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스캔들과 요미우리신문

[글로벌 리포트 | 일본]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교수

▲이홍천 도쿄 도시대학 교수

일본 언론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스캔들이 최근 연이어 벌어졌다.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들의 도박 스캔들이 그것이다. 이번 도박 스캔들은 야구계 내부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번 스캔들이 자칫 부수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신문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일본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은 요미우리신문의 계열사는 아니지만, 계열사라고 봐도 틀리지 않다. 요미우리 미디어그룹을 신문 출신들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고 구단 간부들도 요미우리신문 출신이 낙하산으로 많이 내려와 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현재 조간 발행 부수 937만부, 종업원 4715명, 29개 인쇄거점, 7200개 판매점, 299개 국내 지국과 26개 해외 취재 거점을 가진 거대 미디어다. 요미우리신문이 이처럼 거대 부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강압적인 구독권유, 세제나 화장지 등 경품을 제공하는 판매수법도 한몫 했지만 그중에서 프로야구 자이언츠전의 시합 티켓을 이용한 판매전략이 유효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요미우리신문 판매점들이 티켓을 독점적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일반팬들은 경기 티켓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요미우리전 티켓을 구하기 위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요미우리신문을 구독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번에 야구도박으로 적발된 선수들은 전원 요미우리 자이언츠 1군 선수들이다. 야구도박으로 인해 선수가 영구제명되기는 1969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1월에 투수 3명이, 올해 3월에 또 다른 투수 1명이 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구단내에 도박이 일상화되어 있다. 라커룸에서 마작이나 트럼프를 하는 것이 비일비재하고 판돈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 중 한명은 구단측의 거듭된 주의에도 불구하고 도박을 하다 적발됐다. 구단측은 도박 사실이 주간지에 보도되자 이들을 바로 제명처분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수순이지만, 구단대표와 감독이 사임하고 구단 수뇌부는 보수를 반납하는 등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 발빠르게 움직였다. 올 들어 4번째 도박 선수가 나오자 이번에는 구단 오너, 회장, 최고 고문 3명이 동반사임했다. 선수들 도박 문제로 사임하지 않을 수 없었던 요미우리의 감독도 3년 전에 여성문제와 관련해서 조직폭력단에 1억엔을 건넸다는 보도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전의 스캔들이 다시 주목받게 되면서 자이언츠에 대한 팬들의 불신감은 크게 증가했다. 최고 경영진들이 발빠르게 사임한 것은 자이언츠 팬들이 신문구독을 끊는 최악의 사태를 막아야겠다는 위기감에서 벌어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요미우리신문의 부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14년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오보로 아사히신문을 공격하기 시작한 이후 부수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무료지를 줄인 것도 부수감소로 이어졌지만 절정기의 1040만부를 다시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와타나베 쓰네요 회장의 신년사에서 1000만부 사수라는 말이 사라진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어린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특히 스타선수들이 대거 모인 요미우리 구단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다른 구단과는 달리 전국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타 구단의 스타 선수들도 자유계약이 되면 요미우리 구단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미우리는 거액의 연봉으로 이들을 유혹한다. 야구 티켓을 이용한 신문판매전략이 유용하기 위해서는 스타 선수들을 계속 끌어 모아야 하고, 계속해서 승리해야 한다.


그래도 신문부수 감소는 막을 수 없다. 요미우리신문만의 독특한 판매전략은 선수들의 도박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최근 각성제 소지혐의로 구속된 기요하라 선수도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보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도박, 각성제 등의 이미지가 독자들에게 각인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신문의 존재가치와 독자들에게 비쳐지는 신문의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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