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정현 녹취록' 침묵 비판한 기자 보복인사

정연욱 KBS기자 갑작스런 제주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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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최근 기자협회보 기고를 통해 ‘이정현 녹취록’ 보도에 침묵하는 자사 보도본부를 비판한 정연욱 기자를 제주도로 발령냈다. KBS 기자들은 이를 명백한 ‘인사보복성 발령’으로 규정하며 사측을 비판하는 성명을 잇따라 냈다. 


KBS는 15일 오후 경인방송센터 소속 정 기자를 KBS제주방송총국으로 발령냈다. 정 기자는 오는 18일부터 9월3일까지는 파견으로, 이후부터는 제주방송총국 소속이 된다. KBS 인사 체계상 현 소속 부서 근무기간이 6개월을 넘지 않은 경우 ‘발령’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형식으로 발령이 났다.


▲지난달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를 통해 공개된 '이정현-김시곤 육성 녹취' 영상 중 일부 갈무리. (오마이뉴스)


KBS 사측은 정 기자의 갑작스런 제주 발령에 대해 “인사 요인 발생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KBS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명백한 ‘보복성 발령’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 기자가 지난 13일 기자협회보 실명 기고를 통해 ‘이정현 녹취록’ 보도에 침묵하는 KBS보도본부와 본부 내 사조직인 ‘KBS기자협회 정상화를 바라는 모임’을 비판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정 기자는 지난 13일 기자협회보 <침묵에 휩싸인 KBS...보도국엔 '정상화' 망령> 기고가 나간 당일 출근 후 부서장을 통해 취업규칙 위반 등의 명목으로 정지환 KBS보도국장으로부터 ’사유서 제출‘ 요구를 받았고, 이에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번 인사는 정 기자의 실명 기고가 나간 뒤 이틀 만에 이뤄졌다.


KBS 기자들은 이번 인사에 격노하고 있다. 인사가 난 지 2~3시간 여만에 KBS경인방송센터 평기자들과 보도국 33기 기자, 언론노조 KBS본부 등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KBS경인방송센터 평기자들은 이날 오후 ‘또 다시 칼바람이 불었다’는 제하 성명을 통해 “단칼에 당사자에게는 어떤 언질도 없이 수백 킬로미터를 떠나야 하는 보복 인사가 이뤄졌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우리가 모두 알고도 모르는 척 이야기하지 않고 있던 그 이야기를, 기자들의 단체인 기자협회의 협회보에서 그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이런 식의 보복인사를 당하는 게 맞는 말인가”라며 “이 미친 칼바람을 당장 걷어치워라”라고 밝혔다.


보도국 33기 기자들은 ‘정녕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너무도 황망한 인사 발령이다. 급박한 인사 요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지원한 적은 더더욱 없다. 보도본부의 인사 관행에 비춰 봐도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전보 조치”라며 “주먹질도 링 위에서 해야 하지 않나. 지역국이 잘못하면 보내는 유배지인가.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치졸한 보복 인사, 고대영은 길환영의 전철을 밟고 싶은가'라는 성명을 내고 "정 기자는 신입기자들이 의무적으로 하는 지역 순환 근무를 순천방송국(12년~13년)에서 마쳤으며, 현 부서인 경인방송센터로 발령난 것도 지난 3월로, 채 6개월이 되지 않아 지역으로 다시 인사발령이 난 것"이라며 "오늘 인사 조치로 고대영 사장은 공영방송 KBS사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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