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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에 문턱 높은 뉴스룸 보직간부

19개 언론사 평균 2.3명
국민·내일 등 5곳 아예 없어
주요 보직 손에 꼽을 정도
경영진 인식 바뀌어야

강아영 기자2014.11.12 00:35:11

“편집국 12부 부장과 논설위원 10인 중 여성이 한 명도 없는 사실에 유감을 표한다.” 지난달 23일 국민일보 여기자회가 낸 성명의 주요 내용이다. 전날 단행된 편집국 부장단 인사에서 여기자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국민일보의 한 여기자는 “그동안 여기자들이 보직부장 자리에 잘 오르지 못한 것은 물론 관행처럼 승진이 늦춰지는 경향이 있었다”며 “남성 기자들 중에서도 좋은 지적을 했다는 여론이 있다”고 말했다. 


남성 중심의 뉴스룸 문화가 개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여기자에게 ‘유리천장’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현재 주요 언론사의 여기자 비율은 평균 24.8%로 10년 전에 비해 2배가 늘었지만 보직간부를 맡고 있는 여기자는 수가 적은 것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등 주요 보직은 손에 꼽을 정도다. 


본보가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CBS KBS YTN 연합뉴스 등 19개 언론사를 조사한 결과, 11월 현재 보직간부를 맡고 있는 여기자는 총 4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2.3명 수준으로 여성 보직간부가 없는 언론사는 5곳에 달했다. 논설위원의 경우에도 평균 0.5명으로 12개 언론사에는 아예 여성 논설위원이 없었다. 특히 국민일보를 비롯해 내일신문, 서울경제, 아시아경제에는 부장급 이상 여기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직부장을 맡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 경제, 사회 등 주요 부서에 자리 잡은 여기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황정미 세계일보 편집국장, 김희원 한국일보 사회부장, 강경희 조선일보 사회정책부장 등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문화부, 국제부, 교열부 등을 맡고 있었다.


부장급 이상의 여기자들은 부장을 맡을 여기자 풀 자체가 협소해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언론사들이 적극적으로 여성 간부를 발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종합지 논설위원은 “예전에는 여기자 자체를 적게 뽑았고 부서도 여성적인 곳에 배치한 탓에 현재 커리어가 잘 관리된 부장급 여기자가 별로 없다”며 “2000년대 이후에는 여기자 채용이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부서 배치 불균형도 사라진 만큼 앞으로는 상황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회사가 여성 간부를 적극적으로 발탁할 필요는 있다”며 “젊은 여기자가 늘어난 만큼 그들에게도 롤모델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간부급 남성 기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종합지의 부국장급 간부는 “고위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성들은 여성 간부에 대해 데스킹 능력 등 실력은 우수하나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고 조직에 대한 충성도와 조직 장악력, 사외 네트워킹 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다”며 “실체를 살펴보면 남성보다 더 카리스마 넘치고 네트워킹을 잘하는 여기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성을 중심에 두는 경영진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사 경영진의 인식이 시대 흐름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며 “동시에 간부 진출을 앞둔 여기자들도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육아제도 개선 등 회사를 비롯한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여기자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경희 한국여기자협회장은 “업무량이 많고 야근이 잦으며 예측 불가능한 업무 특성 때문에 기자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힘들다”며 “특히 여기자들은 결혼·출산·육아 때문에 직장 이탈이 잦고 결국 중견기자 이상으로 생존하는 비율은 현재도 여전히 낮다”고 우려했다. 강 회장은 “시간과 돈을 들여 키워놓은 기자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은 큰 손실이라는 것을 언론사가 인식해야 한다”며 “여기자가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육아휴직 등 근무 환경이 전향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직부장을 지낸 한 여기자도 “육아제도 개선 등 사회 분위기 자체가 바뀌어야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며 “남성 기자가 육아휴직을 쓰는 등 육아 문제에 있어 남녀가 공평한 책임을 지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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