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차별 보도와 결별하자
세계경제포럼이 2017년 발표한 한국의 성 격차지수는 144개 나라 중 118위였다. 정치와 교육, 고용, 보건 4개 분야에서 남녀의 불평등을 계량화한 지표인데, 매년 100위 밖에 머물렀다. 유엔개발계획이 2015년 조사한 성 불평등지수와 좀 다른 결과다. 생식건강·여성권한·노동참여 등 3개 분야를 측정했는데, 한국은 조사대상 188개 나라 중 10위를 차지했다. 측정기준이 다른 데서 오는 순위치고는 차이가 많이 났다. 여성과 남성이 체감하는 불평등 격차만큼 크다. 통계를 떠나 여성이 의회 진출과 취업·승진 등에서 남성에 비해 차
이해하기 힘든 경찰의 KBS 압수수색 시도
2008년 8월8일, 사복경찰 수백 명이 KBS 본관 건물에 들이닥쳤다. 당시 한나라당이 추천한 KBS 이사 6명이 정연주 사장의 해임 제청을 결의하기 직전이었다. 이사회가 열리는 본관은 경찰에 의해 차단됐고, 저항하는 KBS 직원들은 제압당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경찰의 난입으로 정 사장 해임 제청안은 통과됐다. 사복경찰이 공영방송 KBS에 밀려든 것은 독재치하에서도 볼 수 없는 살풍경이었다. KBS 구성원들은 이를 ‘8·8 사태’로 명명했다. 꼭 10년 만이다. 지난 23일 경찰은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 사무실
변하는 네이버, 준비 안 된 언론
네이버라는 고래가 뒤척이면 언론은 몸살을 앓는다. 그동안 인터넷 뉴스 유통을 네이버에 의존해 온 한국 언론에게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네이버가 내놓은 모바일 메인 개편안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언론이다. 지난 10일 네이버는 모바일 개편안을 내놓았다. 3000만 명을 맞는 네이버의 첫 얼굴이었던 뉴스를 메인에서 걷어냈다. 대신 구글을 연상시키는 단출한 검색창이 자리 잡았다. 네이버에서 뉴스를 만나려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손가락을 쓸어야 하는 수고를 거쳐야 한다. 그나마 사용자가 뉴스를 선택하지 않으면 보지 않
가짜뉴스,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지난 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사회의 공적으로, 사회 불신과 혼란을 야기하는 공동체 파괴범이며 민주주의 교란범”이라고 몰아붙인 뒤, 관계부처에 가짜뉴스의 제작자뿐 아니라 유포자를 엄중처벌, 각 부처가 가짜뉴스를 발견한 즉시 수사를 요청할 것, 검찰과 경찰의 가짜뉴스 관련 공동대응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 총리 자신이 지난달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호찌민의 영묘 방명록에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진다”고 적은 글이 김일성을
부산일보를 부끄럽게 하지 말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며칠 앞둔 통화에서 전대식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은 “부끄럽지 않으려 싸우고 있다”고 했다. 사장 배우자 출마 문제로 촉발된 부산일보 구성원의 사장 퇴진 요구는 불법선거운동 의혹, 편집권·공정보도 훼손, 성과급 비정상적 수령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가 1일 쟁의행위 가결로 나타났다.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결렬이 계기가 됐지만 실상은 지난 5월2일 사장 배우자가 자유한국당 부산시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은 이후 150여일 계속된 사장 퇴진 요구의 연장선이다. ‘투표율 89%
젠더감수성을 클릭수와 바꾼 언론
멀게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가까이는 올해 초 터져나온 ‘미투 운동’ 이후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는 페미니즘이다. ‘젠더감수성’은 새로이 탑재해야 할 사회적 능력이 되고 있으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런데도 대중의 인식을 반영해야 할 방송 및 언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젠더감수성이 결여된 성차별적 내용,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거나 비하하는 내용이 여과없이 방송되는 일이 잦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심의한 안건을 조사한 결과, 양성평등 제재건수는 32
통계의 오류와 함정을 경계하라
기사를 가장 잘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는 통계다. 기사에 데이터가 포함돼 있으면 자연스레 신뢰가 높아지고 객관성이 담보된다. 그래서 경제 기사에는 이른바 숫자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한다. 물론 통계에도 함정은 있다. 표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원하는(?) 방향으로의 결과를 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입맛에 맞는 통계만 가져와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유혹도 항상 존재한다. 때로는 합칠 수 없는 서로 다른 두 통계를 혼용하는 기자들도 있다.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 핵심에는 통계가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취업
지상파 산별협약, 공정방송 지렛대 돼야
KBS·MBC·SBS·EBS 등 지상파 방송 4사가 제55회 방송의 날인 지난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산별협약을 체결했다. 언론사 노조가 2000년 산별노조로 전환한 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산별교섭의 결실이다. 교섭 주요 의제를 공정방송, 제작환경 개선, 방송의 공공성 강화와 진흥으로 정하고 지난 6월12일 교섭을 시작, 17차례 교섭한 끝에 타결된 이 협약은 현재 지상파 방송의 당면과제를 망라하고 있다. 그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방송계의 핵심과제이지만 개별 방송사 차원에서 서로 눈치만 보고 나서지 않았던 그간의 사정
MBC에서 벌어진 희한한 채용비리
채용 비리를 추적해 보도해야 할 공영방송이 낯 뜨거울 정도의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니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말문이 막힌다. MBC가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이후 시용 및 경력기자를 부당하게 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MBC는 2012년 파업 기간 계약·시용 경력기자 26명을 뽑으면서 희한한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 기자 경험이 전무한 지원자가 합격하는가 하면 지원조차 하지 않은 사람을 면접에 끼워 넣거나 허위로 경력을 부풀려 채용했다. 주먹구구식 채용은 전문기자 선발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보건복지
'공영방송 이사 나눠먹기' 중단하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0일 비공개 회의 끝에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11기 이사진을 선임하면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둘러싼 오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방문진 이사에 박근혜 정권 당시 정권의 언론장악에 적극적으로 간여한 것으로 치부되는 인사들이 정치권의 압력으로 선임된 정황이 포착되는 등 ‘정치권의 방문진 이사 나눠먹기’라는 고질적 관행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사상 처음으로 이사 후보의 신상을 공개하고 시민 의견 수렴절차를 마련하는 등 이사 선임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공언해 온 이효성 방통위마저 정치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