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훈령 확정 시점에 헌법소원 낼 듯
정부의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이 각 부처에 본격 시행되면서 일선 기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해 서울지방경찰청, 외교통상부, 건설교통부 등 일선 출입처 기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조처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17일 성명을 내고 경찰이 최근 공개한 취재 관련 지침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협회는 성명에서 “경찰의 이번 조처는 정부의 방침을 핑계로 관료조직 특유의 폐쇄적 본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경찰청 출입기자들이 이번 조처를 취재 제한 행위로 규정하고 전면 거부에 나선 것은 백번 정당하다. 기자협회는 이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정부도 이미 ‘지원’이 아닌 ‘통제’가 목적으로 드러난 만큼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의 일방통행식 강행을 중단해야 한다”며 “기자 사회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독선은 저항을 일으키고 자멸로 가는 지름길이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출입기자들은 16일 성명을 내고 경찰이 공개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취재 제한조치로 규정하고 이를 전면 거부키로 했다.
기자단은 성명서에서 “서울 시내 경찰을 담당하는 취재기자들은 이 지침이 사실상 경찰에 대한 취재를 완전히 봉쇄하고 경찰에 대한 언론의 감시 활동을 차단시키려는 의도가 반영된 `취재 제한조치’로 규정하며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과도 거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기자단은 “경찰 출입기자단에 소속된 기자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는 바이며 출입기자 등록 및 출입가능지역 제한 등 모든 내용을 전면적으로 거부한다”고 말했다.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 2군데 외에는 기자들의 출입을 금지하겠다던 경찰청은 기자들이 반발하자 교통계, 민원실 등의 출입은 허용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으나 출입기자들은 이 수정안을 거부했다.
경찰청 기자단은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현행 체제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일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간담회에서 이택순 청장은 기자들의 비판을 듣고 “일선 경찰들의 의견을 들은 후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교통부 기자들은 20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로 건설교통부 청사에서 강제로 밀려나게 된 상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들은 20일 ‘새 브리핑룸 이전 방침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에서 △기자 공무원간 사전 약속을 통한 대면접촉 △출입기자들과의 협의를 거친 보도유예(엠바고) 실시 △전화를 통한 취재원 접근 등을 보장하라고 정부 측에 요구했다.
국정홍보처는 이 성명에 대해 ‘궁색한 외교부 기자들의 주장’이라는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지금 기사송고실을 옮겨도 업무에 지장이 없으며 훈령을 통해 공무원의 성실한 취재응대를 명문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와 노동부, 과학기술부 출입기자들도 정부의 취재제한 조치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과천 종합청사는 13일부터 기사송고실 이전이 시작돼 다음주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의 이전은 9월 초 이후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자협회 특별위원회는 22일 서울지역 지회장단 회의를 열어 최근 일선 출입처별로 본격화되고 있는 정부의 취재제한 조처에 대응키로 했다.
특위는 총리 훈령이 확정되는 시점에 헌법소원에 들어갈 예정이며 신문·방송·인터넷 기자 각각 1명, 일반 시민 1명, 기자협회 1명, 공무원 1명으로 청구인을 구성할 계획이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