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에 대해 청와대가 사실상 검찰 수사 필요성을 제기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청와대는 19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감찰 내용 유출 의혹에 대해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청와대가 우 수석 사퇴 여부에 대한 언급 없이 특별감찰관의 위법 문제만 제기함에 따라 우 수석이 당장 사퇴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상당수 주요 일간지들은 이에 대한 소식과 관련 사진을 신문 1면에 내걸었다.
▲20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 캡처.
경향신문은 19일 오후 폭염으로 아지랑이 피어오른 서울 세종대로 횡단보도 뒤로 청와대 본관이 흐릿하게 보이는 모습을 신문 전면에 내걸었다. 경향은 관련기사에서 19일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전날 특별감찰관이 직권남용·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에 침묵한 청와대가 특별감찰관의 ‘정보 유출’ 논란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고위공직자 비위 의혹 감찰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고, 직접 임명한 특별감찰관을 청와대가 사법처리 대상으로 지목하자 전문가들은 ‘비상식적 행태’ ‘청와대가 국기 문란’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 ‘호위무사’라는 우 수석 엄호를 위해 청와대가 국민과 민심과 싸우는 ‘국정 일탈’의 상황인 셈”이라고 전했다.
경향은 이날 김성우 홍보수석이 입장발표를 통해 “특정신문에 감찰 관련 내용을 확인해줬으며 처음부터 감찰결과에 관계없이 수사의뢰하겠다고 밝혔고, 그대로 실행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특별감찰관이 어떤 경로로 누구와 접촉했으며 그 배후엔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밝힌 것을 전한 데 대해 “청와대는 그러나 우병우의 ‘우’자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우 수석 거취에 변동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경향은 그러면서 “하지만 박 대통령이 자신이 만든 특별감찰관과 그 감찰결과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 수석 비위 의혹과 특별감찰관 수사방해라는 사태 본질은 외면한 채 수사정보 유출 논란을 부각시켜 ‘물타기’성 여론전에 나섰다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 수사를 의뢰한 검찰을 향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진위와 유출 배경이 알려지지 않은 ‘출처불명’ 자료를 국정 최고기관인 청와대가 기자회견까지 열어 문제 삼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고 보도했다.
▲20일자 국민일보 1면 사진 캡처.
국민일보는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우병우 수석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해 1면에 내걸었다. 국민은 관련기사에서 “새누리당 ‘투톱’인 이정현 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문제 등을 놓고 각기 다른 태도를 보이며 균열 조짐을 드러냈다”고 게재했다.
국민은 “이 대표는 19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상을 규명해 문제가 나온다면 1초라도 기다릴 수 있겠느냐. 당연히 의법조치하고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감찰관 감찰 내용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어쨌든 진상규명에 대한 것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면서 “우 수석이 사정 당국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의 직위를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게재했다.
국민은 그러면서 “반면 정 원내대표는 우 수석의 사퇴 불가피론을 거듭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민정수석 신분으로 어떻게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느냐’며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고,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새누리당 대다수 의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20일자 동아일보 1면 사진 캡처.
▲20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 캡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IOC선수위원으로 선정된 우리나라 탁구 영웅 유승민 등의 모습을 신문 1면 사진으로 선택했다. 조선은 관련기사에서 “2004 아테네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34)이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됐다”며 “삼성생명 탁구팀 코치를 맡고 있는 유승민은 2008년 당선된 문대성 위원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 IOC선수위원이 됐다”고 전했다.
조선은 19일 청와대의 입장발표에 대해 관련기사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커지면서 향후 정국이 ‘우병우 블랙홀’로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여소야대 첫 정기국회가 곧 열리는 시점에 친박 중에서도 일부를 제외한 정치권 거의 전부가 벼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며 “예정된 국회 일정만 해도 여권의 정국 운영이 우 수석 문제로 어려움에 부딪힐 개연성이 크다”고 게재했다.
조선은 또 다른 관련기사에서 “청와대가 19일 오전 9시쯤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 의뢰결정에 대해 ‘중대한 위법 ’국기문란‘ 등 강한 어조를 동원해 비판한 공식입장을 내놓자 여야 정치권은 반발 이전에 ’이해가 안된다‘는 분위기가 먼저였다”면서 “’청와대가 이렇게까지 우 수석을 감싸는 무슨 이유가 있는 거냐‘는 것이었다”고 게재했다.
조선은 또 다른 관련기사에서 이번에 발표된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법조계에선 ’법취지를 왜곡하고 사실관계도 정확히 모른 채 억지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조선은 “국내 대표적 헌법학자인 허영 전 헌법재판연구원장은 ’(청와대가) 이 특별감찰관이 누설했다고 하는 부분은 감찰 시기와 (우병우 민정수석을) 수사 의뢰하겠다는 내용을 말했다는 것인데, 이는 (감찰결과가 아니라) 예정사항일 뿐‘이라며 ’특별감찰관법 위반으로 보기도 어렵고 비밀누설로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고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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