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EBS이사 선임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차기 이사회 구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BS와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 구성에 이어 EBS이사 공모에도 뉴라이트, 친박, 자질부족 인사가 응모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이하 공추위)는 지난달 31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KBS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과정에서 권력의 방송 통제 요구에 굴복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번에는 EBS이사회를 불량 인사 집합소로 만들어 망가뜨리려 하고 있다”며 “교육방송 EBS에 자질 부족 인사는 절대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이 ‘자질부족 인사’로 지적하는 이는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구종상 전 방송통신심의위원,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 대표 등 3인이다. 안양옥 회장은 5기 EBS이사 시절 술자리에서 동료 이사와 몸다툼을 벌였다가 불명예 퇴진했다. 구종상 전 위원과 조형곤 대표는 정치적 편향성이 두드러진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구 전 위원은 ‘심의위원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는 법을 어기고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후보 지지 선언에 나섰고, 조 대표는 EBS를 좌편향 방송으로 규정하고 공교육을 뒷받침하는 공적책무의 민영화를 주장하는 인사다.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르면 EBS이사 9명에 대한 선임은 전적으로 방통위의 몫이다. 2명에 대해 교육부 장관과 교원단체(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각 1명씩 추천하지만 결국 9명 모두 방통위가 임명하는 식이다. 3년 전 구성된 5기 이사회의 경우 정부여당 추천 이사 7명, 야당 추천 이사 2명으로 이사진이 꾸려졌다. 현재 방통위는 지난달 21일 총 지원자 48명 중 37명을 후보자로 선정하고 이들의 결격사유에 대해 경찰청과 지자체에 확인을 의뢰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교육이라는 전문영역을 담당하는 EBS마저 ‘이념의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들어 ‘역사전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고, 최근 특정 사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움직임이 일면서 이런 지적은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이에 공추위는 지난달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기회에 방통위는 과감하게 기존 정부여당 편향 독점 구도를 깨뜨리고 비리와 자질부족으로 점철된 EBS이사회의 역사를 끝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공추위는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EBS이사회 내 최소한의 상호견제가 가능하도록 정부여당 독식 구조 개선 △엄밀한 선임기준 마련과 공개 △교원단체 추천 1인은 교총 외 다양한 단체들로 참여의 폭 확대 등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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