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기자들 "왜 회사는 우리에게 희생만 강요하나"

3~5년 젊은 기자들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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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기자들은 고달프다. 출근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퇴근시간은 기약 없어, 겨울이면 달을 보고 퇴근해 별을 보고 출근한다. 쏟아지는 일과 끊임없는 술자리에 시달리고 시달리다 주말이 되면 여가생활을 즐겨보려 하지만, 결국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하루 종일 잠만 자다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하는 삶. 하지만 그들의 노고는 너무나도 쉽게 묻힌다. 젊은 기자들은 젊기 때문에 그들의 고생과 희생은 당연한 것이 될 뿐이다. 기자협회보는 3~5년차 방송, 통신, 신문, 지역기자를 만나 그들의 진솔한 얘기를 들었다. 그들은 좋은 기자가 되고 싶다는 초심과 일할 기회를 준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고 암담한가.
A: 통신사 기자라 주어지는 업무량이나 책임이 과도한 게 제일 힘들다. 주말 중 하루는 근무를 해야 하고 설령 둘 다 쉬더라도 다음 주 업무준비를 해야 된다. 개인 생활을 할 시간이 거의 없다.
B: 기존의 취재 관행, 방법 등에 어쩔 수 없이 타협하는 것이 힘들다. 예를 들어 취재원 멘트 하나를 받아도 이 멘트 하나로 충분히 내용이 전달될까 그런 고민이 드는데 위에서는 그냥 넘어가거나 단독을 붙여 버린다. 그럴 때 참 힘들다. 
C: 개인적으로는 연애와 결혼이 큰 애로사항이다. 한 번은 소개팅 받으려는 친구가 직업이 기자라니까 싫다고 거절한 적도 있다. 한편으로는 신문 산업이 사양길이라 암담하다. 미래가 안 보이다 보니 이 일을 계속 하는 게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주위 친구들이 잘 나가는 걸 보면 상대적 박탈감도 느끼고 내가 이 일에 얼마나 애정을 갖고 살 수 있을까, 특히 언제까지 이 회사가 유지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한다.
D: 언론사들이 너무 투자를 안 한다. 예를 들어 해외 출장의 경우, 출입처에서 제공하는 외유성 출장이 아니면 언론사에서 전액을 부담하는 출장은 잘 안 보내주려고 한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그렇다는 건 알지만 언론사가 좋은 기사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투자는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업무 강도는 어떤가.
A: 보통 오전 6시30분까지 출근하고, 오후 8시쯤 퇴근한다. 바쁠 때는 새벽 2시에 끝나서 새벽 5시에 출근하기도 한다. 꼴딱 밤을 새는 수준이다. 술자리도 일주일에 3~4번은 되는 것 같다. 주말에 하루 쉬면 여가생활을 즐기기보다 그냥 하루 종일 잠만 잔다.
E: 나도 출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퇴근시간은 굉장히 유동적이다. 어두울 때 퇴근해서 다음날 새벽 어두울 때 출근하면 서글프기도 하다.
B: 소모된다는 느낌도 강하다. 기자라면 공부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시간이 거의 없다. 사람만 계속 만나다 보니 매몰된다는 느낌이 든다. 주요한 권한을 가진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몇 년 후에 과연 나의 생각이 신뢰할 만한 것인지, 몇몇 잘나가는 사람들의 얘기만 듣고 동화된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까봐 무섭다.
D: 최대 단점은 일하는 시간과 일하지 않는 시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애인하고 데이트 하는 도중에도 갑자기 사건이 터지면 기사를 써야 한다. 엊그제도 퇴근하고 쇼핑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선배한테 전화가 오더니 취재 지시를 내리더라. 허겁지겁 인근 카페에 가서 기사를 쓰는데 이런 식으로 일을 시킬 거면 야근 당번은 왜 정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언론사에서 퇴근 시간 이후에 당연한 듯이 기자에게 일을 시키는 문화는 확실히 없어져야 한다.



회사가 고생한 만큼의 노고를 알아준다고 생각하나.
A: 답이 정해진 질문이다. 전혀 알아주지 않는다. 아무래도 임금에 대한 불만이 크다. 가끔 타사 선배들이 너 정도로 일하면 지금 월급의 2배는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한다.
B: 업무 강도에 비해 임금 수준이 너무 열악하다. 특히 최근에 입사한 사람일수록 점차 임금 상승폭이 줄어드는 등 더 불리해지는 것 같다. 야근이나 휴일 근무도 수당을 주기는 하지만 차라리 수당 안 받고 하루 노는 게 나을 정도로 너무 적다.
C: 회사가 그런 노고를 알아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도 임금이 안 오르고 있다. 최근에 선배들이 많이 나가서 남은 사람들이 일을 나눠서 하고 있는데 임금은 전혀 오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휴가 쓰는 것조차 눈치를 주는 데스크가 종종 있다.
D: 나도 회사가 별로 알아주는 것 같지 않다. 나름대로 야근하는 사람들을 체크하기는 하는데 경제적으로도 보상을 해줬으면 좋겠다. 술 마실 때 “고생이 많지” 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최근 김영란법 합헌 결정이 나고 나서 기자들이 자기 돈 주고 취재할 일이 많아질 것 같은데 회사에서는 아직까지 취재수당 올려준다는 얘기를 한 번도 못 들어봤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춰 봐도 언론사의 대우는 형편없다. 식대도 안 나오고 야근수당도 제대로 안 준다. 최근 어느 통신사는 야근수당을 안 주려고 정치부에서 야근당번을 뺐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회사에 대한 애사심은 100점 만점에 몇 점이라고 생각하나.
E: 70점. 50점을 평균으로 봤을 때 그 아래는 개선 가능성이 없어서 그만둬야 하는 수준이라고 본다. 그래도 내가 다니는 곳은 아직까지 개선 가능성이 있는 것 같고 그만큼 오고 싶어 했던 언론사였기 때문에 문제가 있더라도 노력해서 고치고, 끝까지 이 회사에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B: 60점. 회사에 대해서 충성을 다하는 것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돈을 주고 기회를 줘서 고맙지만 회사가 잘못한 부분까지 다 받아들이고 그대로 행동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적어도 50점을 넘긴 것은 확실히 고마운 감정이 있어서다. 백수 생활을 겪어서 그런지 매일 아침에 누군가랑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좋다.
C: 어떤 조직이든 간에 속해 있으면 자부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우리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많이 없다. 그래서 50점 정도를 주고 싶다. 그나마 이름발이라도 있어 다니면서 대우를 받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좋아서 그 정도다. 
A: 나는 30점이다. 회사가 너무 당연하게 희생을 강요한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는 애사심이 높았지만 소통이 부재한 조직 분위기 속에 위에 대한 믿음이 없어지면서 애사심이 많이 사라졌다. 인사라든가 업무, 환경, 기자 복지 문제 등에 있어 별 기대가 없다.


이직이나 전직 생각이 든 적 있나.
A: 많이 했다. 전직보다는 주로 이직 생각이 컸다. 사실 어딜 가든 이상한 사람이나 안 좋은 점은 분명히 있을 거라는 걸 안다. 업무 강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회사에 대한 불만을 포함해 이것저것 겹치다보니 이직 생각이 많이 든다.
B: 나는 다른 경제지에 있다가 이 회사로 이직을 했다. 느낀 것은 굳이 이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면 기자의 일이라는 게 어딜 가든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차피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만 전직 생각은 가끔씩 한다. 기자 일이 너무 소모적이고, 잘 알지도 못하는데 아는 척을 많이 해야 할 때 그렇다. 진짜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일, 내가 무엇인가를 해왔고 남을 위해 더 좋은 일을 할 예정이라는, 태도가 명확한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C: 나도 아예 다른 직종으로 가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도망간 곳에 천국이 있겠냐마는 데스크와 마찰이 있을 때, 데스크가 부당한 지시를 내릴 때 내가 이런 사람 밑에서 일을 해야 하나, 이 사람 밑에서 뭘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떤 기자가 되고 싶나.
E: 욕을 먹었을 때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고 싶다. 기자라는 직업이 욕을 먹지 않을 수 없는 직업이지만 똑같은 욕을 먹더라도 기자로서 떳떳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취재도 똑바로 해야 할 것이다. 회사 생활 같은 경우도 소신을 갖고 떳떳하게 생활해야지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B: 언론사 시험 준비를 했을 때 글만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기사들이 있었다. 그런 기사를 쓸 수 있는 기자가 됐으면 좋겠다. 명확하고, 시의성 있고,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
D: 기자는 결국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생각거리를 많이 주는 기자가 되고 싶다. 또 기자 생활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람들에게도 좋은 사람으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최근에 출입처를 옮겼는데 그쪽 사람이 예전에 같은 부서에서 일하던 선배 안부를 묻더라. 그때 출입처를 옮겨도 취재원이 후배 기자에게 나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C: 기자의 가장 이상적인 태도는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겠다. 회사도 그에 맞춰 기자들의 근무 여건 등을 개선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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