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 불어닥친 원격의료 바람
테크 업계의 새해로 불리는 CES(소비자가전전시회) 2022의 트렌드를 단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삶이다. 2021년에는 공급망 논란에 모든 기술들의 뿌리가 되는 요소기술(elementary technology)이 주목을 받았다면, 2022년에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상황이 지속되면서 삶의 질을 높여주는 라이프 테크들이 급부상했다.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와 8년째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테크 콘텐츠 기업 스토리테크의 로리 슈워츠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많은 사
사도광산의 모순, 일본의 무모함
어둡고 거친 바다를 지나 사도섬에 도착했다. 인적 드문 여객선 터미널을 통과하며 벽에 붙은 포스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부유선광장(浮遊選鉱場)에서 야간 라이트업 행사를 한다는 내용이다. 부유선광장은 광산 마을을 발아래 두고 바다를 직접 마주한 곳이다. 근대의 콘크리트 시설물들이 주변을 압도한다. 취재를 위해 이틀 저녁을 연이어 찾아갔지만 사람은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몇 개의 조명만이 불빛 색깔을 바꿔가며 차가운 콘크리트 더미를 비추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사도광산의 기괴한 풍광이다.광산을 향해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CSU-미디어사건'과 공영방송의 독립
2012년 10월 쥐트도이체차이퉁(Sddeutsche Zeitung)은 당시 바이에른주 재무장관 대변인이 여러 언론사에 연락을 취해 바이에른주 사민당(SPD) 전당대회에 관한 보도를 방해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따르면 그는 ZDF(제2공영방송) 보도국에 전화를 걸어 뉴스에서 SPD 전당대회를 다루지 말 것을 요구했고, 같은 날 ARD(제1공영방송)에도 연락을 취해 관련 보도 계획을 문의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공영방송사인 BR(바이에른방송)이 재무장관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관련 성명을 비판하는 보도를 내자 재무장관 대변인이 저널리즘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위드 코로나' 계속 가는 두바이
며칠 전 일이다. 비행을 다녀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회사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같이 비행했던 한 승무원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면서, PCR 테스트 결과를 첨부해 회사로 보내라는 것이었다. 곧바로 PCR을 하러 근처 병원으로 갔다. 하지만 이미 다른 사람들이 빽빽하게 늘어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 모두가 PCR검사를 하러 온 사람이라는 걸 알고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파였다. PCR검사를 받는데 3시간, 결과를 통지받는 데까지 48시간 이상 걸리고 말았다. 최근 두바이 내에 코로나19가 빠르게 재
브라질, 다시 축구와 정치의 시간
브라질은 4년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축구대회와 대통령 선거라는 2개의 큰 행사를 치른다. 20여년 간의 군사독재정권이 종식되고 1980년대 중반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 공교롭게도 월드컵과 대선이 같은 해에 열리고 있다. 브라질 국민은 축구와 선거 때문에 4년에 한 번씩 환희와 좌절을 맛보고 있는 셈이다.올해는 빅 이벤트가 연말에 몰렸다. 10월 한 달간 대선 정국(2일 1차 투표30일 결선투표)이 이어지고 새 정부 출범 준비가 한창일 무렵인 11월21일부터 12월18일까지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진행된다. 월드컵은…
中 애국기사 제조기 환구시보의 정치학
중국에서 애국기사 제조기로 불리는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61) 총편집인(편집국장)이 돌연 은퇴를 선언해 화제다. 중국 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며 베이징 지도부의 신임이 두텁던 그였기에 퇴진은 숱한 추측을 낳았다.1948년 중국 공산당 기관지로 출발한 인민일보는 1980년대부터 전 세계로 해외 특파원을 보냈다. 그런데 인민일보는 지금도 평일 20면, 주말 8면에 불과할 만큼 지면이 적다. 특파원 상당수가 일주일에 한 건도 기사를 쓰지 못하고 허송세월했다. 이에 회사가 거액을 들여 각국으로 파견한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수
1월6일 최악의 가상 시나리오는 쿠데타?
지난 9일, 선거 사기, 외국 세력의 개입, 1월6일을 위한 가능한 조치들 (Election Fraud, Foreign Interference Options for 6 JAN) 이란 제목의 36 페이지 분량의 파워포인트 문서가 트위터를 뜨겁게 달궜다. 미 국회의사당 폭동 하루 전인 지난 1월5일에 작성된 것처럼 보이는 이 문건에는 2020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허위 정보들과 선거 불복을 위한 극단적 계획들이 상세히 담겨 있다.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상당한 표 차이로 선거에서 이기고 있었으나
메타버스와 저널리즘의 미래
미국 혁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에선 오늘날 메타버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다음 세상은 메타버스가 차지할 것이라는 테크 업계의 확신 때문이다.메타버스는 여러 방면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헤드셋부터 비디오 게임, 디지털 스포츠 카드를 사고파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가상현실, 인공지능 반도체 칩과 3D 엔진 솔루션까지 셀 수 없는 영역들이 메타버스라는 깃발 아래 모여들고 있다.마치 사물인터넷(IoT)이나 인터넷이 어떤 특정 산업을 콕 집어 가리킬 수 없듯
일본 코로나, 급증과 급감 사이
도쿄올림픽이 열리고 있던 지난 여름. 당시만 해도 도쿄에서는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수천 명씩 발생했다. 자가격리 중이던 신주쿠의 호텔 앞 거리는 확진자가 괜히 많은 게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뤘다. 비좁은 가게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새벽까지 음주를 즐기는 일본인들. 올림픽 취재를 위해 일본에 들어온 유럽의 외신 기자들은 신기한 듯 그들의 일탈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코로나 이전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행동하던 사람들이었지만 오히려 노마스크가 쉽게 눈에 띄었다. 문을 연 술집을 찾지 못한 넥타이
'신호등 연정'은 작동할 수 있을까?
우니온(기민당-기사당)이 이끌던 독일연방의 대연정이 끝나고 이제는 신호등 연정(사민당-녹색당-자민당)이 등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9월에 치러진 연방하원선거 직후 우니온은 자메이카 연정(우니온-녹색당-자민당)을 거론했지만 녹색당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무산되었다. 신호등 연정과 자메이카 연정은 각 정당 고유의 색깔에서 나온 것이다. 신호등 연정은 사민당(빨강), 자민당(노랑), 녹색당(초록)으로 구성된 연정을, 자메이카 연정은 기민기사당(검정), 자민당(노랑), 녹색당(초록)으로 구성돼 자메이카 국기를 닮은 연정을 말한다. 자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