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의 배은망덕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이 과거의 화려한 권좌에서 물러나고 있음은 모두가 지켜보는 바이다. 과거 지상파 텔레비전은 당대의 미디어 가운데 가장 뛰어난 콘텐츠, 가장 선진적인 기술의 보유, 전파의 독과점에 의해 번성하고 최고의 지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미디어의 환경이 바뀌고 지상파 텔레비전의 가치는 구조적으로 추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최근 그 추락을 잠시나마 지연시켜준 사건이 세월호 참사다. 세월호 사고 당일 지상파 방송 3사 메인뉴스 시청률은 6%포인트 이상 껑충 뛰었다. KBS ‘뉴스 9’은 16.5%, MBC ‘뉴스데
안전 대신 유병언을 선택한 유병‘언론’들
연일 사고다. 왜일까? 현 정권 들어서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고들을 지켜보면서 아마 누구라도 도대체 왜 이렇게 사고가 발생하는지 한번쯤 자문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모든 사고를 꿰뚫어 내는 명료한 이유를 찾을 순 없다. 다만 한 가지,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언론이 떠들어대는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 때문만은 결코 아니라는 확신은 있다. 사고가 반복된다는 건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한 가지는 사고가 나기 전에 충분히 준비를 못 했다는 것. 당연한 말이다. 준비를 잘 했으면 사고가 날 리가 없으
유언비어 보도? 그래도 처벌이 답은 아니다
검찰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세간의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기소했다. 산케이신문의 보도가 근거 없는 의혹보도, 유언비어 보도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뜻일 거다. 하지만 공적 인물의 공적 활동에 대한 보도를 기소 처벌하려는 것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지적한 것처럼 국가적 비극이 발생한 가운데 대통령의 행적은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9·11 사태 당시 부시 대통령의 행적이 공공의 쟁점이 됐던 것과 마찬가지다. 산케이신문의 보도에 포함된 세간의…
누가 사이버 망명을 부추기나
며칠 사이에 똑같은 내용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자주 받았다. ‘○○님이 텔레그램에 가입했습니다.’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주변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알다시피 시작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이다. 검찰은 곧바로 사이버 명예훼손을 엄단하겠다고 나섰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해오던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지인 3000여 명과의 통신사실이 경찰에 압수되었다는 인권단체의 발표까지 있었다. 이들 사건이 맞물리면서 사태는 증폭됐다. 대표적인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
모바일 눈가리개
‘모바일 눈가리개(Mobile blinder)’라는 표현이 있다. 계속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가리킨다. 마트의 계산대 앞에 줄을 서있을 때도,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도, 심지어 횡단보도를 건너갈 때도, 모바일 눈가리개를 하고 있는 듯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가 떠오른다. 말은 눈이 옆쪽에 있어서 시야가 넓다. 그래서 경주마에 눈가리개를 씌워주지 않으면 옆이나 뒤에서 뛰는 다른 말이 보이게 되어 주의가 산만해지고 겁을 먹기도 한다. 경주마의 시
정치 쇼 보도와 민주주의 위기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가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1시간씩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지난 3월20일 열린 제1차 회의에 이어 두 번째 생중계다. 중계 방송된 회의 내용은 별게 없었다. 대통령의 장관 야단치기, 참여 패널의 하소연에 대한 적당한 리액션과 웃음…. 잘 준비된, 별 무리 없는, 그리고 특별할 것도 없는 회의였다. 내용은 그랬지만 외양은 다르다. 국정홍보방송 KTV도 이 회의를 생중계 했으니 4개의 TV채널에서 동시에 생중계한 엄청난 회의였다.후일담을 듣자하니 KBS는 회의 전날 밤 늦게야 중계방송을 확정했다고
중도층은 없다
처음으로 조지 레이코프란 인지언어심리학자를 접한 건 2000년도 중후반 쯤이었다. 그가 책에서 제시한 ‘프레임’ 이론에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고 보다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같은 제목으로 지식채널e 한 편을 만들기까지 했다. 물론 ‘프레임’이란 말을 그 책에서 처음 접한 건 아니었다. 정치적 이슈가 어떤 프레임으로 제시되어야 어느 정당에게 유리한지에 대한 류의 기사는 그 이전에도 자주 보곤 했고 특정 정치세력이 해당 이슈를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포장하는 일종의 ‘말장난’ 같은 것이라고 여겼다.그런 생각으로 책을 펼쳤는
세월호 참사 보도, 위기의 시기? 극복의 호기!
▲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교수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참으로 많은 부문에 자성을 촉구했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전원 구조’ 오보는 그 자체로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이자 동시에 절망이었다. 그런데 그 오보가 현장을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는 일선 취재기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결과였다는 점에서 더욱 절망스럽다. ‘총력 수색’ 보도 역시 수용자인 국민보다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공영방송은 해경 구조대원이 손을 놓고 있다는 현장 인터뷰를 확보하고도 내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선내 승객’까지 구조하기 위해 특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것
교황은 이 땅을 떠나 바티칸으로 돌아갔지만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그 분이 남긴 발자취가 새록새록 눈에 밟힌다. 가난한 자의 성인으로 추앙받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본받고자 이를 세례명으로 한 것처럼 그는 이 땅에서 가난한 자, 힘없는 자, 약하고 소외된 자들을 한껏 품었다. 세월호 유가족, 용산참사 희생자, 쌍용자동차 해고자, 위안부 할머니, 밀양과 강정의 주민, 새터민들까지. 갈등의 한복판에서 신음하고 고통받고 있지만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사람들을 가장 먼저 만나고 껴안았다.…
대통령의 7시간 행방불명과 누락된 의제
일본 보수지 산케이신문이 8월3일자 서울 지국발로 쓴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나’라는 제목의 기사가 한국에서 큰 논란이다. 가토 다쓰야 산케이 서울 지국장은 행방불명된 7시간의 ‘사생활’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는 8일 “끝까지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고 장담하고, 검찰은 10일 가토 지국장을 출국금지 시킨 뒤 12일 검찰 출석을 요구했다. 산케이신문은 “문제의 기사는 한국 국회의 질의응답과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