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불법사채라는 소재만 정하고 시작한 취재였습니다. 피해자들은 취재팀에게 처음엔 불법사채인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처음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습니다. 은행이나 카드사가 아닌 곳에서 담보도 없이 돈을 빌리면서 불법인 줄 몰랐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았습니다.취재를 진행해보니 괜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모르는 게 당연했습니다. 불법사채 업자들은 온라인 대부중개 플랫폼에서 정식 대부업체의 간판을 내걸고 영업 중이었습니다. 이처럼 합법의 가면을 쓴 불법사채 업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정부는 물론 불법사채의 세계를 잘 아는 전
[이달의 기자상] 광부엄마
올해 태백 장성광업소가 폐광했다. 내년에는 삼척 도계광업소가 폐광한다. 폐광은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현대사와 산업화 과정에서 석탄산업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폐광지역은 소멸위기에 처했다.1988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시행 이후 수십여년 간 탄광촌, 폐광지를 조명한 수없이 많은 기획보도와 다큐물들이 쏟아져나왔다.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 속 깊이 폐광지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었다.한국 현대사에서 여성과 엄마는 희생의 대명사였고 폐광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광산에서 사고로 남편을 잃었지만 아이들의 생계를…
KBS '얼차려 훈련병 가혹행위 사실확인' 보도, 규정 벗어난 점 보여주며 사건 흐름 주도
제405회 이달의 기자상심사에는 69편이 출품돼 4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평소보다 출품작이 많았으나 수상작은 적은 편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44주년을 맞아 기획보도 신문통신,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으로 4편의 우수한 기사가 올라왔으나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트로트가수 김호중씨의 음주 뺑소니를 다룬 기사를 놓고서도 심사위원들의 열띤 토론이 있었지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13편이 경쟁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KBS의 얼차려 훈련병, 가혹행위 사실확인이 최종 선
[이달의 기자상] '얼차려' 훈련병 가혹행위 사실확인
먼저, 이 사건으로 순직한 故박 모 일병(추서 전 훈련병)의 명복을 빕니다.누군가가 생명을 잃은 사건을 취재해 기자상을 받게 돼 면구한 마음입니다. 박 일병과 그 가족께 죄송하고, 한국기자협회와 동료 기자들께는 감사를 드립니다.박 일병 사망 사실을 알게 된 건 지난 5월26일 일요일 저녁입니다. 당시 SNS에서 박 일병 사망과 관련한 소문이 돌자 육군은 선제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육군은 기자단에 유가족분들이 언론보도를 희망하지 않는다며 보도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고 밝혔습니다.현재 박 일병 유가족이 군인권센터의 조력을 받으며 박
[이달의 기자상] 윤석열 정부 예비비 사용내역, 조서 입수
이렇게까지 알려 달라고 하는 분 처음 봐서요. 그게 왜 궁금하세요?모든 취재가 그렇지만 우여곡절이 많았고, 쓰고 나서 아쉬웠습니다. 비슷한 실랑이를 한 50번 했고 여러 번 찾아가 사정했습니다.몇 번이고 확인한 숫자, 어렵게 받아 꾸깃꾸깃해진 예비비 사용 내역과 조서이지만 기사엔 다 못 담았습니다. 생업이 걸린 분들의 당부가 아른거렸기 때문입니다.예비비는 정부 비상금입니다. 급할 때 쓰라고 마련해 두는 비상금도 엄연한 정부 예산이지만, 이 사용이 적절했는지 따져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선 사용 후 심의 구조인 데다가 1년이 지나
[이달의 기자상] 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
소방관이 죽으면 소방청이든 언론이든 일단 영웅부터 만들어요.(순직 소방공무원 추모기념회 김종태 사무총장)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 최초 기획 방향은 지난 1월 발생한 경북 문경공장 화재 50일을 맞아 순직 소방관들의 생전 모습과 영웅적인 면모를 담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 할수록 어쩌면 이들의 죽음이 사고가 아닌 인재일 수도 있겠다는 의문이 쌓여갔습니다.기획 방향이 완전히 틀어진 건 소방청이 지난 3월 순직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였습니다. 발표 자료에는 일부 소방 대응의 문제점이 적
[이달의 기자상] 여고생 사망 - 합창단 연관 의혹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몸담게 된 종교에 자유를 박탈당한 채 여고생의 찬란한 청춘은 꽃피우기도 전에 폭력과 억압 속에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열일곱, 세상을 등지기에는 너무 어리고 눈부신 시절이다. 여고생은 심각한 인권 침해와 불법 행위로 통제되는 방식에 익숙해진 신도들로부터 외면당한 채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다.장기간 학대에 시달리다 숨진 여고생의 손목에는 결박된 흔적이 있었고 온몸에는 멍이 있었다.교회는 처음부터 학대 행위가 없었다며 신도 범행은 물론 조직적 학대 의혹을 부인해왔으나, 많은 이들의 용기 덕분에 교회의 숨겨진 추
매경 '실손보험 대해부' 기획, 풍부한 사례와 함께 의료체계 왜곡 원인 진단
10개 부문 45편이 응모한 404회 이달의 기자상에선 어느 때보다 지역 방송사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평소 굵직한 단독기사가 넘치던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5편이 도전했으나 한 편의 수상작도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웠다. 그러나 수도권 경쟁매체들에 비해 취재 환경이 열악한 지역 방송사들이 적잖은 수작을 냈다는 사실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먼저 경제보도부문 수상작인 매일경제신문의 실손보험 대해부는 풍부한 사례와 함께 독자들이 궁금해할 이모저모를 잘 짚어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의료대란의 와중에 실손보험 문제가 제기됨으로
[이달의 기자상] 실손보험 대해부
실손의료보험이 의료 시스템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실손보험 비급여 보험금을 악용해 돈벌이를 하는 상황이 확산되면서 대학교수나 전공의 등이 황금을 좇아 개원가의 인기과로 빠져나가고 있고 3차병원에서 고급인력이 줄고 있습니다. 실손보험 대해부 시리즈를 준비하던 우리에게, 한 의사의 용감한 고백은 기사의 방향을 잡는 데 큰 힘을 실어주었습니다.가입자가 4000만명에 달해 국민보험이나 다름 없는 실손보험은 그동안 보험사기, 보험금 누수 같은 문제들을 양산해왔습니다. 그동안 나왔던 여러 기획들도 이 같은 보험금 누수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우리
[이달의 기자상] 산 자들의 10년
두렵고 막막했습니다. 10주기를 맞은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쓰기로 했을 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참사 조사 때 참여한 전문가나 유가족 등을 만나 여러 뒷얘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모든 기사가 그렇지만 참사 10주기 기획물만큼은 더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길 바랐습니다. 평범한 독자들이 세월호 이야기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기사가 되길 바랐습니다. 기사를 읽고 내가 알던 것보다 훨씬 깊고 중층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