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보수화 외면, 언론은 괜찮은가?
아예 포기해버린 걸까. 대법관 4명이 한꺼번에 바뀌는데 대형 교통사고 수준으로도 기사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이 퇴임할 때보다도 언론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법관이 어떤 사람이 되는지가 별 기사가 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일까, 아니면 기사 써봐야 아무 소득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어쩌면 블랙박스도, CCTV 영상도 없어서? 이유가 뭐든 대법원 구성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 이젠 정말 고민해봐야 한다.대법원은 최고법원이다. 대법원은 온갖 이해관계의 다툼과 갈등을 정리하는 최후의 심판자다. 종종 과소
경제민주화 성공을 위한 두가지 조건
경제민주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연말에 있을 18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달려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5년 뒤를 기약해야 할 것 같다고 비관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총선 이전만 해도 바짝 긴장해던 재벌들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난 뒤 한숨 돌리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에서는 ‘중도강화론’으로 헛발질의 연속이다. 총선 이전에는 목소리를 낮추던 재벌 이해단체인 전경련이 19대 국회 개원에 맞춰 경제민주화의 근거가 되는 헌법 119조2항의 폐지를 들고 나왔다. 정부의 경제민주화 역행이 국민들 삶에…
창단 50년 국립무용단장의 공석을 바라보며
지난달 국립극장에서 국립무용단 창단 50년을 기념하는 ‘우리춤모음’ 공연이 열렸다. 역대 단장들이 안무한 주요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모아놓은 공연이었다. 한 단체의 역사가 반세기를 맞았다면 보통 경사가 아닐 수 없지만 이날 공연을 총괄한 사람은 예술 감독 직무대행을 맡은 백형민 춘천민예총 춤협회장이었다. 지난해 12월로 임기가 끝난 배정혜 전 예술 감독의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립극장 심사위원단이 고른 두 명의 후보자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례적으로 부적격판단을 내려 선정이 늦어졌다. 난감해진 국
미 의회 움직인 척추 장애인
미국 정치에 대한 스테디셀러 책 중에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 의회’가 있다. 조선일보의 송의달 위클리 비즈(Weekly BIZ) 에디터가 워싱턴 DC에서 연수할 때 미 연방의회를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학계에서도 꾸준히 인용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미 의회의 결정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미국의 입법부 차원을 넘어 ‘세계의 입법부’나 마찬가지”라고 규정한다. 또 “한반도 통일과정이나 동북아 국제정치 역할 구도에서
쉽고도 어려운 고수의 투자비법 “쉬어라”
선경래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는 시장의 ‘전설’이다. 1990년대 초반 동원증권에 입사해 주식부에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박현주 사단’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으로 미래에셋 창업에 동참했다. 대표 펀드인 ‘인디펜던스’를 맡아 업계 최고 수익률을 올렸다. 34세 나이에 주식운용본부장이 됐다. 잘나가는 펀드 매니저인 그였지만 2002년 돌연 사표를 던졌다. 박 회장이 그를 잡기 위해 연봉 100억원을 제시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회사를 나와 원금 10억원
두 중국인 이야기
최근 세계인의 주목을 끈 두 중국인이 있다. 바로 중국의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과 세도가에서 급전직하한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당서기가 그들이다.중국판 ‘쇼생크 탈출’사건을 일으킨 천광청은 18개월간 산둥성에서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가 8개의 벽을 넘고 19시간을 걸은 다음 주변 인권운동가의 협조로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에 피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후 중국에서 ‘자유롭게’ 지낸다는 조건으로 미 대사관에서 나왔다가 중국 공안당국에 의해 이틀간 억류됐다는 아내를 면담한 후…
야권 후보단일화와 정신분열증
지난 총선은 지겨웠다. 지겨운 까닭은 단순했다. 누가 야권 대표 선수로 알맞은지를 둘러싼 논란 탓이다. 선거구마다 새누리당 후보가 나섰고, 이에 맞설 야권 단일 후보를 고르는 일에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들였다. 이른바 시민사회단체들에 소속된 몇몇이 나섰다. 그런데 그이들 야권 단일 후보를 만드는 과정이 정말 재미가 없었다. 그이들은 시민(또는 민중)들로 하여금 자기 역할과 권한을 하도록 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그 대신 그이들은 시민(또는 민중)들을 대표해서 시민(또는 민중)의 권한을 대리 행사하고 싶어했다. 이른바 시민(또는 민
비바! 사생활의 시대는 끝났다
세상은 겁에 질렸다. 인터넷 때문이다. 언론은 연일 인터넷 때문에 우리의 사생활이 발가벗겨진다고 걱정한다. 인터넷과 사생활, 전혀 별개의 두 단어인데 이 두 낱말이 결합되면 사람들은 엉뚱한 네 글자 단어를 떠올린다. ‘감시사회’.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업 탓이라고 한다. 1949년에 출간된 조지 오웰의 소설 ‘빅 브라더’ 이야기도 반세기가 넘은 지금도 수없이 변주된다. 물론 인터넷을 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페이스북에는 하루에 5억명 이상이 접속한
캐스터, 플레이어, 팩트 파인더
비록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이 선거의 대미를 장식하는 바람에 빛이 약간 바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번 4·11 총선의 전 과정에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미친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어떤 면에서는 그나마 야권에게 그 정도의 의석을 안겨준 것이기도 하고, 거꾸로 보수층의 결집을 가속화시킨 면도 있다.말로는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이라고 부르면서 언론은 이 사건의 진전에 어느 정도나 기여했을까. 아무래도 후한 점수를 받기는 어렵겠다. 좀 냉정하게 말하면 방송과 신문은 이 사건에서 ‘사실의 확인자’ 역
경제민주화, 지금부터 시작이다
한판의 드라마와도 같았던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드디어 결판의 날을 맞았다. 초반전은 경제민주화·재벌개혁을 앞세운 야당의 일방적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중반전에 접어들면서 야당의 나눠먹기식 공천 실패를 틈타 여당이 역전에 성공하는 듯했다. 후반전은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나선 여당과 다시 전열을 재정비한 야당이 팽팽히 맞서는 혼전이 벌어졌다. 11일 밤에는 현재의‘여대야소’가 계속 유지될지, 아니면 ‘여소야대’로 뒤바뀔지 결정된다. 하지만 각당의 성적과 상관없이, 아니 오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