되는 PD들은 5명 안쪽이 될 것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 본사의 PD는 700여명이고 보도본부 취재기자는 400여 명이다. 취재기자보다 약 1.75배 많은데도 PD직종에서는 1차 탈락자가 보도본부의 거의 절반에 불과하다. 보도본부에 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KBS본부는 사측의 조작 의혹, 보복인사 얘기까지 들고 나왔다. KBS본부는 성명에서 “‘잡포스팅‘ 1차 발령에 따라 많은 직원들이 지역에서 본사로 이동하면서 각 지역국마다 인력수요가 발생했다. 그런데 1차 매칭이 되지 않은 기자나 피디들의 경우, 본사의 공통부서로 가게 되면 지역국의 현업수요를 채우기 힘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측이 본사 공통부서의 부서장들에게 ’기자나 PD가 부서에 지원하더라도 받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가 ’잡포스팅‘의 원칙을 훼손하며 인사배치를 조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KBS본부는 아울러 “1차 매칭이 되지 않은 직원 중 상당수는 조합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거나 집행부 등으로 활동했던 직원들”이라며 “‘잡포스팅’을 통해 회사가 눈엣가시로 생각하는 직원들을 찍어낼 것이라는 조합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사측은 ‘잡포스팅’을 빙자해 눈밖에 난 직원을 쫓아내고, 이를 각인시켜 내부의 다른 목소리를 없애겠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잡포스팅’ 시행과 함께 ‘순환근무제도’가 폐지되면서 본사는 물론 지역 기자들의 우려 역시 상당하다. 본사 기자들 중 “2차에서도 매칭되지 않는 취재기자들은 실체도 없는 저성과자라는 수모 속에 인력풀에 들어가고 이른바 직권배치라는 명분으로 근무환경이 현저히 변화된 지역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KBS기자협회는 강조했다. 이들은 또 “전국기자협회(KBS 지역 기자들의 모임)는 이미 지난 1월23일 이선재 본부장과의 면담에서 잡포스팅을 통해 실체 없는 저성과자로 낙인찍혀 기자들이 내려오게 되면 지역국에서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한다. 결국 서울에서도 지역국에서도 원치 않는 인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KBS는 지난 10일(1차) 잡포스팅 매칭이 성사된 170~180명(기자 포함 전 직군)에 대한 인사발령을 22일자로 낸 상태다. 여기엔 패륜적 극우 사이트 ‘일베’에서 활동한 전력 탓에 취재업무에서 배제됐던 이른바, ‘일베 기자’의 취재부서 발령이 포함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KBS본부는 지난 13일 성명에서 “노동조합이 먼저 우려하는 것은 단지 다시 불거질 시청자들의 비판과 사회적 논란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 문제의 직원이 이른바 보도본부 안으로 슬글슬금 들어오면서 길들여지고 순치됐을 언론인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감시와 비판이 순치된 채 오직 위에서 시키는 대로 뉴스를 찍어내는 일에 동원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KBS 한 관계자는 “1차 인사가 날 때 22일부로 발령이 났고, 현재 2차 매칭 등 일정진행 상황을 보면 20~21일쯤 2차 인사가 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KBS기자협회는 현 상황에서 “보도본부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간부들도 잡포스팅 제도의 불합리성 때문에 많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 잡포스팅 제도가 인력관리실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어 관여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기협이 다른 직종에 알아본 바 해당 본부에서 인력운용상 강력한 요구가 있을 경우에는 조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보도본부만 앉아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KBS본부 역시 ‘잡포스팅’ 중단을 촉구했다. KBS본부는 “회사는 지금이라도 단체협상을 통해 ‘잡포스팅’의 문제점들을 해결하자는 우리의 요구를 귀담아 듣길 바란다”며 “‘잡포스팅’을 강행하는 것은 그나마 숨통이 붙어 있는 고대영 체제를 더 빨리 종식시키는 거대한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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