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황당한 보증보험 조건 폐지
우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합니다. 주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세금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돈을 더 내면서까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합니다. 하지만 집주인의 사망이라는 변수 앞에서, 이 보험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마땅히 세입자들을 보호해야 할 순간에, 전세보증보험은 오히려 세입자들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었습니다.취재 과정에서 마주한 현실은 제도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임대인이 사망하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세입자에게 집주인의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직접 찾아 상속 포기를 입증
[이달의 기자상] 국내 명문대 '학술 용병' 의혹
학술용병 취재가 드러낸 의혹보다 중요한 건 배경입니다. 전 세계 대학을 한 줄 세워 순위를 매기는 산업이 고등교육 기준처럼 자리 잡은 시대입니다. 여기서 뒤지면 유학생교원 유치 경쟁에도 밀리고, 기부금도 줄어듭니다. 랭킹이 떨어지면 동문들 압박도 거세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학의 각 부문을 따져 순위를 집계하는 주요 기관은 영국에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대학을 죽이고 살리는 기준이 밖에 있는 셈입니다.한글로 쓴 논문은 랭킹에 중요한 학술 데이터베이스 인용 지표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럼 영어로 쓰면 되지 않나? 취
[이달의 기자상] 아들의 첫 출근
19살 아들을 잃은 엄마는 맨발이었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여름날. 회사 문 앞에 주저앉아 단식 농성을 하던 고 박정현씨 어머니의 처연한 그 발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유가족은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진실을 밝혀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취재팀이 경찰 보고서, 부검감정서를 입수해 분석해 봤더니 곳곳이 허점이었습니다. 엉터리 조사 끝에 나온 결론은 회사 책임 없음, 개인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었습니다.방송 이후 다시 열린 산재 심의에서 박정현씨의 죽음은 산업 재해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사망 1년9개월 만입니다
[이달의 기자상] 제주항공 참사 유족의 절규
검은 천막이 걷히고 15개월간 방치되어 있던 대형 마대자루가 열리던 순간이 생생합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당국이 속도전 하듯 내놓은 99% 수습 완료라는 발표가 무색하게도, 그곳엔 여전히 수습되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유난히 안개가 짙은 날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뿌연 현장에서 가장 명확했던 건 마대자루가 열릴 때마다 터져 나오는 유족의 곡소리였고, 그 울음을 따라간 곳엔 희생자의 고스란한 흔적이 있었습니다.다 타버려 남은 게 없다던 당국의 설명은 하나둘 열린 포대 앞에서 힘을 잃었습니다. 곰팡내…
CBS '약물 연쇄살인' 보도… 경찰·유족 다각도 취재, 수사 영향 고려한 보도 시점 등 호평
제426회 이달의 기자상은 9개 부문에서 후보작 53편이 경쟁했다. 평소보다 출품작 수는 적었으나, 굵직한 보도가 많아 심사위원들을 고심케 했다. 특히 지역 언론의 약진이 도드라졌다. 이번 회 수상작 총 7편 중 3편이 지역 언론 보도였다.여느 때처럼 경쟁이 치열했던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후보작 11편 중 CBS의 약물 연쇄살인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이라는 사건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는데, CBS의 보도는 강북 지역에서 잇따라 터진 20대 남성 변사 사건이 단편적인 사건이 아닐…
[이달의 기자상] 약물 연쇄살인
마지막 피해자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된 2월 10일 저녁, 영업에 방해가 될까 말을 아끼던 모텔 직원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 몇 시간을 설득한 끝에 들은 첫마디, 여자가 수상하긴 하죠.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그 여성이 훗날 신상공개까지 이뤄지는 연쇄살인 피의자가 될 줄은요.김소영은 처음부터 살인 혐의를 부인해 왔습니다. 약물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죽을 줄은 몰랐다는 주장입니다.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죽은 자의 말을 대신
[이달의 기자상] "1년이 364일?" 대통령도 분노한 공공기관 꼼수계약
365일 중 사라진 '하루'환경부 소속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채용 계약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쉬는 1월 1일을 제외한 1월 2일부터 계약을 체결한 건데, 단 하루의 공백으로 근로자는 1년 치 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364일'의 굴레에 갇혔습니다. 타 기관에 문의했을 때 역시 의아하다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예산 절감을 위해 노동자의 피땀을 가로채는 행태가 국가기관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취재를 결심했습니다.노동 도둑질 대통령실 발언에도..첫 보도 이후 사안은 '노동 도둑질
[이달의 기자상] '이착륙 경로'에 해상풍력… "모르고 허가"
보도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비슷했습니다. 인터넷 댓글부터 국회의원까지 황당하다라고 했습니다. 정부가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공항 코앞, 그것도 국제선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자리인 줄 '모르고' 허가했다는 게 상식적이진 않습니다. 1조 6천억 원짜리 이 사업은 한 달 만에 재검토에 들어갔습니다. 또 입지 선정 제도도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위험을 못 걸러낸 책임은 정부로 무게가 실립니다. 기후부는 해상풍력 허가를 내기 전, 공항 건설 부처인 국토부와는 협의하지 않아 공항과의 연관성을 빠뜨렸다고 했습니다. 내부 지침상
[이달의 기자상] 니모닉의 비밀: 3대 사정기관 코인관리 실태 추적…
저희 취재진에게도 낯설었던 니모닉 코드는 코인 지갑을 복구하는 24개 영어 단어입니다. 실물 지갑이 없어도 이 단어들을 알면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지갑을 여는 마스터키인 셈입니다. 이 낯선 개념은 경찰, 검찰, 국세청에서 잇따라 발생한 코인 해킹 사건을 푸는 핵심이었습니다.3대 사정기관 모두 코인 지갑 자체는 잘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접근 권한의 핵심인 니모닉 코드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관리하지도 못했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외부인에게 넘겨줬고 국세청은 아예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해킹 양상은 달랐지만 뚫린 이유
[이달의 기자상] 계엄과 검열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2024년 겨울 계엄령이 선포됐을 때, 포고문 속 이 문장을 눈여겨 보지 않았습니다. 중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광경만으로도 충분히 어안이 벙벙했기 때문입니다. 권력이 계엄으로 언론을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알게 된 건, '계엄과 검열' 기획을 취재하면서였습니다.신군부가 검열한 기사가 전부 워터게이트 특종처럼 권력의 치부를 집어낸 '단독' 이었던 건 아닙니다. 쌀 값이 오르고, 경제 성장율 전망은 어떠며, 어떤 사고로 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