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211) 여정의 끝에서, 다시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회사, 집. 다시 회사, 다시 집. 같은 동선을 반복하며 대학원 논문이라는 낯선 여정을 병행했습니다. 순간을 좇는 일은 익숙했지만, 지식을 되짚고 한 글자씩 구조화하는 작업은 또 다른 이름의 고독이었습니다. 할 수 있을까? 자신 없는 질문을 품은 채 스스로와 씨름했습니다. 흔들릴 때마다 자전거로 국토를 종주했던 기억을 떠올
[뷰파인더 너머] (210) 인생론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어쩌면 사소한 게 소중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 지금 당장 긴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들이 그렇다. 나의 생활 속 소소한 일에 감각을 집중하면 어느새 마음이 환하게 밝아진다.밖에서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도 길가에 핀 꽃을 들여다보고 감동한다. 허리를 펴 하늘을 한번 본다. 매일 타는 버스 기사님께 오늘도 무사히 집
[뷰파인더 너머] (209) 자전거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자전거는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 곳곳의 거치대는 자전거로 빼곡하지만, 그중 상당수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멈춰 있다. 타지도 않고, 정리되지도 않은 채 방치된 자전거들. 사람들은 왜 자전거를 쉽게 버리지 못할까.자전거엔 시절이 담겨 있다. 처음 페달을 밟던 날의 긴장과 떨림,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섰던 용기와 극복
[뷰파인더 너머] (208) 선생님 사랑해요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전교생이 100명이 안 되는 원도심 초등학교 운동장을 걷던 내 눈에 6학년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에 담았다. 잠시 학교 운동장 벤치에 앉아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는 교육 현장의 모습을 생각했다.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옛말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예
[뷰파인더 너머] (207) 6·25가 앗아간 신혼사진, 75년 만에 찍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7일, 대구 팔공산 자생식물원. 연보라색 꽃들이 만개한 숲속 정원에서 흰 웨딩드레스와 검은 턱시도로 단장한 노부부가 나란히 앉았다. 신부는 하얀 부케를 들었고, 신랑은 단정한 나비넥타이에 흰 장미를 달았다. 마주 보며 웃는 두 얼굴 사이로, 긴 세월을 건너온 사연이 고요히 흐르고 있었다.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해.
[뷰파인더 너머] (206) 가시밭길을 지나며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힘든 일이 찾아올 때마다 가시밭길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한다. 10대 후반, 기자가 되고 싶어 조언을 구하기 위해 찾아간 한 선배는 가시밭길이라며 나를 만류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선배의 한마디가 와닿았다. 견고하다고 믿었던 몸과 마음은 쉽게 금이 가고 망가지기 일쑤였다.반복되는 침식에 체념했을 무렵 영화 브루탈리스트를…
[뷰파인더 너머] (205) 보정은 기술이지만, 절제는 태도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대선 후보들의 벽보 사진이다. 사진은 선명하지만, 후보들이 내세운 고유의 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부는 색이 검게 타 얼굴조차 식별이 어려울 정도다. 후보정의 결과다.한 보도사진 심사위원은 사진에 적용된 보정 방식에 대해 문제없다며 대비의 적극 활용을 권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단순한 대비 조정을 넘어, 샤프니스(선명도
[뷰파인더 너머] (204) 낯선 눈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날씨 스케치를 좋아한다. 집요하게, 조금은 애타는 마음으로(?) 길을 지나는 사람을 바라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또 재밌는 것은 계절마다 겹치는 취재라 똑같은 걸 찍는 것 같지만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얼마 전 비 스케치를 하기 위해 거리의 풍경을 눈으로 훑고 있었다. 그날은 희한할 정도로 비가 그쳤다 내리기를 반
[뷰파인더 너머] (203) 바라지 않아도 충분한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별똥별인 줄 알았다. 어두운 하늘을 가로지르며 길게 그어진 하얀 선.비행운이었다. 어딘가로 멀어져간 비행기가 남긴 흔적. 빛도 없고, 소리도 없고, 그저 아주 천천히 흐려지는 선 하나.조금은 아쉬웠지만, 이상하게 오래 바라보게 됐다. 금세 사라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참을 머물렀다. 처음보다 흐릿해졌지만, 꽤 오랫동안 밤
[뷰파인더 너머] (202)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사진기자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 봄이 찾아오면 막걸리와 안줏거리를 챙겨 늘 가던 곳이 있었다.겨릿소(안소마라소)가 겨리질(두 마리의 소가 끄는 쟁기로 논밭을 가는 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몇 해를 그렇게 소가 있는 마을을 찾았다. 여느 때와 같이 봄이 찾아왔고 변함없이 마을을 찾았다. 밭에서는 한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