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광고 허용하면 지상파 살림살이 나아질까

매출 감소 등 위기 현실화에
공적책무 이행 논리 여론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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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의 광고 매출에 ‘적색등’이 켜졌다. 종합편성채널(종편)과 CJ계열 PP 등 유료방송들의 약진 속에 비(非)지상파의 지상파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상파들은 법령이 현 상황과 맞지 않는 비대칭적 규제라는 점을 지적하며 공적책무 이행을 위해서는 ‘중간광고’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의 충돌 속에서 정작 ‘시청권’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가운데 지상파가 근거로 내세우는 공공성, 공영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은 싸늘하기만 하다.

올 상반기 광고매출 수백억원 감소
지상파 3사의 올해 상반기 광고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수백 억원이 감소했다. 이들이 광고매출 감소를 두고 고민해 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 같은 위기 상황이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라 어떤 추세 속에 놓여있다는 점은 지상파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올해 1~6월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매출은 KBS 2028억원, MBC 2488억(지역 포함 2983억원), SBS 1806억원(지역민방 포함 2341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KBS 약 561억, MBC 약 270억, SBS 약 283억원이 감소한 결과다.


▲지상파 3사가 자사 메인뉴스를 통해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28일 KBS 뉴스9 ‘내수 활성화 위해 지상파 중간광고 필요’ 리포트.

이 같은 결과는 크게는 온·오프라인 간 매체 위상의 변화라는 큰 흐름을, 현재 우리나라 업계 내에서는 종합편성채널(종편)과 CJ E&M 등 유료방송들의 약진을 반영한다. 방송은 2012년 이후 광고매출 1위 자리를 온라인에 뺏겼고, 지상파 광고매출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줄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6월 공개한 ‘2015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지난해 방송광고 매출은 총 1조4042억원으로 전년 대비(1조4091억원) 감소세를 보였다. 전체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이 방송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 역시 2006년 75.8%에서 2015년 55.0%까지 떨어졌다. 2015년의 경우 SBS를 제외하고 KBS와 MBC 모두 전년에 비해 매출이 늘었지만 이 역시 방송광고 시장 내에서 지상파들의 위상하락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반면 종편 등 유료방송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지상파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방송광고는 한정된 파이를 나눠 갖는 것이고 한쪽이 얻으면 다른 쪽은 잃는 것이 현실인 만큼 지상파 방송사들이 인식하는 위기감은 이들과 무관치 않다. 2011년 출범 첫 해 846억, 2012년 2264억, 2013년 3062억, 2014년 4016억원 등으로 고속성장세를 유지해 온 종편 4사의 방송매출은 지난해 532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2.5% 증가했다. 특히 TV조선은 협찬매출 상승세에 힘입어 출범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타 종편들도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CJ계열 PP 매출 일부 지상파 추월
종편 채널과 CJ계열 PP의 성장은 지상파에게 이미 잠재적인 위협이 아닌 현실 그 자체가 됐다. 특히 CJ E&M의 광고매출은 이미 일부 지상파들을 추월한 상태다.


CJ E&M의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광고매출액은 1345억원으로, MBC(1579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KBS(1237억원)와 SBS(1150억원)를 앞질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작성된 앞선 방통위 자료에서 CJ E&M의 방송매출은 7467억원을 기록해 KBS 1조5324억원, MBC 8434억, SBS 7517억원의 뒤를 바짝 쫓으며 이런 결과를 예견했다.


▲지난 5월19일 SBS 8뉴스 ‘中 2차 시장 전락 우려…중간광고 도입 시급’ 리포트.

콘텐츠 경쟁력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를 통해서도 CJ계열 PP의 약진은 드러난다. 방통위가 최근 발표한 ‘2015년 텔레비전 방송채널 시청점유율 조사결과’에 따르면 CJ계열 PP 시청점유율은 2011년 8.342%에서 2015년 9.335%로 상승했다. CJ계열 PP인 tvN의 시청점유율은 2014년 1.859%에서 2015년 3.660%으로 두 배 가까이 상승 했다.


또 이재정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5년 시청점유율 VOD 연간 (검수) 보고서’를 살펴보면 tvN의 경쟁력은 더욱 두드러진다. 검수 보고서는 시청률 조사기관인 TNmS가 시청점유율과 관련된 용역을 수행, 방통위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보고한 결과로 방송사들과 채널의 경쟁력을 직접 비교해볼 수 있는 드문 자료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간 전국 17개 시·도의 유료방송 가입가구 2600곳을 패널로 조사한 고정형 TV의 VOD 시청시간 등 용역결과에서 상위 30개 중 19개가 ‘응답하라 1988’ ‘삼시세끼’ 등 tvN의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상위 10위는 모두 ‘응답하라 1988’로 조사됐다. 가구별 평균 VOD시청시간 등을 통해 보면 프로그램 수가 더 많은 지상파가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에선 이미 tvN이 앞서고 있는 셈이다.

지상파 “중간광고가 해법”
지상파 3사는 이런 상황에서 현재 ‘중간광고 허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중간광고를 종편과 케이블 등에서만 허용한 현행법은 지상파의 입지가 나날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비대칭규제로 작동하는 만큼 이를 풀고 동일한 규제 속에서 경쟁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5일 MBC 뉴스데스크 ‘방송 질 하락 ‘중간 광고금지’ 역차별에 지상파 위기’ 리포트.

지상파 3사는 각종 학회와 협회를 후원하며 ‘중간광고 허용’ 여론을 만들고 ‘자가 발전’을 하는 중이다. KBS는 지난 4월28일 한국광고산업협회 세미나를 통해, MBC는 같은 달 16일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 학회 세미나에서, SBS는 지난 5월12일 한국언론정보학회의 세미나 소식을 보도를 통해 전하며 중간광고 도입의 효과를 강조하고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들 학회는 모두 개별 지상파나 지상파 3사가 함께 후원한 자리였다. 이후에도 지상파들은 자사 메인뉴스 리포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중간광고 허용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 등을 전해왔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지상파들의 요구는 완고한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는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20대 국회 미방위 업무보고 등 자리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은 타 매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지난달 5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의 발제를 근거로 “현행 방송법 시행령 중 지상파 방송에게만 중간광고를 금지한 규제에 위헌적 요소가 높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지상파가 ‘중간광고 허용’을 강조하며 보도까지 낸 시점이 총선 이후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총선결과가 ‘여소야대’로 결론나면서 지상파는 정부여당에 더욱 중요해졌다.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들의 지원이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고 KBS 등이 해당되는 시청료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중간광고 허용은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 제59조를 개정하면 된다. 박근혜 정부는 합의되지 않은 정책 등을 두고 ‘시행령 통치’를 해오며 논란을 빚어왔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당장 신문업계 등의 반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신문협회는 지난 6월15일자 신문협회보를 통해 “지상파 방송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상파에 중간광고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세미나나 포럼을 매달 한 번 꼴로 개최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며 “중간광고까지 허용될 경우 시청권 침해와 프로그램 질 저하, 지상파 광고 쏠림 현상 가속화로 인한 매체 간 균형발전 저해 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시청권’ 빠진 중간광고 논의
일련의 세미나 등에서 ‘중간광고 허용’을 요구하며 드러난 지상파의 입장은 분명 일리가 있다. 지상파의 위기는 이들이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고 부과한 책무가 막중한 만큼 안정적으로 재원을 지원하는 게 타당하다는 논리 말이다. 다만 이 같은 입장은 지상파의 위기가 과연 중간광고가 허용되지 않아서만인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이영주 제3언론연구소 박사는 지난 5월19일 ‘방송광고 제도 개선 및 중간광고의 경제적 효과 논의 세미나’에서 “JTBC 뉴스, tvN 드라마·예능을 이젠 지상파가 못 따라가는데 그게 과연 돈이나 중간광고 때문인가”라며 “지상파 방송사들은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중간광고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저널리즘 영역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는 ‘기-승-전-중간광고’가 되는 지상파 방송사의 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지적이면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그동안 공적책무를 얼마나 잘 이행해왔는지에 대한 반문이기도 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최근 ‘이정현-김시곤 녹취록’을 두고서도 미온적인 보도 태도로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신뢰도 역시 점점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달 시장조사전문기업인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만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매체 관련 인식조사를 한 결과에서 전체의 26.3%만이 지상파가 믿고 의지할만하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 같은 신뢰도는 2011년 46.6%는 물론 2015년 37.7%에서도 크게 감소한 결과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미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기조를 필두로 보도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조직차원의 변화까지 감행하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국민의 방송’ KBS는 지난 5월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한 조직개편을 감행해 언론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으며, 뉴스를 통해 자사 드라마인 ‘태양의 후예’, KBS 등이 30억원을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관련 보도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홍보로 비춰질 수 있는 보도를 거부한 기자들을 징계에 회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상파들의 중간광고 허용이란 정책 논의 과정에서 정작 ‘시청권’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만 고려대상이 되는 현 지상파 방송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상파라는 플랫폼이 경영적 어려움에 부딪히면 공공 서비스의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허용을 논의해볼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간광고 허용이 안되는 게 정말 규제 때문인가? 공적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들이 유료방송을 보면서 돈을 지불하고, VOD 요금도 내고, 광고까지 보는데 더 이상 달라고 할 게 없으니까 중간광고까지 요구하는 게 현재 모양새다. 어디까지 시청자들이 양보해야하나”라며 “재원 마련의 어려움을 얘기하지만 불공정 보도 등 지상파 방송의 품질 개선은 전혀 안 되니 전혀 호응을 못 얻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방통위의 정책 실패가 가장 큰 이유다. 장기적인 지상파 정책의 큰 목표 속에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업자들의 이해관계 다툼 속에서 즉자적으로 규제를 하나씩 푸는 게 현 방통위지 않나”라며 “시청권이 훼손되는 와중에 양보만 해오다가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게 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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