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지역이 당초 결정된 성산포대에서 경북 성주 내 제3후보지로 급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투쟁위원장 일부가 불가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은 이전 거론을 꺼리는 분위기다. 18일 예정된 설명회가 결정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상당수 주요 일간지들은 성주 사드 배치와 관련한 소식과 사진을 신문 전면에 내걸었다.
한국일보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7일 오후 경북 성주군청에서 사드 배치 철회 투쟁위원회와 간담회를 갖기 앞서 정영길 공동위원장과 악수를 하는 모습을 1면에 담았다. 한국은 관련기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7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제3후보지와 관련, ‘지역의견으로 말씀을 주시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국은 “한 장관은 이날 경북 성주군청에서 성주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와 사진간담회에서 제3후보지에 대해 ‘국방부가 조속히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주민측) 요청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성주 군민이 통일된 의견을 모아서 요청하면 제3후보지 검토에 공식 착수하겠다는 뜻”이라며 “간담회에서 한 투쟁위원이 제3 후보지 검토를 요청하긴 했으나, 다른 위원들이 이에 반발하며 간담회장을 퇴장하는 등 투쟁위 내부 의견이 정리되지 못한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국은 또 “투쟁위는 18일 군민 간담회를 갖고 제3후보지 요청에 대한 의견을 모을 예정이어서 사드 배치 반발 국면이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방부는 사드 배치 지역으로 발표한 성주포대가 최적의 부지라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이 제3부지를 공식요청할 경우 이를 거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부 투쟁 위원과 주민들이 사드 배치 자체를 철회시켜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의견수렴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신문과 국민일보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 성주를 찾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모습을 신문 전면에 내걸었다. 한겨레와 국민일보는 모두 한 장관이 간담회를 마친 후 국무총리실 경호원, 경찰, 투쟁위 관계자들에게 둘러쌓인 채 항의를 받으며 청사를 빠져나오는 모습을 1면 사진으로 선택했다.
국민은 관련기사에서 “최근 국방부가 답사를 한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성주 골프장이 유력 후보지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롯데가 소유하고 있는 골프장 인근 임야가 해발 680m로 고지대인 데다 주변에 민가가 드물다는 이유로 사드를 배치할 ‘제3의 부지’로 거론되고 있다”며 “이곳은 성주군청에서 북쪽으로 18km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전자파 유해성 논란에서도 자유롭다”고 전했다.
국민은 이어 “성주군청에서 열린 국방부와 투쟁위 간 간담회는 예정보다 10분 늦은 오후 2시10분부터 시작됐다. 한 장관은 시작에 앞서 ‘부지 발표 전에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해 거듭 죄송하다’며 사과부터 했다”면서 “한·미 군 당국이 지난달 13일 성주 성산포대에 사드를 배치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이후 35일 만에 열린 첫 간담회”라고 설명했다.
이날 상당수 주요 일간지들은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지난달 가족과 함께 한국에 망명했다는 소식과 관련한 사진을 신문에 선보이기도 했다.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모두 태영호 공사가 지난해 5월 에릭 클랩턴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런던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을 수행하는 모습을 신문 1면 사진으로 선택했다.
조선은 관련기사에서 “정준호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부인, 자녀와 함께 대한민국에 입국했다’며 ‘이들은 현재 정부의 보호 하에 있으며 유관기관은 통상적 절차에 따라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 동기와 관련해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문제 등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선은 “태 공사는 부 대사로도 불리는 등 주영 대사관의 2인자 역할을 해왔다. 1997년 북한 미사일 중동 판매 관련 정보를 갖고 망명한 장승길 전 이집트 주재 대사 이후 최고위급 탈북 외교관”이라고 부연했다.
서울은 관련기사에서 “17일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입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과거 외교관들의 탈북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며 1991년 5월 주콩고 북한대사관 1등 서기관이던 고영환 씨, 1996년 1월 현철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의 조카로 잠비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3등 서기관으로 근무하던 현성일 씨, 2000년 10월 태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무역, 과학기술 참사관으로 일하던 홍순경 씨 등을 거론했다.
서울은 “이렇듯 북한에서 외교관은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최고 엘리트 계층 가운데 하나”라며 “북한에서도 최고의 혜택을 받는 그들이 한국행을 택하는 것은 그만큼 체제에 대한 염증이 크기 대문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이어 “외교관들은 해외에서 장기 근무하는 동안 북한 체제에 대한 허위성을 알게 되고 본국에 송환되면 심경의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공사도 올여름 임기를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가기로 돼 있었다고 한다”고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태영호 공사의 사진과 그의 부인 오혜선의 친척 오백룡(김일성 주석의 빨치산 동료)과 김일성이 1947년 만경대를 방문했을 당시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했다. 중앙은 관련기사에서 “태영호 공사의 부인은 오혜선(50)으로, 북한군 총참모부 오금철(69) 부총참모장의 일가라고 대북소식통이 전했다. 오금철 일가는 북한에서 최고 특권층에 속하는 ‘항일 빨치산’ 사문이다. 오금철은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낸 오백룡(1984년 사망)의 아들이다. 빨치산 가문이 탈북해 입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말했다”고 게재했다. 중앙은 또 다른 관련기사에서 “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례적으로 북한 당국의 간부와 주민을 한 데 묶어 ‘통일은 여러분 모두에게 차별 없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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