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결혼식과 언론보도
사람들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지하철 결혼식’이 대학생들의 연극으로 밝혀지면서 허탈해하거나 심지어는 분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성금을 모아 신혼여행이라도 보내주자”던 인터넷상의 일부 움직임도 한순간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그러나 이제 한번 되짚어보자. 이번 일이 누구의 책임인가?비록 연극임을 밝히지 않은 잘못은 있지만, 대학생들이 온 국민을 상대로 가증스런 사기극을 벌인 것인가? 아니면 우연히 그 장면을 보고는 자신도 진짜라고 믿고 감동을 나누기 위해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린 사람이 죄인인가? 그도 아니면 인터
한국기자상이 준 특별한 의미
영예의 제37회 한국기자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우선 수상자 모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취재, 기획, 지역기획, 전문보도 부문에서 본상 7건과 특별상 1건. 이는 기자사회의 자랑이다. 비록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후보작 모두에게도 지난 한해 기자사회의 소중한 성과였다는 의미에서 함께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한국기자상은 우리나라 기자들이 은근히, 또는 드러내놓고 ‘가장’ 탐내는 상이다. 어느 특정한 단체나 매체가 아니라 기자사회 전체가 인정하는 기자상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선정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심사위원들의 노고에…
에디터제, 편집기자 의견수렴 우선돼야
올 들어 신문업계에서는 에디터제 도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편집국 지면개편과 조직혁신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절묘한 카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에디터제란 편집국내에 소편집국을 여러 개 두는 제도. 정치·경제·사회·문화담당 에디터 등을 두고 이들이 기획, 취재, 교열 그리고 편집을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는 물론 우리에게 낯선 제도는 아니다. 중앙일보는 2004년 9월 일부 부서에서 이 제도를 시범적으로 시행하다 올해부터 편집국 전체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도 고참기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 제
대통령 연설과 방송의 자율
노무현 대통령의 18일 신년 시정연설 생중계 방송을 놓고 언론계 내외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대통령의 새해 연설이 황금시간대인 저녁 10시에 행해진 데다 기자회견은 별도 일정으로 잡혀있어 이번 연설은 여러 면에서 새로운 시도였다. 연설 도중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 사회 안전망, 일자리 창출, 사교육 대책 등 중요 이슈를 언급했고 여러 도표를 사용해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는 초청된 청중의 박수에 여유 있게 감사를 표하는 등 종전보다 호소력 있는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 대통령의 연설은 여러 차례 치밀하게 준비하고 연습한 듯했다
시니어 기자는 어디로 가는가
뉴미디어의 격랑이 거세다. 안방극장은 간편한 손안의 극장으로 변하고 뉴스는 천지사방에서 흐르고 있다. 길을 걷다가도 실시간 인터넷으로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점검하는 시대가 되었다. 미디어산업에 원동력을 제공하는 광고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웹 신문의 광고매출이 비온 뒤 대나무 자라듯 크고 있다. 이제 광고주들은 인터넷 수용자를 최적의 타겟으로 삼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 인쇄매체의 광고수입은 감소하고 있다. 하다 못해 지상파TV의 광고매출도 정체 후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신문 광고수입은 2018년이면 오프라인미
‘황우석 사태’와 언론 자화상
독일의 원자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는 물리학의 역사에서 천재 중의 천재로 불리는 인물이다. 1925년 고전물리학의 결정론적 사고체계에 중대한 전환을 불러온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표했을 때 그의 나이가 24세, 그리고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을 때의 나이가 31세였으니 그런 평가를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가 남긴 자전적 기록을 보면 노벨상을 수상한 이후에도 그의 후속 연구는 과학계의 엄중한 비판에 직면했으며 하이젠베르크 자신은 그런 비판에 남모르게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당대 최고의 과학자라는
‘PD저널리즘’ 때리기 지나치다
황우석 교수 관련 의혹을 취재한 MBC PD수첩의 비윤리적인 취재 방식이 드러나면서 MBC와 PD수첩에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PD수첩이 추구하는 진실이 제 아무리 거룩할지라도 그 진실을 향해가는 발걸음이 직업윤리를 짓밟았다면 그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비난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PD저널리즘’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PD저널리즘’은 취재의 기본이 안된 저널리즘 형태라느니 여론조작과 대중선동의 저널리즘이라느니 하는 비난들이다. 그런데 ‘PD저널리즘’이 실제로 그렇게 문제투성이에 백해무익
춤추는 언론보도, 증폭되는 국민불신
MBC의 사과방송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는 ‘황우석’ 관련 보도를 접하는 우리들의 심정은 국민들 못지 않게 착잡하기 그지없다.세계 과학계를 흔들어 놓은 황 교수의 업적이 뒤늦게 소모적 논쟁에 휘말리는 점도 안타깝지만, 취재·보도 과정에서 국내 언론들이 보여 준 중구난방식 추측보도는 우리에게 더욱 큰 자괴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사실 여부를 떠나 논란의 한 가운데 선 황 교수는 수일 째 연구실을 비워 놓은 상태이고, 추측보도로 촉발된 황 교수에 대한 논란은 국익 차원으로까지 번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앞서 세계적…
후보들에게 바란다
제40대 한국기자협회장 선거에 6명의 후보가 나섰다. 반갑다. 기자 사회에 대한 애정을 갖고 기자 동료들을 위해 심부름을 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많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다. 여러 사람 중에서 어렵게 뽑힌 일꾼은 앞으로 일을 추진하는 힘을 얻기가 쉽다. 공정한 경선 과정을 통해 훌륭한 일꾼이 뽑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6명이나 나서다 보니 과열 경쟁을 통해 잡음이 생길까봐 저어되는 것도 사실이다. 각종 선거 과정을 보도하면서 그것의 흠을 비판해왔던 우리가 스스로 혼탁 양상을 보인다면 시중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후보들은 이…
‘경호원’은 기자직을 버려라!
최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검찰 소환 앞뒤로 중앙일보 일부 기자들이 보여준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홍 전 회장은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삼성그룹으로부터 거액의 대선 자금을 받아 이회창 후보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이 이른바 안기부 도청과 ‘엑스파일’을 통해 드러났다. 언론사 사주의 신분을 망각한 채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그 이후 그의 처신은 우리를 더욱 실망시켰다. 당시 주미 대사로 재직하던 그는 대사직에서 물러난 뒤 귀국을 차일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