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공범 청산하고 공정방송 쟁취하자! 조합탄합 분쇄하고 단체협약 쟁취하자! 공정방송 사수 투쟁!” 10일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또다시 300여명의 기자, PD, 아나운서들이 모여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MBC의 보도 정상화와 방송법 개선안 통과를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저녁 12대 노조 출범식과 함께 ‘전국 조합원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등 언론시민단체 임원들과 최승호, 박성제, 박성호 등 해직기자들이 참석했다. 현재 암투병 중인 이용마 해직기자는 참석을 못했지만 영상을 통해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새 집행부가 우리의 파업을 승리로 맺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화려한 승리를 위해 마지막 분투를 아끼지 않을 것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짧지만 강한 메시지는 참석한 후배들을 숙연하게 했다. 김연국 신임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눈시울을 붉히는 기자들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1987년 6월 명동성당 앞에서 최일구 기자가 쫓겨났다. 당시 젊은 구성원들은 자괴감에 빠져 술만 마시지 않았다. 그 해 12월 한국 언론사상 최초로 MBC 내에서 노동조합을 결성, 공정보도를 위해 투쟁을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로부터 5년 후 냉소받던 MBC는 90년대 중반부터 최고의 방송사가 됐다. 우리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사였다”고 했다.
“7년 전부터 이 모든 게 무너졌습니다. 30년 전과 마찬가지로 냉소받고 조롱받고 있습니다. ‘MBC를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던질 때마다 30년 전을 떠올립니다. 땡전뉴스가 최고의 방송사로 우뚝 서기까지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는 “2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청와대가 파견한 특수부대 방문진이 3년 임기의 새 사장을 뽑겠다고 한다. 국회에서는 지배구조 개선법안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계류돼있다”며 “바깥에 봄이 와도 여기는 또 겨울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싸우지 않으면서 외부 환경이 좋아지길 바래선 안 된다. 민주주의와 언론자유 회복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자”고 독려했다.
이날 도건협 수석부위원장도 방문진의 사장 선임 강행 철회와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강조했다. 도 부위원장은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은 MBC를 망친 장본인이다. 정권에 줄을 댄 부역자들이 MBC를 말아먹었으면서 전리품인 마냥 또 MBC를 차지하겠다고 나섰다”며 “즉각 사퇴하지 않으면 반드시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MBC의 붕괴의 근본 원인은 지배구조에 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반대를 하고 있는 건 이 국면을 대선까지 끌고 가야 자기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우리가 힘을 모아 2월 안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하자”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해 7월 야당 의원 162명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7대6으로 구성하고, 사장 임명 시 이사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받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현재 새누리당이 “야당과 노조의 방송장악용”이라고 반발하며 국회 미방위에 묶여 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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