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여, 숫자와 데이터를 이해하라”
‘AP 스타일북’은 AP통신 뿐 아니라 미국 언론들의 기사쓰기 교본으로 통한다. 1953년 첫 발간된 ‘AP 스타일북’엔 맞춤법을 비롯해 기사 쓸 때 참고할 각종 사항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AP는 매년 스타일북을 업데이트하면서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엔 “인터넷을 더 이상 대문자로 쓰지 않겠다”고 선언해 관심을 모았다. “인터넷도 전기나 전화기처럼 일반적인 명칭이 됐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후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많은 언론들도 ‘인터넷’이란 단어를 소문자로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올해는 더 흥미로운 내용이 추가됐다
SNS의 딜레마
스타들을 둘러싼 논란의 끝엔 축구 감독 퍼거슨이 남겼다는 명언이 따라붙는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한 순간 대중들로부터 외면받거나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만드는 ‘한 줄’, ‘사진 한 장의 힘’은 실로 대단해졌다. 공인에겐 너무도 조심스러운 도구가 됐고,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스타는 소속사 차원에서 관리자를 붙여야 할 정도로 정통 미디어 이상의 파워를 갖게 된 지 오래다. 이 같은 사실을 스타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러나 SNS가 결정적 순간 발목을 잡는 사건들 역시 갈수록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 칸 영화제에 초
하라리의 묵시록을 읽는 이유
지난 주말 조선일보 Books의 ‘세계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핀란드 순서였다. 1위는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세계적 베스트셀러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특이한 건 핀란드어 번역서가 아니라 영어본이었다는 점이다. 아직 번역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지만, 이 역사학자·문명비평가에게 쏟아지는 이례적 열풍의 북유럽적 사례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에서 하라리에게 ‘문명비평가’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스스로도 자처하고 있는 바다. 지난 3월 이스라엘 자택에서 가졌던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하라리는 옥스퍼드 출신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 성공을 위한 제언
2017년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업무를 시작한 이후 나라 안팎의 다양한 불안 상황이 상쾌하게 정상화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성숙한 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갑고 감격스런 일이다. 다만 북한이나 미국, 중국, 일본과의 각종 외교 갈등 속에서 발생한 사면초가의 함정이 너무 깊어서 기대감보다는 우려감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년 가까이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추진 양상을 관찰해온 기자로서 민족의 과제인 분단 해소와 통일 달성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 정부 대북
일자리공약 성공을 위한 세가지 조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 방문지로 인천공항공사를 선택했다. 대통령은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시대’ 달성을 약속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개선은 대선 핵심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의 중심 내용이다. 새정부는 일자리위원회와 청와대 일자리수석도 신설했다. 모두 일자리공약 실천의지를 보여준다. 새정부의 일자리공약은 성공할 수 있을까? 공약이행을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몇가지 전제조건이 꼭 필요하다. 첫째 일자리와 경제성장에 대한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칼날 위에 선 새 정권의 법인세 인상
법인세의 기원은 17세기 제국주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업 활동은 국가 권력의 허가 아래 독점적 사업을 영위하는 특권이었다. 예를 들어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 격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정부 특허를 통해 무역 독점권을 부여받았다. 이에 따른 급부인 ‘허가세’나 ‘특권세’는 현대 법인세의 근거가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완전경쟁 환경에 놓여 있는 현 기업 상황에서 법인세는 애당초 당위성을 갖기 어렵다. 법인이 과세 대상인지 여부는 또 다른 논란거리다. 법인 이윤은 장기적으로 모두 주주들에게 귀속된다. 법인은 자연인이 아니며 사
원로 배우가 대학로 무대에 오르는 이유
글과 말로 생각을 풀어내는 것은 여전히, 앞으로도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작업일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과정이 즐겁고 행복하다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넘어서기에 어려운 ‘벽’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 학창시절, 글이 좋아 멋도 모르고 작가가 되겠다며 꿈을 간직해오던 나는 지금 카메라 앞에서 글을 말로 풀어야하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내용만큼이나 전달력도 중요하기에 생방송이든 녹화든 ‘암기’는 숙명인데, 이 과정이 즐겁지만 또한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약속된 분량만큼의 멘트가 끝나도 여전히
너 자신을 알라. 그리고 기술도 함께 알라
소크라테스는 글자를 경멸했다. 글에 의존할 경우 기억력이 감퇴될 걸 우려한 때문이었다. 대화술을 강조했던 소크라테스로선 당연한 경고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책이 등장하면서 암기의 부담을 덜게 된 인간은 더 많은 지식을 축적할 수 있었다. 글자란 신기술과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한 덕분이었다.로봇,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저널리즘 세계에도 비슷한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 쪽에선 인공지능에 의존하면 저널리즘 고유의 전통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또 다른 쪽에선 인
심야의 터널에서 여인을 마주치다
같은 동네에 오래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다. 10년이 넘은 일이다. 토요일 밤, 혼술이 아니라 혼자 영화를 보러갔다. 지금은 제목도 기억이 나지 않는 영화. 하지만 뭔가 격정을 이끌어낸 작품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집까지 걸어가겠다는 비이성적 판단을 내렸으니까. 사실 그리 먼 길도 아니다. 걸어서 대략 40~50분. 문제는 중간에 터널이 있다는 점이었다. 연세대에서 독립문으로 넘어가려면 금화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예상외로 짧지 않다. 555m. 성인 걸음으로 7~8분 거리다. 자정 넘은 시각, 터널로 들어섰다. 버스와 승용차가 무서운
2017년 한반도 4월 위기설 단상
해마다 4월이 되면 한반도는 위기설로 몸살을 앓는다. 4월15일이 북한 김일성 주석 탄생일이고, 4월25일은 북한군 창건 기념일이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은 4월 말까지 한미 연합군사 훈련을 진행하는 연례 일정이 있다. 올해는 특히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폭격을 지시했다. 미 해군 항공모함 칼빈슨이 갑자기 한반도로 항로를 변경하는 일도 생겼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4월 위기설 자체에 과장된 요소가 많고, 관련 보도 중에는 잘못된 주장을 교정하기보다는 오히려 위기설에 편승하면서 불안감을 증폭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