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접대' 언론계 쇄신해야…'우병우 물타기' 지적도

송희영 주필 호화접대 언론계 반응

  • 페이스북
  • 트위치

“대선배인 주필께서 그러신거면 같은 조선일보 기자로서 부끄럽죠.” 젊은 연차 기자 A씨의 하소연이다. A기자는 “출입처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는데 타사 선배들이 이번 사건을 물어볼 때마다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조선의 한 국장급 B기자도 “같은 동료이자 언론인으로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B기자는 “이번 일로 인해 독자와의 신뢰관계가 깨질 수 있다. 사과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30일자 1면 보도를 통해 송희영 주필의 보직 해임 소식을 전했다.


호화 접대 논란을 불러일으킨 송 주필에 대해 조선은 30일 사표를 수리했다. 이날 1면에서 “해당 의혹이 해소되기까지 그 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그의 사의를 받아들여 보직 해임했다”고 보도하며 ‘의혹 단계’라는 여지를 남겨뒀지만 오후에 입장을 바꾸며 사표를 수리한 것이다. 조선 안팎에서 보직 해임만으로 끝낼 상황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오자 회사 측이 사표를 서둘러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은 조선이 회사 차원의 사과와 함께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통신사의 기자는 “주필이면 신문사에서 큰 어른인데 알만큼 아시는 분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교묘하게 이용한 것 같아서 더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방송사의 기자도 “기자를 ‘기레기’로 표현할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미지가) 나빠졌다”며 “사표를 수리하고 끝낼 게 아니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진상 규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방송사의 기자도 “기사거리가 안 되는 걸 얘기되게 만들려고 하니까 기업에서 자꾸 이상한 돈을 쓰는 거고 회사에서도 찜찜하게 보내주는 것”이라며 “원래대로라면 사표수리하지 말고 보직 해임한 상태에서 징계위를 열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지방방송사의 기자는 “그 정도 일을 크게 저질렀으면 사의에 그칠 게 아니라 검찰조사도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30일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의 호화 접대 논란 소식을 1면으로 보도했다.


20년차 이상의 고참 선배들도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기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한 일간지의 논설위원은 “정식으로 취재요청을 받아서 간 거라고 하지만 누가 봐도 접대 향응으로, 언론계에 침을 뱉은 꼴”이라며 “주필 개인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인들이 반성을 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일간지의 기자는 “내부자들 이야기가 실제로 있다는 걸, 기자들에게 그런 출장이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폭로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일간지의 기자 또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는 부조리가 존재한다”며 “김영란법을 앞두고 기자들을 싸잡아 사회 악적인 존재로 인식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기자들은 잘못된 점에 대해선 징계하되, 그간 조선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혐의에 대한 의혹제기에 앞장서온 만큼, 청와대의 ‘우병우 감싸기’를 경계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 주필에 대한 진상규명이 우 수석에 대한 수사나 이후 예정된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 등의 주요 이슈를 ‘물타기’하는데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서울신문의 30일자 1면 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29일 “공정성과 독립성, 언론의 자유를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해야 할 언론인이 이처럼 기업으로부터 과도한 접대를 받았다면 언론인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으로, 단순 사의가 아닌 법적인 처분을 받아야 할 것”이라면서도 “5년 전의 사건을 이 시점에서 발표한 김진태 의원도 이러한 사실을 언제, 누구로부터 인지했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또 정부는 이 모든 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주간지 기자는 “여론을 향도해야 할 언론인이 부실기업에 호화 접대를 받고 곡필한 사실이 씁쓸하다”면서도 “조선과 우 수석의 갈등 속에서 송 주필의 접대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일종의 복마전으로, 정권 말 물고 뜯는 아귀다툼의 서막이 열린 게 아닌가 싶다. 우 수석에 대한 수사와 보도는 철저하게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30일자 1면 보도.


송 주필 건과 별개로 기자들의 일상적인 취재활동까지 수사하는 검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검찰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통화한 조선 이명진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갔다. 이를 두고 언론 자유의 위축, 나아가 보도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일간지의 국장은 “검찰이 기자의 휴대폰을 사실상 뺏어간 것과 마찬가지인데 본연에서 벗어나는 권한을 행사한다면, 검찰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한 일간지 기자도 “조선의 잘못에 대해 동정을 하는 건 아니지만 청와대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며 “다시 우 수석에 대한 보도로 초점을 맞춰 끝까지 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기관들이 언론에 불리한 정보를 파악해 필요할 때마다 꺼내드는 방법으로, 언론의 비판감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송 주필 외에도 언론계에 만연한 다른 형태의 향응은 없었는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이진우·김달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