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삼성광고 안 실은 진짜 이유는

광고 탄압? 협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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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자 한겨레 1면에는 다른 신문과 달리 삼성 광고가 실리지 않았다. 사진은 2일자 한겨레 1면 사진 캡처.

‘오늘자 한겨레 1면, 다른 신문과 좀 달랐습니다.’


지난 2일 한겨레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처럼 그날 한겨레 1면은 다른 신문과 좀 달랐다. 신년호 1면 하단에 일제히 실린 삼성 광고가 한겨레 지면에만 없었던 것이다. 일부 매체에선 한겨레 광고국 직원의 말을 빌려 삼성 광고가 실리지 않은 이유를 “광고탄압”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광고탄압은 사실일까. 한겨레 A 기자는 “삼성이 광고를 안 줬다면 광고탄압이다. 그런데 들어온 광고를 한겨레가 먼저 거부한 것”이라며 “이런 것도 광고탄압으로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즉, 삼성은 광고를 내려고 했는데 한겨레가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겨레는 왜 삼성 광고를 거부한 것일까. 복수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겨레는 지난해 말 삼성과 연간 단위 광고비 협상을 진행했다. 한겨레는 삼성 광고비가 예년 수준에 못 미친다며 더 달라고 요구했고, 삼성은 그보다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는 제시한 금액을 받을 것인지, 아예 거부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다 신년호 광고를 싣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사측 관계자는 “삼성이 광고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었고 아주 불합리한 가격으로 광고를 싣겠다고 했다”면서 “기사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값을 내리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광고를 실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탄압이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문과 기업 간 광고라는 상품을 놓고 거래를 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사례는 불공정 거래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B 기자도 “주던 걸 안 주는 건 탄압으로 봐야 한다”면서 “삼성 관련 유사한 일이 터질 때마다 광고국이 전전긍긍하고 그 얘기가 편집국에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언론이 망가지고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특정 기업의 광고비를 매년 받으며 그걸 올해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광고탄압이라고 하는 건 코미디”라는 시선도 있다. ‘제대로 집행했다’의 기준이 서로 다르다면 그 기준이 더 공정하고 합당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할 책임은 한겨레에 있다는 것이다. A 기자는 “지난해보다 적다면서 무턱대고 광고비를 거부하는 행태를 광고탄압이라고 표현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 C 기자도 “삼성이 지금 언론사를 광고로 탄압할 만한 여건이 아니다”면서 “특검이 삼성에 칼날을 들이밀고 있는 상황에서 광고탄압은 난센스”라고 했다. 실제로 한겨레는 최근까지 삼성과 광고비 협상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케이스는 기업 광고, 특히 삼성 광고에 의존적인 언론사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여진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2년 삼성전자가 연간 집행하는 광고비 총액은 2조7727억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기업이 한 해 집행하는 광고비(19조2366억원)의 14%를 차지했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연도별 ‘코바코 집행 100대 광고주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방송광고를 한 광고주 가운데 삼성전자의 집행액이 720억8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C 기자는 “삼성에게 광고탄압하지 말라고 욕하면서 동시에 광고를 더 달라고 요구하는 건 제가 봤을 때 적절치 않다. 떼쓰기라는 느낌도 든다”면서 “궁극적으로 언론이 자본으로부터 어떻게 독립할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스스로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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