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의 희망은 기자들이다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이 결국 손에 피까지 묻혔다. 21일 기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반쪽짜리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영성 전 편집국장을 해임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이로써 그는 한국일보를 새 정부 출범 뒤 언론계 첫 해직사태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또한 이는 한 신문사 고위 간부 개인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일보 기자 전체에게 도전장을 내민 행위다.장재구 회장은 이미 오래 전에 회사를 떠났어야 했다. 그가 오랜 내부 권력투쟁 끝에 경영권을 쥐는 데 성공한 뒤에도 한국일보의 회생은 요원했다. 한국일보 구성원들은 수
윤창중씨가 기자였다는 게 부끄럽다
윤창중씨의 ‘미국 기행’(奇行)이 국제적 망신을 부르고 있다. 한국 외교사에 길이 남을 스캔들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궤변으로 도배질한 기자회견은 압권이었다. 그런 그가 기자 출신이라니 자괴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윤씨의 행태를 보면 이번 추문이 우발적인 실수가 아니라 근본적인 자질 부족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우선 그의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과 구시대적 가치관은 한국 사회는 물론 기자 사회를 모독했다. 그의 해명 아닌 해명의 빈약함은 이후 여러 경로로 드러났지만 만약 그의 말이 모두 진실이라고 해도 심각
성공한 MBC 사장이 되려면
국제 언론감시 단체인 ‘프리덤 하우스’가 조사하는 세계 언론자유 평가에서 한국이 나미비아와 함께 공동 64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내전이 이어지는 아프리카 말리보다 18계단이나 낮은 순위다. 그나마 작년보다 순위가 4계단 올랐다고 한다. 이 보도가 나온 지 몇 시간 뒤 한국의 대표적 공영방송 그룹 중 하나인 MBC의 신임 사장에 김종국 대전MBC 사장이 선임됐다. 김 사장은 해임된 김재철 전 사장의 잔여임기인 10개월간 사장직을 수행하게 된다.사장 선임 며칠 전부터 ‘김종국으로 내정됐다’는…
누가 MBC 통합을 이룰 것인가
2일 MBC 문화방송의 새 사장이 사실상 결정된다. MBC 신임 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의 잔여임기를 채우게 된다. 임기가 10개월에 불과한 한 방송사 사장의 선임 과정이 이렇게 높은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 언론계에 엄청난 충격과 수치를 안겨줬던 이른바 ‘김재철 사태’가 이제야 수습될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최종 사장 후보의 면면을 보면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최종 후보 4명 중 3명이 전임 대통령, 전임 MBC 사장과 같은 대학 출신이고, 그중 2명은 김재철 전 사장의 오른팔, 왼팔을
세계기자대회가 남긴 것들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세계기자대회가 7박8일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20일 폐막됐다. 전세계 74개국에서 110여명의 기자들이 참가한 이 대회는 2007년 서울과 금강산에서 개최된 국제기자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 IFJ) 특별총회 이후 국내에서 열린 저널리스트들의 가장 큰 국제적 모임이었다.디벨트와 ARD(독일), 인테르팍스통신(러시아), 가디언(영국), NHK와 아사히신문(일본), 신화통신과 인민일보(중국), 알자지라(카타르) 등 세계에서 손꼽히는 유수 언론사들의 기자들이 한자
해직사태는 진정 ‘노사문제’인가
요즘 정부여당에서 유행처럼 떠돌아다니는 말이 있다. “언론사 해직사태는 노사문제”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해직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 하는 데 그쳤다.“이경재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해직 언론인 출신에 유신 쿠데타를 비판했던 반골적인 소신을 가진 분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조해진 의원이 야당의 이경재 후보 불가론을 반박하며 했던 말이다. 우리는 이 말을 믿고 싶다. 그런데 1980년 신군부에 의한 해
신문을 살리자
올해도 어김없이 신문의 날(4월7일)은 찾아왔고 또 지나갔다.기자와 경영진, 광고주들이 참가한 가운데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이 열렸다. 하지만 신문업계가 처한 현실은 유관단체가 한 자리에 모여 축하떡을 자르고 잔을 높이 드는 일회성 행사로 넘겨버리기엔 너무나 가혹하다.신문의 위기다. 구독률 하락세가 가파르다. 지하철에서 종이신문을 펴고 기사를 탐닉하는 독자를 찾기 어렵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상징되는 미디어환경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원인은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 상실이다.정치
‘엎질러진 물’ 뉴스스탠드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또다시 언론계를 흔들어놓았다.4월 1일 오후 2시, 네이버가 그동안 뉴스 기사들의 다양한 제목들로 가득찼던 첫 화면 ‘뉴스캐스트’를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뉴스캐스트는 2009년 1월 1일 시작한 이래 4년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포털사이트의 자체 뉴스 편집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받자 내놓은 뉴스캐스트. 언론사들이 스스로 포털사이트 첫 화면의 뉴스를 편집하게 하면서 편집권을 넘겨줬다.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뉴스 서비스였다. 그런데 왜 다시 바뀌었을까. 뉴스캐스트 초창기
‘제2의 김재철’은 안된다
MBC 김재철 사장이 해임됐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권력의 비호 아래 방송민주화의 역사를 퇴행시키고 50년 관록의 공영방송을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간 ‘한국 언론계의 폭군’도 종말을 피할 재주는 없었다.지난주 본보가 김재철 사장에게 스스로 물러날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서 타의에 의해 물러나게 된 것이다. 그 사이에도 김재철 사장은 제멋대로 쫓아낸 기자, PD, 아나운서를 원직 복직시키라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외면했고, 측근들을 전국 MBC…
지금이 스스로 물러날 마지막 기회다
‘회사가 직원들의 컴퓨터를 해킹해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MBC 직원들이 사측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고 한다. 당사자 동의 없이 악성 프로그램을 고의로 유포해 직원들의 메일과 메신저, 일기까지 무단으로 전송받는 감청행위를 했다는 것이다.참으로 해괴한 일이다. 일반 기업에서도 이 정도 사건이면 당장 검찰이 나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사주가 처벌받고, 언론이 대서특필했을 것이다. MBC는 20여개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 방송그룹이고, 공영방송을 표방하는 회사가 아닌가.MBC 사측은 컴퓨터 해킹뿐 아니라 사무실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