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기자가 조선일보 사장에게 보내는 편지

'잃어버린 고리' 보도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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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29일 보도한 김의겸 선임기자의 칼럼.

한겨레 선임기자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게 띄우는 편지 형식의 칼럼을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조선일보가 미르·K스포츠 재단 보도와 관련해 취재한 결과물을 보도했으면 한다는 정중한 부탁이 칼럼의 주 내용이다.


한겨레는 29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님께’라는 제목의 김의겸 기자의 칼럼을 보도했다. 김 기자는 칼럼에서 “저는 요즘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을 취재하고 있다”며 “20년 이상 차이 나는 후배들과 함께 취재 일선에 나선 건 TV조선이 안겨준 부끄러움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김 기자는 “한 달 전쯤, 우병우 민정수석을 소재로 칼럼을 하나 쓰려고 몇 군데 전화를 돌렸는데 사정당국 관계자가 ‘괜히 헛다리 긁지 말아요. 우병우가 아니라 미르 재단이 본질’이라고 하더라”며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하자 ‘허허, 기자 맞아요?’라고 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조선이 이미 자세하게 보도를 한 것이라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썼다.


김 기자는 “여당 성향의 조선이 이토록 치열한데 난 뭐 하고 있었나, 선임기자랍시고 뒷짐 진 채 거들먹거리기나 했구나 싶었다”며 “그래서 천하의 게으름뱅이인 제가 편집국장에게 취재팀을 꾸리자고 요청했다”고 적었다.


김 기자는 취재할수록 조선의 보도가 훌륭하다는 걸 깨달았다고도 했다. 그는 “취재 그물은 호수를 다 덮도록 넓게 쳤는데 그물코는 피라미 한 마리 빠져나갈 틈 없이 촘촘했다. 7월27일이 첫 보도인데 이미 4월부터 취재에 들어갔고, 재단의 어느 관계자는 조선 기자들이 얼마나 집요하게 달라붙었는지 저희 기자를 보자마자 버럭 화를 내며 도망치기도 했다”며 “다행히 조선의 손때가 덜 탄 곳인 케이스포츠에 그나마 저희 몫이 조금 남아 있어 최순실의 발자국과 지문을 보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기자는 그러나 “언제부턴가 조선이 침묵하기 시작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조선의 뒤를 좇다 보니 ‘잃어버린 고리’가 두세 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다. 사건의 전체 모자이크를 끼워 맞출 수 있는 ‘결정타’들”이라며 “조선이 물증을 확보한 듯한데 보도는 실종됐다. 기사는 언제 햇빛을 보게 될까”라고 썼다.


이어 “사장님은 바깥사람들을 만나서 틈만 나면 기자들 자랑을 해대는 통에 ‘자식 자랑 하면 팔불출’이라는 소리를 듣곤 한다고 들었다. 그렇게 아끼는 기자들의 땀방울이 어느 캐비닛에 처박힌 채 증발돼가고 있다”면서 “사장님은 젊은 시절 방갑중이라는 이름의 성실한 외신부 기자였고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고도 들었다. 사장님이 당당할 때 권력도 감히 조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라며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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