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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을과 요우커, 그리고 ‘알리바바’

[글로벌 리포트 | 핀란드] 최원석 YTN 기자· 핀란드 라플란드 대학교 미디어 교육 석사전공

최원석 YTN 기자2017.02.15 13:09:40

▲최원석 YTN 기자

2017년 1월 모일 핀란드 북부 도시 로바니에미 공항의 풍경. 대형버스와 택시들이 예약 손님들을 기다리며 눈보라 속에 서 있다. 항공편 도착 전, 공항 대기실은 아직 한산하다. 헬싱키에서 한 시간 삼십 분 전에 이륙한 여객기 한 편이 10분가량 늦게 착륙한다. 순록과 산타클로스 장식으로 꾸며진 수화물 벨트 구역으로 관광업체 직원들이 조용히 모인다. 영어와 스페인어, 일본어, 그리고 중국어로 쓰인 ‘환영합니다’ 손팻말을 들어 올린다. 이윽고 들어오는 승객들. 두툼한 겨울 점퍼에 털모자와 목도리, 폭신해 보이는 부츠로 단단히 무장했다. 언뜻 봐도 8할은 동양인, 대부분 춘절 휴가를 온 중국인 관광객. ‘성탄노인’과 ‘극광’(산타클로스와 오로라)을 보려고 방문한 ‘요우커’들이다.


요우커가 핀란드까지 들썩거리게 만들고 있다. 핀란드 통계청은 2016년 상반기에만 중국인 12만명이 방문해 한해 전보다 21%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특히 ‘산타 마을’로 알려진 로바니에미를 비롯해 라플란드 지역 숙박업체 예약은 지난 11월부터 오는 3월까지 꽉 찼다는 뉴스도 이어졌다. 쌀 때면 5만원에 묵을 수 있던 호텔이 하루 20만원으로도 예약하기 어려울 정도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엔비 (Airbnb)를 통해 방을 빌려주는 주민 가운데엔 아예 친척 집에서 지내면서 집을 통째로 내놓는 사람도 있다. 로바니에미 시내 쇼핑몰에선 중국어를 듣기 어렵지 않고, 3곳뿐인 중국 음식점은 단체 관광객으로 북적거린다. 서울 마포나 명동에서 보던 풍경인데, 이 같은 요우커 급증에 눈여겨볼 만 한 배경이 있다. 중국 최대이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케팅이다.


우선 지난해 10월27일, 알리바바 자회사 ‘알리트립’(Alitrip)이 이곳 로바니에미에서 대규모 행사를 하나 열었다. 알리바바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알리트립 대표, 그리고 핀란드 정부 고위공무원들이 참석했다. 북유럽 국가 가운데 첫 진출지로 핀란드를 선택한 알리바바 그룹은 2017년에만 라플란드 지역에 중국인 관광객 5만명을 유치하겠다고 이 자리에서 밝혔다. 로바니에미에 6만명가량이 살고 있으니, 한 도시 인구를 통째로 데려오겠다는 이들의 목표는 그대로 여러 언론에 크게 실렸다. 같은 날 산타클로스 마을에서 열린 부대 행사에는 인파 수백 명과 함께 중국 언론 30여 곳이 모였다. 얼마 뒤 알리바바의 대규모 할인 행사인 ‘솽스얼’(12월12일)을 앞두고는 지역 주민과 학생을 동원한 마케팅 캠페인까지 산타 마을에서 진행했다. 알리바바는 참석자들에게 교통편을 제공하면서 “최대한 화려한 겨울옷을 입어 달라”는 요청을 덧붙였다.


알리바바는 이 같은 대규모 이벤트와 함께 수도 헬싱키와 로바니에미 두 곳에서 모바일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시작했다. 언론 홍보에는 항공편과 숙박 예약부터 현지 특산품 ‘블루베리’ 결제까지 모두 알리페이로 할 수 있도록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다른 유럽 여행지와 달리 환전소를 찾기 어려운 핀란드인 만큼, 유로화 없이도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은 요우커에겐 큰 매력이 될 수 있을 터였다. 영국이나 스페인 같은 유럽계 관광객이 주로 찾던 산타클로스 마을이 단숨에 ‘중국인 관광 명소’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일찌감치 오로라 관광 상품을 내세워 요우커를 끌어 모으던 중국인 사업체들은 누구든 중국어 몇 마디만 할 수 있으면 가이드로 채용하겠다는 구인광고를 발 빠르게 붙였다.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요우커 소비는 핀란드 지역 경제에 어느 정도까지 힘이 될까. 다소 우려스런 목소리도 있다. 핀란드 관광청 관계자의 인터뷰 내용처럼, 이를테면 숙소나 관광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지역에는 모자라다. 라플란드의 한 관광안내소 직원은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제대로 유치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하기도 했다. 핀란드 언론도 중국 관광객들의 요구를 채우지 못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최근 전했다. 핀란드인은 약삭빠른 장사보단 우직하고 꼼꼼한 거래에 강하다. 단순하게 생각을 연결해 보자면, 요우커들이 알리페이 시스템으로 결제하는 금액 일부는 결국 중국으로 돌아간다. 돈을 쓰면서도 벌어가는 중국인들의 탁월한 셈법을 핀란드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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