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극우' '친박' 이사…방송장악 의도 노골화
방통위, KBS·방문진 이사 선임
극우·정권 편향 인사 대거 포진
차기환씨 방문진서 KBS로 옮겨
보도 개입 이인호 이사장 유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13일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이사진 구성을 마무리했다. 언론계가 ‘부적격 인사’로 지목하던 이들이 대거 이사진에 합류했으며, 공영방송 이사로만 3연임을 하게 된 인사도 나왔다. 언론계 안팎에선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이 공영방송 장악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이날 제41차 전체회의를 열고 KBS이사후보 11명을 추천하고 방문진 이사 9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야권 추천 상임위원들의 인선 기준 마련과 ‘3연임’ 불가 요구가 여권 추천 위원들과 합의에 이르지 못 하면서 지난달 31일과 지난 6일, 지난 7일 등 세 차례에 걸쳐 파행을 맞았던 공영방송 이사 인선은 결국 무기명 투표를 통해 이사 명단을 확정하게 됐다.
KBS이사회에는 정부여당 추천 이사로 강규형 명지대 교수, 김경민 한양대 교수, 변석찬 KBS비지니스 고문, 이원일 변호사, 이인호 현 KBS 이사장, 조우석 문화평론가, 차기환 현 방문진 이사 등이 추천됐다. 야당 추천 몫은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권태선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대표이사, 장주영 변호사, 전영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등이다.
이번 인선으로 ‘3연임’ 공영방송 이사가 나왔다. 야권 추천 상임위원들의 3연임 반대 핵심에 있던 차기환 이사는 8기(2009년)와 9기(2012년) 방문진에 몸담았다가 이번엔 KBS이사로 추천됐다. 김광동 이사는 방문진에서 3연임을 하게 됐으며, 고영주 이사는 두 차례 방문진 감사를 맡았다가 이번엔 이사로 선임됐다.
이들은 친박·극우 성향을 여러 차례 드러내 언론·시민단체에서 대표적 ‘부적격 인사’로 거론한 인사들이다. 차기환 이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저격수를 자임하면서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게시글을 SNS에 퍼날라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김광동 이사는 지난 2013년 교학사 역사교과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우리 사회에서 역사는 의식화 교재라는 이름으로 좌파의 정치선전교재가 된 지 오래됐다”고 발언하는 등 대표적인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분류된다. 공안검사 출신으로 영화 ‘변호인’의 배경이 된 부림사건 담당 검사였던 고영주 이사는 세월호 참사 후 정부 두둔과 보도개입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며, 세월호 특별조사위 조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유족에 대한 수차례 비난으로 지탄받기도 했다.
아울러 김원배 이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냈던 정수장학회의 지지를 받는 ‘친박계’인사로 알려졌다. 이인호 현 KBS이사장은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자로 최근 KBS뉴스의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설’ 보도를 두고 원포인트 임시 이사회를 소집하는 등 취임 후 보도 개입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인물이다.
이 같은 인사들이 대거 차기 공영방송 이사진에 포함되면서 내년 4월 총선과 내후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권이 사전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론 형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공영방송사를 장악함으로써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차기 이사들은 당장 오는 11월과 내후년 3월 임기가 끝나는 KBS와 MBC의 사장을 선임하며, 임기(3년) 내 총선과 대선을 겪게 되는 것은 물론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2년6개월)와도 맞물려 이사로 활동하게 된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KBS 장악도 모자라 직접 통치하려 하는가’라는 성명을 통해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합의제 정신을 깨고 청와대의 뜻을 받들어 사상 최악의 부적격 인사들을 KBS에 투하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내년 총선과 후년 대선을 앞두고 KBS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해 정권재창출의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의 이사는 공익 실현에 적합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무시하고 극우 성향의 인사, 정권 편향적인 인사들의 이사 선임을 밀어붙였다”며 “공영방송은 권력 쟁취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권력자의 하수인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