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변화 없는 다매체 '무용지물'

미디어기업으로 가는길 ②제 살 깎아먹는 다매체 전략
90년대 중반 '닷컴 열풍' 힘입어 무료신문 등 다매체 본격화
종이신문 콘텐츠 재가공, 광고수익 노렸지만 매출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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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매체 전략이 위기에 빠진 언론 산업을 구원해줄 카드로 유효한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분분하다.
다매체 전략은 본지의 영향력과 인지도 등을 등에 업고 본지와 성격이 다른 매체를 창간하는 것인데 다양한 독자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이다. 관건은 본지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인 광고 플랫폼으로써 ‘홀로서기’가 가능하냐다.


신문사들이 다매체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쳐온 것은 ‘닷컴 열풍’이 불어 닥친 1990년대 중반부터다. 이전에도 스포츠신문이나 잡지 등 자매지 창간을 통해 다매체 전략을 펴왔다.


하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무료신문 열풍’을 타고 1990년 중후반부터 한겨레리빙(한겨레), 굿모닝 서울(스포츠서울), AM7(문화일보), 데일리노컷뉴스(CBS) 등이 잇달아 선보인 게 대표적 사례인데 현재는 그 자취조차 찾기 힘들다.


▲다매체 전략이 차별성 없는 콘텐츠 탓에 같은 시장을 놓고 본지와 경쟁해야 하는 등 자기잠식효과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다매체 전략의 논의의 출발점은 종이신문에서 만든 콘텐츠를 재가공해 닷컴, 무가지 등에 실으면 큰 비용부담이 없이 새 매체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광고 플랫폼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부터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광고주는 이런 매체들을 독립된 매체로 인정하지 않았고 독자들 역시 외면했다. 스마트폰 등장 등 미디어환경 변화 탓도 있지만 알맹이인 콘텐츠 전략을 빼놓고 수익만 먼저 고려한 데 따른 참사인 셈이다.


여기에 디지털 매출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도 다매체 전략에 대한 고민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간한 ‘2016 인터넷 언론 백서’에 따르면 디지털광고수익(배너광고+네트워크광고)은 2014년 상반기 221억원(19개 언론사 기준)에서 지난해 상반기 251억원 규모로 더디게 성장했다. 뉴스콘텐츠 판매수익 역시 같은 기간 104억원에서 108억원으로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매출 1000억~2000억원(2016년 실적 기준) 규모의 사업을 확보해 한시름 놓았지만 나머지 신문사들의 고민은 크다.


실제로 한국경제의 경우 2010년 이후 매년 실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기존 사업만으론 ‘퀀텀 점프(대도약)’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경은 한경TV, 한경닷컴 등 다양한 매체 포트폴리오를 갖췄지만 연간 매출 규모는 2438억원(2015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수준이다.


매출 정체는 사실 거의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겪는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신문업계 매출 1위인 조선일보 역시 지난 2002년(매출 4817억원)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2015년 매출 3376억원)을 걷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 신문사들이 확장전략보다 ‘마른 수건 다시 짜내는 식’의 경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내부 구성원들에게 고통 분담을 호소하는 전략도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다매체 전략을 재검토하거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신문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다매체 전략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분화된 시장과 함께 여기에 적합한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그 밥에 그 나물’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법인이 다른 매체라는 언론의 주장을 광고주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매체 전략의 또 다른 취약점은 장사가 된다 싶으면 ‘너나 할 것이 없이 쫓아하기 쉽다’는 점이다.
더구나 콘텐츠의 소비가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동영상으로 옮겨가면서 언론사의 다매체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동영상 분야는 선투자가 필요한데 수익모델이 확실치 않다보니 신문사들 입장에선 주저할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다매체 전략이 광고와 기사를 맞바꾸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영업방식 역시 기존 매체의 영업 전략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같은 시장을 놓고 매체 간 피 튀기는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열된 경쟁 탓에 자기잠식효과 외에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 여러 부작용을 우려해야 할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다매체 전략이 한계점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경제지 관계자는 “방송사의 다채널 전략의 경우 다른 곳에서 무단으로 복제를 할 수 없어서 유효했지만 신문사의 다매체 전략은 그렇지 못하다”며 “본지의 영향력과 인지도를 자매체 등을 통해 퍼뜨리려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트래픽 확산용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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