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검사 비위를 취재 중인 세계일보 기자의 등기우편을 불법 개봉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이 우편물을 개봉하는 과정에서 제보자의 신원 및 제보 내용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언론인 사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일자 세계일보에 따르면 대검찰청 운영지원과는 지난 10일 세계일보 박모 기자를 수취인으로 한 등기우편물을 임의로 대리 수령했다. 이 우편물은 지난 7일 모처에서 발송된 등기우편물로, 모 지방검찰청 A차장검사 부인의 비위와 관련한 증거물이 들어 있었다. 등기우편물은 배달 당일 박 기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나흘 뒤인 14일 건네졌다. 뒤늦게 수취인에게 전달된 우편물은 겉봉이 뜯겨졌다가 비닐테이프로 다시 봉합된 상태였다.
세계일보는 이 기간 등기우편물이 대검 운영지원과와 대변인실을 돌았으며 누군가 고의로 우편물을 개봉해 내용물을 들여다봤거나 일부러 지연 전달했을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앞서 세계일보가 A검사의 비위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대검에 문의한 만큼 취재 내용이 노출된 상태였기 때문에 검찰이 우편물을 통해 취재 진척 상황을 파악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검찰의 언론인 사찰이 공공연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세계일보는 그간 비판적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에 대해 검찰이 비방용 헛소문을 퍼뜨리고 특정 기자의 동향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왔다는 의혹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 민감한 기사를 썼다가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기자에게는 검찰이 ‘취재원을 밝히지 않으면 언론사를 압수수색 하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수사행태를 보여 왔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검찰이 출입기자실의 우편물을 관리사무소가 아닌 대변인실 등을 거쳐 수취하는 방침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박 기자는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도 “심각한 사태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은 세계일보 보도와 관련한 기자협회보의 질의에 20일 공식 답변서를 보내왔다. 대검은 “진상을 확인한 결과 대변인실 직원이 통상적으로 기자실에 배송되는 간행물 등으로 착각해 서류 대봉투를 기계적으로 뜯으려다 수취인이 기자 앞으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도중에 멈춰 겉봉투가 일부 훼손된 것”이라며 “내부 서류가 거꾸로 되어 있어서 내용물의 일부라도 본 사실이 절대 없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기자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언론을 대상으로 사찰을 벌였다는 세계일보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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