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전청조 사기전과 판결문 입수
펜싱 레전드 남현희가 깜짝 결혼을 발표했습니다. 예비 신랑은 미국에서 태어난 재벌 3세 전청조. 두 사람은 한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펜싱 교육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전청조? 재벌 3세? 혼외자? 남자? IT사업? 승마? 펜싱? 교육사업? 그 무엇 하나 명쾌하지 않았습니다. 기시감이라고 할까요? 마치, 전준주(낸시랭 전 남편)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전청조를 수소문했습니다. 그에 대해 의심할 무렵, 피해자들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강화도, 제주도, 곤지암, 원주 등을 돌며 수십 명의 피해자를 만났습니다. 피해자들의 자료도 꼼꼼히
[이달의 기자상]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한국에선 술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란 어렵습니다. 술 한 잔에 금세 도타워지는 우리네 관계가 그렇죠. 그러다 문득 자주 가던 식당 냉장고에 전통주가 단 한 종류도 없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외국산 주정에 물을 탄 희석식 소주, 외국산 홉으로 만든 맥주, 그리고 외국산 쌀, 밀가루로 만든 막걸리가 그렇죠.왜 우리네 식당엔 정작 우리술이 없을까요? 기획은 그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전통주가 전체 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밖에 안 됩니다. 식당을 100군데는 넘게 돌아다니며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언론이 전통주를 다루던 탐방기에서…
[이달의 기자상]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안 될 거예요라며 고개 젓던 취재원이 정부도 전국단위 악취 민원과 실측결과를 통합한 지도를 (안 만드는 게 아니라) 못 만들고 있다. 지자체와 부처 간 자료 공유를 가능케 할 어떤 법근거도 없기 때문이라고 귀띔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길이 보였습니다. 전국 200여개 지자체에 하나하나 연락해서 5년간 악취 민원과 그 민원에 대응한 실측결과를 수집하는 것이었습니다.어쩌면 안 될 거예요의 연속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민-악취배출사업자-공무원 3자의 이야기를 듣자는 포커스그룹인터뷰를 준비할 땐 조사의 난도 때문에 어렵겠다는 업체 측 반응을
[이달의 기자상] 이태원 참사 1년, 1만2000쪽 수사기록 분석
왜 159명이 목숨을 잃게 됐을까. 왜 예방하지 못했을까, 왜 112 신고를 놓쳤을까. 또 피해는 왜 이렇게 커졌나. 파행으로 진행된 국정조사로도 의문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형사기록에 어떤 팩트가 담겨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일찌감치 팀원들과 사건 관계자들을 접촉했습니다. 대다수는 MBC 기자에 대한 잇단 수사로 자신이 노출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다행히 보도 취지에 호응해준 의로운 취재원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수사기관은 강제 수사로 방대한 물증을 확보합니다. 대신 형사 처벌을 목적으로 팩트를 재구성합니다. 팀원들과 상의한 원칙은 이렇습
[이달의 기자상]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는 댐 건설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 법 개정 움직임까지 이끌어낸 보도로 지역언론의 역할을 다한 사례이다. 언론을 중심으로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이 연결돼 지역언론의 존재의 이유를 증명한 경우이기도 하다.소양강댐이 들어선 지 50년이 됐지만 피해는 여전하다. 당시 2만명에 가까운 도민들이 댐 건설로 고향을 잃었다. 양구와 인제는 하루아침에 육지 속 섬이 됐다. 그리고 반세기가 지났다. 댐은 지역사회를 지우고 지역을 나누고 물과 관련한 새로운 갈등을 초래했다. 소양강댐 준공 50주
[이달의 기자상]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
올해 초, 동료와 이야기하다 요즘 2030대 여성이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9를 찾아다닌다고 들었습니다. 그냥 병원 가서 맞으면 되는 거 아닌가? 물정 모르는 대답부터 나왔죠. 사실 병원 갈 일이 없다 보니 비급여 진료비 제도를 몰랐던 겁니다. 가다실9 가격이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보니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이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병원을 찾아다니기 위해 블로그 정보를 검색하고 가격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급여 진료비를 이미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의사 관련 단체 항의로 가격 비교가 어렵게
[이달의 기자상] 디스패치 '전청조 사기전과 판결문 입수 外' 등 6편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23일 제398회(2023년 10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디스패치의 남현희 예비신랑은, 여자전청조, 사기전과 판결문 입수 外 보도 등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사장 황태연)과 함께 선정하는 2023년 4분기 생명존중 우수보도상에는 MBN의 벼랑 끝 자살대책 / 자살대책, 뭐든지 해야 한다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30일 오전 11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 ◇ 취재보도2부문△ 디스패치
경향 '김행 장관 후보자' 보도, 자질·도덕성 검증으로 인사청문회에 큰 영향
제39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62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6개 부문에서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10편이 응모한 취재보도부문에서는 복수의 장관 후보자 인사검증 보도, 그리고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검증 보도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모두 수상 자격이 있었지만, 심사 결과 경향신문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검증 보도를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하는데 심사위원단 이견이 없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검증 일련의 보도는 김건희 여사와 친분설의 실체 추적에서 시작해, 창업한 회사의 주식 파킹 의혹, 위키트리의 선정
[이달의 기자상]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검증
남편이 주식을 누나한테 사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주식 파킹 의혹에 대한 첫 보도를 하는 계기가 되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이었습니다. 직무관련성이 있어 팔아야 하는 주식을 배우자의 가족에게 넘겼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처음 취재할 때는 단순히 김 후보자의 장황한 해명에 운 좋게 취재 단서를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장관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시작한 끈질긴 취재가 없었다면 포착하지 못했을 실마리라고 생각합니다.김 후보자가 검증을 가짜뉴스라고 매도할 때마다 검증의 가치를 되새겼습니다. 인선이 곧 권력이
[이달의 기자상] LH 아파트 외벽 철근 누락
감리 시스템이 정상 작동되어 조기에 문제를 발견했고, 안정성이 검증된 보강공사를 시행 중에 있음. 이번 사안에 대해 LH가 내놨던 입장입니다. 취재 내내 LH를 비롯한 설계업체, 감리업체 등 여러 건설현장 사람들을 만났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습니다. 이런 일은 현장에서 비일비재한데, 물정 모른다는 식의 얘기도 들었습니다.건설현장에 퍼진 이 같은 안전불감증이 계속 취재를 뚫어나갈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번 사안은 결코, 단순히 철근이 얼마만큼 빠진 부실시공의 문제가 아닙니다. 언젠가 그 집에 들어가 살아야 할 이들에게 생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