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규제완화, 서민·중산층 먼저 생각해야
애초에 서민과 중산층은 안중에 없었다. LTV, DTI 규제를 두고 하는 소리다.LTV는 담보 가치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고 DTI는 소득과 부채 비율로 대출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DTI 규제는 소득이 없으면 아무리 비싼 담보를 내놓더라도 대출을 못받게 한 제도다. 금융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던 DTI라는 용어를 국민들이 접하기 시작한 건 2006년 참여정부 시절에 집값을 잡겠다고 DTI를 제한하는 이른바 3.30 대책을 내놓으면서부터다.당시 정부는 DTI 규제를 도입하면서 시가 6억원 이상 주택에만 적용한다
수상한 뮤지컬
공연 시작 전 갑자기 클래식 음악회에서나 만날 법한 ‘헛기침 세레나데’가 펼쳐졌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공연이 시작되자 멀쩡하던 나는 갑자기 사레가 들렸다. 눈물을 흘리며 홀로 가슴을 치다 김준수의 노래, 고음이 폭발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세차게 기침을 하고 말았다. 바로 그때! 일제히 주변 어둠 속에서 나를 향해 꽂히던 싸늘한 시선들. 아니나 다를까. 1막이 끝난 뒤 인터미션, 불이 밝자 이번엔 더욱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내가 무언가 굉장히 잘못했구나. 나중에 알았다. ‘준수님’
군함명(軍艦名)에 담긴 동북아의 상처
동북아 바다가 또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열강의 해군들이 치열하게 싸웠던 구한말을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거침없이 군사대국화를 추진하는 일본과 경제굴기에 이어 군사굴기를 노리는 중국, 옛 소련의 영광을 못잊는 러시아, 그리고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를 외치는 미국이 틈만 나면 우리의 주변 해역에서 막강한 해군력을 과시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동북아 강대국의 최신 군함 이름에서 구한말 제국주의 시대의 자취가 강하게 느
법정 속 진실찾기
최근 우연히 법정에 들어갔다가 관심을 갖게 된 사건이 있었다. 자신의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우연히 본 27살 어린 15세 여중생에게 “연예인 할 생각이 없냐”고 접근해 임신까지 시킨 파렴치범 사건이었다.필자가 법정에 들어간 날은 항소심 결심공판이었다. 이 40대 남성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자신은 그 27살 어린 여학생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무슨 일이 있어도 평생 내 자식으로 기를 것이라고 했다. 남성은 눈물을 쏟으며 재판장에게 하소연했다. 피해학생의 부모가 문제가 있어 아이가 가출을 한
공직사회 죽이기? 아니 살리기!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척결 방안에 포함됐던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의 7월 국회처리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그동안 소극적 자세를 보이던 새누리당이 최근 원안대로 처리하기로 방침을 바꿨다고 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과 부패방지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김영란법은 공직자나 그 가족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과 직무 연관성에 상관없이 형사처벌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달 중순에는 퇴직관료의 재취업을 엄격히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바…
문학평론가의 베스트셀러 1위에 대하여
올해 상반기 출판계 화제 중 하나는 ‘문학평론가의 베스트셀러 1위’였다. 정여울의 여행에세이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이 단순히 여행이나 문학 분야를 넘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와 2위를 줄기차게 오르내렸던 것이다. 순문학을 하던 작가, 그것도 문학평론가로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일. 반응은 엇갈렸다.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문학이 거둔 쾌거라는 호의적 평가와 항공사의 CF에 기댄 상업적 기획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양쪽 모두 부분의 진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조조정 성공하려면 창업자 애착 극복해야
동부그룹이 백척간두에 섰다.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이 내달 초 700억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것을 비롯해 8월 400억원 등 4000억원이 넘는 회사채가 만기를 기다리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동부제철 총 차입금은 2조3080억원이다.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묶어 포스코에 매각하는 것을 추진 중이지만 녹록치 않다. 채권단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향해 당초 약속대로 1000억원 사재를 털어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참여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동부그룹은 김 회장의 사재는 동부메탈과 동부팜한농의 대주주
늙은 레슬러의 의리
북한과 일본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의 전면조사에 합의하면서 북·일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북·일 양측은 지난달 26~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국장급 협의를 열어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전면 재조사하기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또 조사가 개시되는 시점에 일본이 취하고 있는 독자적 대북제재를 풀기로 했다.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면 국교 정상화 협상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한국과 미국으로서는 북핵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이 지나치게 북한 페이스에 말리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하지 않을
판사의 자질
지난해 평소 친하게 지내왔던 취재원으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다.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피고인이 항소해 사건이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왔는데 재판장이 조금 이상한 것 같다는 하소연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라고 하니, 재판장이 너무 피고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게 수상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피고인쪽 변호인이 재판장에게 손을 쓴 게 아니겠냐고 했다. 도대체 어떤 재판부에서 사건을 맡았길래 취재원이 이런 하소연을 하나 싶어 사건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사건번호를 넘겨받아 담당 재판부를 확인한 필자는 취재원에게 “절대 변
삼성 앞이 전쟁터처럼 되지 않으려면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에는 글로벌기업 삼성전자의 본사가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19일부터 삼성전자서비스 하청노동자 수백명이 철야농성 중이다. 매일 아침 출근시간마다 장송곡이 울리는 가운데, 최근 자살한 동료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안은 노동자들이 노조활동 보장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삼성돌이’를 한다. 시위 노동자들과 삼성 사이에서 수많은 경찰과 경찰차들이 방패막이를 한다.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이 모습은 한국 노사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사 갈등의 부작용은 단순히 파업 등으로 인한 생산손실 차원을 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