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취재하는 게 기자정신 아닌가요"

오마이 특별취재팀 기자상 수상
4대강 살리기 나선 시민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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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결이 비단 같아 금(錦, 비단 금)이라고 불린 강. 이제 금강은 흐르지 않는다. 바람따라 잠시 물결만 일 뿐이다. 강은 녹조로 뒤덮였고 강바닥엔 시커먼 펄이 가득하다.


4대강 사업 후 5년, 썩어가는 강을 비단결로 되살리기 위해 뛰어든 이들이 있다. ‘4대강 사업의 민낯’ 기획보도로 한국기자협회 이달의기자상 특별상을 받은 오마이뉴스 김종술·이철재·정수근 시민기자, 정대희 10만인클럽 기자, 이희훈 사진팀 기자다.


이들은 지난 8월 23~27일 5박6일간 금강과 낙동강을 탐사했다. 두껍게 쌓인 녹조, 썩은 펄, 그 속에서 발견된 4급수 지표종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 발이 푹푹 꺼지는 강바닥을 걸었고 녹조를 손으로 걷어 올렸다. 투명 카약을 타고 잔디밭처럼 변한 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페이스북 라이브로 현장을 생중계하는가 하면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SNS에 유통해 생생함을 전달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4대강 특별취재팀 기자들이 녹조가 창궐한 금강에서 현장중계를 진행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제공)

‘독소 녹조’와 머리가 지끈거리는 악취 속에서도 이들이 카메라와 펜을 놓지 않았던 것은 강의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이달의기자상 심사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시민기자를 수상자 명단에 올린 것도 그 이유에서다.


정대희 10만인클럽 기자는 “현장에서 바라본 시민기자들이야말로 저널리즘을 실현하는 진정한 기자”라고 치켜세웠다. 정 기자는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기사 한두 번 쓰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기자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진짜 저널리즘은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취재하고 기사 쓰는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김종술 시민기자는 4대강에 ‘올인’하고 있다. 지금까지 쓴 관련 기사만 1000여건. ‘금강 요정’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금강은 시민들의 식수원이자 삶 일부였어요.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겁니다. 특히 금강은 폭이 좁고 길이도 짧아 한순간에 변했어요.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매일 배를 타고 금강을 휘젓고 다니는 상황입니다. 멈춰버린 강에 있는 녹조나 부유물을 흐트러뜨리려고요.”


강의 아름다움에 반해 충남 공주에 터를 잡은 김종술 시민기자는 “처음 봤던 금강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며 “금강이 그때와 비슷한 모습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 취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 기자들이 투명카약에 올라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위에 떠있다. (오마이뉴스 제공)

낙동강은 정수근 시민기자가 지킨다. 현장을 기록해왔던 그는 이제 깊이 있는 분석기사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했다. “녹조의 독성물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수돗물에서 검출되는지도 기사에 담아야죠. 정부 자료를 넘어 조금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분석 기사로 4대강 사업의 위험성을 계속 알리고 싶습니다.”


환경운동을 해 온 이철재 시민기자는 ‘4대강 살리기’가 모든 생명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댐 1000여개를 허물었어요. 생태계가 회복돼 연어가 돌아왔고 경제적 이익도 가져다줬죠. 우리 강을 회복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민기자들은 4대강에 침묵하는 언론에 쓴 소리를 내뱉었다. “독립운동처럼 4대강 사업에 반대했어야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그저 방관만 하는 주류 언론이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4대강 대안을 찾기 위해 미국 취재를 준비하고 있다. ‘4대강 청문회를 열자’는 탐사보도 캠페인에는 1800여명이 참여해 2800여만원이 모였다.


“직업기자들이 4대강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뭐가 두려운가요. 저는 기사 1000건 넘게 썼어도 고발당한 적 없습니다. 보고 만진 것만 쓰니까요. 그게 기자 정신 아닌가요?” (김종술)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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