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가 몰고올 보험업계의 위기
산업 생태계는 단절의 패러다임 위에 서 있다.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로 이어지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파괴된 지 오래다. 완전히 새로운 산업 환경을 만드는 소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제품이 등장해 단숨에 시장 판도를 뒤집기 때문이다.스마트폰의 등장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휴대폰 제국 노키아를 한순간에 몰락시켰다. 워크맨 돌풍을 일으키며 ‘혁신’의 상징으로 통하던 소니도 MP3플레이어가 나오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고, 131년 전통의 세계 1위 필름 기업이었던 이스트먼코닥도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한 뒤 2
일상에 꽃 하나, 이게 행복
새벽 3시인데 죽어라 잠이 오질 않는다. 이럴 땐 미련 없이 일어나야 한다. 모두가 잠든 도시의 새벽, 나는 차 안 가득 음악을 머금고 어디론가 달려간다. 입구부터 밀려오는 특유의 냄새. 꽃향기와 풀 냄새, 물비린내 그리고 라면, 찌개 등 상인들의 밤참이 뒤섞인 ‘삶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좀 지나갑시다!’ 머뭇거리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외치는 소리에 그만 놀라 엉거주춤 들어서게 되는 곳. 커다란 상자를 나르는 발걸음이 분주하고, 부스스한 얼굴로 저마다의 꽃을 찾는 눈빛들이 엉키는 곳. 이 은밀한 세계는 바로 도시의 살아있는 밤
리콴유와 用美用中 외교
또 한명의 ‘거인’이 우리곁을 떠났다.싱가포르 국부이자 아세안의 창립자 중 한명인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가 23일 새벽 9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리 전 총리의 죽음에 대해 세계 각국이 애도의 성명을 내놓고 있다. 최근 국제 문제를 놓고 사사건건 얼굴을 붉히고 있는 G2(주요 2개국)도 예외는 아니다.재밌는 것은 이들 미·중 양국 수장의 애도사에 드러난 공통의 표현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백악관 성명을 통해 “나는 리콴유 전 총리의 타계 소식에 깊은 슬픔을 표한다”며 “현대 싱가포르의 아버지이자 아시아의
드라마 ‘펀치’와 ‘벤츠 여검사’
“법은 하나야. 나한테도, 당신한테도….” 지난 달 종영한 드라마 ‘펀치’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늘 정의로운 말을 입에서 쏟아내지만 하는 행동은 자신이 거악(巨惡)으로 규정한 이태준 검찰총장(조재현 분)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할게 없었던 윤지숙 법무부 장관(최명길 분)의 말입니다. 온갖 악행을 일삼은 탓에 결국 드라마 말미에 자신이 했던 대사대로 법의 처분을 받아 몰락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많은 시청자들이 통쾌해했습니다.이 드라마는 서초동 법조단지에서도 제법 반향이 컸습니다. 검사들은 물론이고 판사·변호사들의 술자리에서도 자주 언급
김영란법 탓하기 앞서 자정노력 시작할 때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뒤 논란이 뜨겁다. 과잉입법, 형평성 상실 등을 이유로 비판이 쏟아지고, 일부에선 위헌소지 주장이 나온다. ‘공직자’범위에 언론 종사자까지 포함시킨 것에 대해 권력이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며 언론자유 침해 우려까지 제기된다. 반대로 애초 김영란법의 핵심취지 중 하나였던 ‘이해충돌 방지’(공직자의 지위·권한을 이용한 자신이나 가족의 이익 도모 금지)가 통째로 빠진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시대적 과
국립 중앙도서관에서 찾은 나만의 비밀기지
일본 작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21세기 소년’을 아시는지. 우리의 30~40대에게 근과거(近過去)의 여러가지 추억을 소비하게 만든 작품인데, 그 중에는 ‘비밀 기지’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다. 소년 시절 친구들과 덤불 속에 그들만의 비밀 기지를 만들어놓고, 몰래 모였던 장소. 콧물 묻은 딱지부터 어른 흉내내던 성인 만화까지 온갖 ‘보물’을 숨겨 놨던 곳. ‘나만의 비밀기지’에 대한 유년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 장면이다. 최근 국립중앙도서관에 갔다가 나만의 비밀기지 만드는 법에 관한 책을 발견했다. 정체불명의 일본 비밀기지학회…
도핑 파문과 초저금리의 함정
스포츠계가 ‘도핑(dopping)’ 파문으로 떠들썩하다. 연초부터 ‘마린 보이’ 박태환의 도핑 논란이 국내 스포츠계를 흔들었다. 해외에선 케냐의 ‘마라톤 여제’ 리타 젭투의 금지 약물 투입 소식에 마라톤계가 발칵 뒤집혔다. 한계에 도전하며 기록을 다투는 스포츠 선수들에게 약물은 치명적 유혹이다.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이 고된 만큼 신체능력을 단기간에 강화시켜 경기력을 높여주는 약물의 유혹은 달콤하다. 하지만 약물은 신체기관 손상, 정신질환, 면역약화 등의 부작용을 수반해 선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경기를 살리기 위한 저금리
요리 열풍과 킨포크, 일상의 여유
먹방, 맛집 열풍에서 요즘은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맛있겠다’라거나 ‘나도 따라 해봐야지’가 아닌 음식을 둘러싼 ‘일상’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모든 음식재료를 자급자족해야 하는 산골마을로 들어간 연예인이 삼시 세 끼를 해먹는 예능 프로그램이 TV에 등장했고, 직접 키운 재료로 소박한 식탁을 차려내는 이효리의 일상은 매번 화제다. 급부상하고 있는 사진 공유 SNS 인스타그램도 고급 레스토랑이나 맛집 ‘인증’보다는 집에서 음식을 직접 만들거나 친구들과 함께 먹는 감성 사진이 즐비하다. 한때 각종 식당을 헤매며 맛집 정보에 ‘인증
고토 겐지 기자의 명복을 빌며
또 한명의 저널리스트가 희생됐다.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지난 1일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後藤健二)씨를 참수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잔인한 장면이다.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그런데 이 비극적 사건을 놓고 일본 아베 정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자국민 구출을 명분으로 해외 분쟁에 적극 개입하려는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해외에서 위험에 처한 자국민 구출을 위해 자위대가 무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세금-복지 논쟁과 언론의 역할
‘13월의 세금폭탄’이라고 불린 ‘연말정산 파동’이 한바탕 회오리를 몰고왔다. 정부가 그동안 겉으론 “증세 불가”를 강조하고서, 실제론 중산층에 대한 증세를 꾀하다가 국민의 분노를 자초했다. 정부여당은 일부 세액공제를 늘리고, 이를 소급적용하는 변칙적 대책을 서둘러 내놓았다.하지만 이젠 임기응변에 그칠게 아니라 그동안 방기해온 근본문제를 다룰 때가 됐다. 바로 복지와 세금 문제다. 일부 언론은 대통령이 ‘증세없는 복지’라는 실현 불가능한 공약에 더이상 연연해하지 말고, 증세와 복지축소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예 ‘무상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