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히는 오피니언면, 그래서 진화하다

지면 늘리고 주제 스펙트럼 넓혀
사설·칼럼 넘어 전문 콘텐츠 풍성
분석·판단 담은 의견에 신뢰 반증
'기자 브랜드화' 긍정적 작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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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면이 진화하고 있다. 지면을 늘리고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신문이 독자에게 한 발 더 다가가고 있다.


올해 초 경향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 등은 오피니언면을 1면씩 늘렸다. 평일 기준으로 경향신문은 3면에서 4면, 세계일보는 2면에서 3면, 서울신문과 한국일보 오피니언면은 월·수·금요일마다 2면에서 3면으로 많아졌다. 다른 종합일간지를 보면 국민일보 2면, 동아일보 3~4면, 조선일보 3면, 중앙일보 4면, 한겨레는 2~3면이다. 경향신문과 중앙일보가 4면으로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신문사가 왜 오피니언면을 강화하는 것일까. 김후남 경향신문 여론독자부장은 “온라인 시대에서 신문지면의 속보경쟁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대신 어떤 사안에 대한 분석이나 판단을 담은 의견이 더 중요하다. 이런 ‘의견 저널리즘’ 강화를 독자들이 요구했고, 내부에서도 그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여러 종합일간지가 오피니언 지면을 늘렸다. 폭넓은 주제와 다양한 콘텐츠로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사진은 동아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캡처.

경향신문은 4면으로 증면한 뒤 폭넓은 주제, 다양한 분야 전문가의 글들로 눈길을 끈다. 오피니언면에 자주 등장하는 경제, 사회, 정치뿐 아니라 건축, 과학, 대중음악, 문학, 문화, 미디어, 미술, 여성, 영화, 우리말, 음식, 인권, 장애인, 종교, 환경 등 수십 가지 주제가 등장한다. 그만큼 필자도 다양하다. 여론독자부가 관리하는 필진만 150여명에 이를 정도다.


김후남 부장은 “협소했던 기존 오피니언면에서는 주로 시사적인 이슈만 따라가다 보니 독자들이 피로감을 느꼈다”며 “하지만 지면을 늘리면서 주제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여러 분야를 동시에 다룰 수 있고 감정적이거나 문화적으로 깊이 있는 글들도 싣는다. 필진 수만큼 다양한 시각의 글을 선보여 독자반응도 좋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오피니언면을 통해 ‘정책 특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월·수·금요일마다 ‘정책 오피니언면’을 더해 총 3면을 발행하는 중이다. 월요정책마당, 수요에세이, 금요포커스, IN&OUT 등 정책 입안자와 수용자의 글을 싣는 코너를 신설했다. ‘왜 이런 정책을 만들었는지, 해당 정책으로 얻은 효과나 부작용은 무엇인지’ 등을 당사자가 직접 설명한다. 필진은 전·현직 관료나 연구기관장, 정책에 영향받는 기업체 관계자 등이다.


김성곤 서울신문 부국장은 “오피니언면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공뉴스를 강조하는 서울신문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정책 오피니언면’을 신설했다. 필자와 독자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이달부터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직접 쓰는 자치칼럼을 선보였고 앞으로 순수과학이나 IT 관련 칼럼 등도 함께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오피니언면은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딱딱하고 어려운 사설이나 칼럼을 넘어 독자의 흥미를 끌 콘텐츠로 채워지는 중이다. SNS, TV 속 이슈와 사회 트렌드를 소개하는 코너도 그중 하나다. 경향신문은 매주 월요일 ‘지금 SNS에서는’, ‘지금 TV에서는’ 코너로 한 주간 SNS와 TV를 달궜던 이슈를 설명한다. 수요일엔 ‘핫 키워드’로 사회 이슈를 다룬다. 동아일보도 화제의 키워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담은 ‘○○ 톡톡’부터 ‘트렌드 읽기’, ‘SNS 민심’, ‘지금 SNS에서는’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일보엔 ‘유행어 사전’, ‘빅데이터로 세상읽기’ 등이 있다.


빽빽한 글 속에서 시가 등장하기도 한다. 중앙일보는 오피니언면 첫머리에 ‘시가 있는 아침’을 배치해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세계일보와 한국일보도 매주 월요일 각각 ‘김영남의 월요일에 읽는 시’, ‘이원의 시 한 송이’를 선보인다. 역사 관련 코너도 흥미롭다. 한국일보는 매일 ‘기억할 오늘’, 경향신문은 과거 자사 보도를 통해 한 인물을 되돌아보는 ‘그때 그 사람’, 조선일보는 ‘김명환의 시간여행’을 내놨다. 우리말 관련 코너도 많은데, 경향신문 ‘알고 쓰는 말글’, 한국일보 ‘우리말 톺아보기’, 한겨레 ‘말글살이’ 등이 독자를 반긴다.


논설위원의 장이라 여겨졌던 이곳에 ‘보통 기자들’의 진출도 두드러진다. 중앙일보와 세계일보 등은 기자 기명 칼럼을 다수 연재하고 있다. 주제는 전문 취재 분야부터 기자 개인의 관심사까지 다양하다. 이런 시도가 ‘기자 브랜드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오피니언면 확대 흐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사보다 전문가의 글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지면서 기자의 신뢰도가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또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언론은 전문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에디터 역할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깊이 있고 전문적인 콘텐츠를 원하는 독자의 ‘니즈’를 따라야 한다는 게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계일보 오피니언면 증면을 이끈 백영철 편집인은 “미래 신문지면에서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오피니언이 될 것”이라며 “글로써 정보와 관점을 전달하는 것은 기자의 숙명이다. 독자들이 전문성 있는 글을 원하는 만큼 기자도 세상의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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