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자 흉상부터 자사 브랜드 홍보관까지…다양한 공간 활용 '눈길'

언론사 로비에는 무엇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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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의 기업들은 로비를 단순한 출퇴근 공간으로 여기지 않는다. 로비를 경영 철학이나 회사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적인 장소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문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로비가 회사의 첫인상을 결정한다는 것을 기업들은 알고 있다. 언론사는 어떨까? 언론사 또한 기업 못지않게 로비를 창간 정신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자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3~10일 언론사 로비를 방문해 그 풍경을 스케치했다.

창간정신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많은 언론사들은 로비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창간 정신을 알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설립자의 조형물이나 흉상을 세워 그를 기리는 방식이다. 동아일보는 동아미디어센터 준공을 기념해 (주)삼양사가 기증한 김성수 창업주의 동상과 초상화를 로비 한쪽에 전시했다.


서울신문도 전신인 대한매일신보와 관련해 배설 초대 사장과 양기탁 초대 총무를 기리는 공간을 로비 정중앙에 마련했다. 서울신문은 창간 100주년을 맞아 2004년 7월18일 최만린 서울대 명예교수에 의뢰해 두 사람의 흉상을 제작했는데, 흉상과 함께 1905년 8월11일자 대한매일신보 국한문판 제1호의 영인본도 로비에 전시했다.



한겨레 로비 한편에도 창간을 주도한 송건호 초대 사장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또 반대쪽 벽면에는 창간발기 선언문과 창간호를 걸어 두어 방문객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중앙일보와 매일경제도 각각 창립자인 홍진기 전 회장과 정진기 창업주의 흉상을 로비에 전시했다.

그림도, 음악도 로비에서
로비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 언론사도 있다. 한국경제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경제는 로비에 한경갤러리를 만들고 2~3주마다 새로운 전시회를 열고 있다. 또 주중 점심시간마다 피아니스트가 로비에서 피아노를 연주해 직원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끔 했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직원들의 호응이 좋아 1시간씩 하던 피아노 연주를 월, 수, 금에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2시간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KBS와 YTN도 로비 한편을 갤러리로 조성했다. YTN은 ‘YTN 아트스퀘어’ 공간을 따로 마련해 매달 새로운 전시를 선보이고 있고, KBS 역시 시청자갤러리를 통해 미술품 전시를 하고 있다. JTBC는 회사를 상징하는 작품을 로비 한편에 전시했다. 비어있는 브라운관에 JTBC의 콘텐츠가 다양한 이미지로 펼쳐지길 바라는 의미에서 JTBC 로고 컬러로 만든 ‘Coloring World’라는 작품을 설치했다.

방송 테마파크로 브랜드 홍보
KBS, MBC, SBS, JTBC, YTN 등 방송사는 로비를 통해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기도 한다. 브랜드 스토어 등을 열고 자사 로고 제품을 비롯해 ‘런닝맨’ 모자와 운동화, ‘무한도전’과 관련한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식이다.


체험관을 만들어 인기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곳도 있다. MBC는 드라마와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앞세워 로비에 방송 테마 파크인 ‘MBC WORLD’를 만들었다. 입장료를 내면 홀로그램 씨어터, 댄스 체험, VR 체험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마이 리틀 텔레비전’ ‘나는 가수다’와 같이 예능 프로그램명으로 된 부스를 돌며 실제처럼 스타와 함께 사진을 찍고 듀엣곡을 녹음할 수 있는 공간이다. KBS 역시 더빙체험, 뉴스앵커체험 등을 할 수 있는 방송체험관을 만들어 놓았고, YTN도 로비에 YTN의 역사와 가치, 철학 등을 담은 자료를 게시하고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상패·윤전기 전시, 추모공간 마련
각종 시상식에서 받은 상패나 윤전기 모형을 전시한 언론사도 있다. 한국기자상,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등 여러 시상식에서 받은 상패들을 전시한 한겨레와 해외영상제 등에서 수상한 상패들을 서점 앞에 진열한 MBC가 그 예다. 중앙일보는 강북공장에서 1977년부터 2004년까지 가동한 WIFAG 윤전기 모형을 전시했고, 매일경제도 본사에 설치된 윤전기 모형을 로비에 전시했다.


연합뉴스는 취재 중 순직하거나 부상을 입은 기자를 기리는 공간을 로비 한편에 마련했다. 2008년 12월2일 중국 옌지 출장 취재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순직한 조계창 기자의 유품과, 1983년 10월8일 전두환 전 대통령 서남아 및 대양주 순방을 취재하던 중 아웅산묘소 암살테러 사건으로 중상을 입은 최금영 사진부장의 카메라 등을 전시한 것이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생사의 기로에 선 순간에도 마지막까지 기자로서 사명감과 본분에 충실하려 했던 연합뉴스 기자의 정신을 귀감으로 삼고자 유품 등을 전시했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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