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여사와 명품연설
국제국에 근무하다 보니 미국 대선전을 더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다. 지금은 굳이 공화당과 민주당 전당대회장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후보들의 연설은 유튜브를 통해 직접 들어볼 수 있다. 모처럼 영어 공부 겸해서 한번쯤 정견이 압축된 연설을 들어보실 것을 강추한다. 우리가 다른 나라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 정치를 되돌아보고 비교할 수 있는 좋은 준거가 되기 때문이다.이번 미 공화·민주 전당대회 연설 가운데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의 찬조 연설이었다. 앞서 열린 공화 전당대
경남에서 출판기념회가 왜 잦을까?
곳곳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예전에는 문인들이 주로 했는데 요즘은 정치인들이 많이 한다. 경남은 더하다. 도지사 선거가 보궐로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기 때문이다.도지사 보궐선거 출마 예상자가 스무 명을 웃돈다. 3일에는 박완수 창원시장이 도지사 선거에 나서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 창원시장 보궐선거까지 함께 하는 수도 생기겠다.이런 가운데 도지사 보선 예비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한 새누리당의 하영제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이 8월 29일 창원 한 호텔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하 예비후보는 독특하게도 그 날 두 가지 책의 출판
제2의 ‘카카오스토리’ ‘라인’을 위하여
구글은 대단한 회사다. 세계 최대의 검색 업체로 모바일 시장도 애플과 함께 양분한다. 온갖 놀라운 신기술을 하루가 멀다 하고 선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사람들은 구글 검색은 열심히 쓰지만 구글의 다른 제품들은 영 쓰질 않는다.이유는 단순하다. 구글 제품들은 혁신적이긴한데 좀 지나치게 앞서 간다. 구글이 야심차게 만든 ‘크롬북’이란 노트북은 컴퓨터는 컴퓨터인데 전원을 켜면 달랑 웹브라우저 하나만 나온다. 모든 걸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시대이니 인터넷만 되면 된다는 논리지만 결국 이 노트북은 구글 직원
배드민턴의 실격과 재벌의 반칙
한국 올림픽 대표팀이 선수들의 선전과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목표(금메달 10개-세계 10위)를 초과 달성했다. 하지만 배드민턴 승부조작 사건은 선수단은 물론 한국의 이미지에 큰 오점을 남겼다. 스포츠 정신의 요체는 정정당당이다. 스포츠에서 성과(금메달) 못지않게 과정(정정당당)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기업경영도 과거에는 성과 일변도였다. 하지만 성과와 과정(사회책임)을 함께 중시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사회책임의 국제표준인 ‘ISO 26000’은 인권과 노동, 환경, 소비자, 공정거래, 지역사
불멸의 이름, 백남준
지난 7월20일 고(故)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맞아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40년 지기 친구인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의 축하 공연과 함께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 전이 시작되었다. 전시 제목은 그가 1992년도에 쓴 글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이 글에서 백남준은 과거를 되돌아보며 품는 노스탤지어(그리움)는 단순히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며 마치 타인이 우리에게 주는 피드백처럼 큰 깨달음을 줄 수 있는 행위라고 하였다. 소마미술관에서도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생각해
지구 모형과 달러貨
미국 하버드대의 전문대학원 중에서 쌍 벽을 이루는 두 개의 학교가 경영대학원과 행정대학원(케네디 스쿨)이다. 찰스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두 대학원은 학생 구성과 설립이념이 판이하다. 경영대학원에는 주로 대기업, 컨설팅 회사, 은행 등 민간기업 출신이 모여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에 주로 관심을 기울인다. 이에 비해 행정대학원은 공무원, 군,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주축이어서 공익(公益) 개념으로 세상을 해석하려 한다. 두 대학원의 학생들은 가끔씩 찰스강 너머를 지칭하며 “현실적이지 못하다”, &ldquo
안전하고 수익도 높다는 거짓말
“투자자가 보상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괜히 변호사들이 자기들 돈 벌려고 소송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네요.”4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예금보다 더 높은 금리를 주는데 예금만큼 안전하다고 팔린 A펀드가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예금만큼 안전하다’던 A펀드는 원금의 80% 이상을 날리게 됐다. 시간이 지난다고 손실 규모가 줄어드는 상품도 아니었다. 구조상 시간이 지나면 원금 전체를 까먹는 파생형 펀드였다. 이런 펀드를 안전하다고 팔았던 은행에 분개한 이들이 인터넷…
‘유로 2012’와 한일 군사정보협정
이탈리아와 결승전에서 예상을 깬 스페인의 4대 0 대승. 역시 ‘유로 2012’는 재미있다. 앞서 지난달 말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는 유로존 재정위기 타개를 위한 의미있는 진전을 봤다. 독일이 그동안 스페인, 이탈리아 등 부채국가들에 대해 주장해온 엄격한 긴축정책 안에서 한발 후퇴해 은행에 대한 구제기금의 직접지원이 가능하게 했다. 대신 회원국들이 향후 은행동맹, 재정동맹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유럽 17개국이 가입한 유로존에서 통용되는 통화 ‘유로’의 탄생은 탈냉전과 연관
부산 광복동에서 마산 창동을 걱정한다
6월 22일 부산 광복동을 찾았다. 평일 낮인데도 거리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4~5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고 한다. 1980년대까지 부산에서 으뜸가는 번화가로 꼽혔으나 서면과 해운대에 새롭게 상권이 만들어지면서 시들어버린 것이다.2000년대 들어 옛 도심 살리기가 시작됐다. 거리를 특색 있게 꾸민 위에 크고작은 공연도 펼쳤다. 지금은 해운대로 거의 다 넘어갔지만 처음에는 부산국제영화제도 여기서 열었다. 지금도 행사 일부는 여기서 벌어진다. 그러다가 2009년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들어서고 2011년 거제를 부산과 이어주는 거
서울과 뉴욕
2년 전 뉴욕에 들렀을 때 ‘뉴욕테크밋업’(NYTM)이란 행사에 갔다. 뉴욕이 실리콘밸리에 이어 ‘제2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른다는 얘길 듣고 이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 뉴욕은 실제로 제2의 실리콘밸리가 됐다.뉴욕 출신 기업들의 이름을 대보자. 포스퀘어, 엣시, 길트, 텀블러…. 모두 최근 5년 사이에 뜬 기업들이다. 2008년에는 미국 전체 기술기업 투자액 가운데 7%만 뉴욕 소재 기업에 투자됐다. 하지만 이 수치는 2011년 10%로 껑충 뛰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