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럴 기사는 단명, 좋은 뉴스 친절하게 보여주면 통해

작지만 강한 '미디어 스타트업' ②허핑턴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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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의존 않고 페북 활용
자체 생산 기사 비중 늘려
네이티브 애드 전략 효과
제목만 봐도 허핑턴 알아내


“정치, 사회, 경제 등의 이슈가 소프트 기사보다 트래픽이 저조하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해요. 장기적으로 따지면 비슷하거든요. 언론사들이 가지고 있는 저널리즘이라는 귀중한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합니다.”


허핑턴포스트가 가볍고 자극적인 콘텐츠로 수익을 낸다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김도훈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장은 장기적인 수익성을 위해서는 저널리즘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허핑턴은 정치, 경제 등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루며 신경숙의 표절 사건과 세월호, 대선 등 굵직한 주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김 편집장은 “언론사들이 저널리즘의 색깔을 버리려고 하는 순간 디지털에서 크게 망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바이럴 기사에 지나치게 중점을 둘 게 아니라 좋은 기사를 독자들에게 어떻게 친숙하게 보여줄지 가공법을 골몰할 때”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본사에서 김도훈 편집장 지시 하에 15명의 에디토리얼팀 편집자들이 기사를 제작하고 있다.

지난 2014년 2월 자유주의, 진보 성향을 표방한 인터넷 블로그 신문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한겨레와 손을 잡고 국내에 상륙, 현재 페이스북 좋아요 57만명, 일주일에 5000~60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끌어모으며 올드미디어를 압도하고 있다. 김 편집장은 “처음 국내에 들어왔을 때만해도 실패할 모델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네이버 등 포털 장악이 심한 국내 특수성 때문이었다”며 “우리의 목표는 거대 포털에 기대지 말고 성공하자는 거였고, 그게 페북에서 먹히며 트래픽이 몇 배로 뛰어올랐다”고 했다.


특히 허핑턴의 ‘네이티브 애드’ 전략은 온라인 수익에 목마른 언론사들에 단비로 작용했다. 김 편집장은 “초반에는 국내 어디에서도 네이티브 애드를 하지 않았고, 광고를 기사처럼 쓴다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며 “우리는 광고라고 할지라도 삶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내놓자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핑턴만의 콘텐츠 제작·유통 방식은.
“하루 평균 70여개 정도의 기사를 올린다. 대개 60개 정도가 자체 생산 기사이고 10개는 이전에 잘된 기사를 다시 활용하는 방식을 하고 있다.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한번 내보내면 끝이라는 게 올드 미디어의 생각이라면 우리는 더 살을 붙여서 영원히 살리는 방법을 택한다.


허핑턴만의 특징이라면 에그리게이션(Aggregation·집합)기사를 빼놓을 수 없다. 매체들의 기사를 소위 ‘우라까이’해서 우리 식으로 보강, 편집 작업 후에 내보내는 것이다. 이때 출처 명시는 필수다.


▲허핑턴 홈페이지 화면.

요즘엔 인터뷰와 같은 자체 생산 기사도 늘어나고 있다. 직접 기자들이 취재를 하겠다고 하면 자유롭게 비디오에디터와 나가서 라이브를 하기도 한다. 글만 가지고 임팩트를 주는 시대는 3년 전에 끝났다. 얼마나 빠르고 친숙하게 동영상 기사를 많이 생산해내느냐가 관건이 된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지난해 신경숙 작가 표절 의혹 때 일이다. 당시 이응준 작가가 우리에게 글을 싣겠다고 찾아왔다. 이미 다른 매체 두군데를 접촉했는데 거절했다고 했다. 기사를 내보내기 한 달 전부터 추가 취재를 통해 글을 보완했다. 기사가 나가고 그날 트래픽이 역대 3~4위 정도 됐을 것이다. 하루 이틀 뒤 다른 매체에서도 줄줄이 받아썼다. 그때 ‘허핑턴포스트가 최초 보도를 했다’는 매체의 인용이 이어졌고, 허핑턴이 한 단계 뛰어오른 계기가 됐다. 대개 미디어가 독자들에게 기사를 보여주는 방식이라면, 이 사례는 페북을 중심으로 독자들이 먼저 이슈화해 언론에 전달된 경우이다.”


-언론사들의 온라인 운영에 대해서.
“자부심과 동시에 위기감을 느낀다. 모두가 잘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미디어들이 연성 기사에 지나치게 목매고 있다는 점이다. 인턴이 쓴 바이럴 기사로 올린 트래픽은 오래가지 않는다. 휘발성이 강하다. 우리는 세월호, 대선 등 때문에 트래픽이 오른 거지 자극적인 기사 때문에 입소문이 난 게 아니다. 매체 안에는 너무나도 좋은 기사들이 폭발할 정도로 많다. 그것을 어떻게 디지털에 맞게 유통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먼저 디지털부서의 모든 기자들이 기사를 생산, 제작, 유통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빠르게 흘러가는 온라인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페이스북은 언론에 득일까 독일까.
“일단 페북에 지나치게 트래픽 의존도가 높은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페북이 이미 하나의 생태계가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안에서 어떻게 미디어의 정체성을 유지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허핑턴 기사는 독자들이 제목만 봐도 허핑턴인지 안다. 그 이유는 제목을 문장형식으로 끝내는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점 우리 고유의 영역이 됐다.”


-온라인 뉴스의 미래에 대해서.
“디지털 기사는 짧아야 하고 가볍고 재밌어야 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길고 복잡한 탐사 기사가 (트래픽이) 잘 나온다. 우리가 여성과 동물, 환경 등에 대해 많은 기사를 쏟아낸 이유는 허핑턴이 지향하는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재미가 아니라 이걸 통해서 이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가 느껴져야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허핑턴은 각 나라의 에디터들과 매일 소통을 하며 하나의 목소리를 끈끈하게 공유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훨씬 더 강한 목소리를 가진 미디어가 되려고 한다. 10대, 20대 독자들도 많은데 이들의 목소리를 여과하지 않고 다른 세대까지 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또 진지한 목소리를 전달하되 재미를 잃지 않는, 철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미디어가 되길 바란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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