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민중과 지식인
1980년대에대학을다닌사람은다들비슷한경험을했을것이다.대학들어오자마자,선배들이맨처음내민책이민중과지식인이다. 지식인은 사회와민중에대한책임을가져야한다는내용이다. 이 책이처음나온1978년,고등학교졸업생의대학진학률은 18.4%였다. 당시로선‘대학생=지식인’이라는말이어색하지않을때이기도했다.그러나청년이란 말도 아직 낯선 스무 살짜리가 갑자기 지식인의 책무를 요구받는다는 게 다소당혹스런 기억으로 남아있다.90년대초반,기자가됐을때도비슷한분위기를경험했다.지적수준은 그대로인데, 하루아침에 ‘사회의 공기(公器)’의 일원이 되어, 언론인의책무를 되새겨야…
디지털 소외라는 문지방
얼마 전 일이다. 70대 후반의 한 선생님이 나에게 카카오톡 화면을 보여주며 도움을 요청했다. 자동 업데이트 이후 화면 레이아웃 등이 바뀌면서 사용에 어려움을 겪으셨다. 아이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즉각 이해하는 나에게는 별 것 아닌 일이었다. 몇 번 터치만 하면 되는, 단순하고 사소한 변화. 그러나 선생님은 며칠을 씨름해도 풀 수 없었던 난제. 행사용 플래카드를 손으로 쓰던 시절을 거쳐 PC 통신, 인터넷, 스마트폰 시대까지 겪은 선생님은 매번 새로운 기술을 적절하게 습득해온 분이다. 능숙하게 어플을 다루는 모습은 나에게 노년층에…
뉴스 만족도, 저널리즘 생존의 핵심 필요조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보고서 ①)에 의하면 모바일 기반의 미디어 이용률 및 이용시간만이 증가추세를 보인다. 텔레비전 이용률(93.1%)이 가장 높긴 했지만 이용시간은 2017년에 비해 10.1% 포인트 줄어든 반면 모바일인터넷(86.7%)과 메신저서비스(81.9%) 이용률이 80%를 넘어섰고 이용시간도 전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둘째, 매일 뉴스를 이용한다는 응답률은 텔레비전(50.5%), 스마트폰인터넷(44.7%), 포털뉴스(40.6%)가 40%를 넘었고, 미디어별로 뉴스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는…
불과 글, 기자와 글
뉴미디어로 뉴스의 형태가 바뀌며 신문기자들도 영상을 고민하고, ‘인터랙티브’한 ‘콘텐츠’를 고민해야 한다. 20여 년 동안 글 쓰는 것으로 먹고살았지만 글이 아닌 무언가 다른 형태로 생각을 내놓는 것에 아직 나는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 해서 딱히 ‘글쓰기’를 놓고 고민을 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내가 말하는 ‘고민’은 대학 시절 일본 적군파 다미야 다카마로가 책에 썼던 것처럼 ‘일주일 동안 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으면서 생각하는’ 행위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글쓰기를 치열하게 고민해본 적도 없고, ‘글쟁이’라든가 ‘글을 쓰는…
‘가짜뉴스 폭식’ 기성언론은 책임 없나
기숙사 룸메이트와 함께 학생식당으로 점심 먹으러 간다. “오늘 메뉴 함박스테이크네.” “선택은 했지만 좀 작지 않을까?” 다른 테이블을 둘러본다. 함박스테이크를 배식받은 학생들의 젓가락은 한식을 택한 친구의 식판을 기웃거린다. 아침을 먹지 않아 점심에 기대를 걸었던 우리 둘은 아쉬움을 안고 교실로 향한다. 방금 식사를 했는데, 여전히 배고프다. 이건 식사가 아니라 요기 수준이다. 학부 졸업하고 1년간 공백기를 보낼 때는 체중이 급격히 불었다. 소속감도 없이 막연한 불안감에 날마다 공허함과 ‘가짜 배고픔’을 느끼며 자꾸 먹었다. 대학
딥페이크와 미디어
공룡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냐고 물으면 대부분 안다고 대답할 것이다. 안다고 답한 사람한테 공룡을 실제로 봤냐고 물어보면 아무도 봤다고 답하지 못할 것이다. 수천만 년 전 멸종한 공룡을 실제로 본 사람은 없는데 공룡하면 대략 어떻게 생겼는지 대부분은 안다. 그림, 영상, 모형 등 다양한 미디어 형식을 통해 재현된 공룡을 봐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럴듯하게 재현된 공룡만을 보고 있을 뿐 실제 공룡은 보지 못했다. 실제로 본 사람은 없는데 이 재현된 공룡이 공룡 같은지는 누가 판단할까? 발굴된 화석, 비슷한 종의 생김새 등으로 전문 연
게이트키핑 시대의 봄날은 갔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청와대 인사개입’, ‘국채 발행 외압’ 주장은 내용에 앞서 그 형식이 새롭다. ‘미디어의 새 시대’를 예고하는 듯하다. 신 전 사무관이 지난해 12월29일 ‘KTG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주장한 곳은 유튜브였다. 다음날, ‘적자국채 발행 압력 의혹’을 공개한 곳은 고려대 학생들의 온라인 공간인 ‘고파스’였다.며칠 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해명한 곳은 페이스북이었다. 차현진 한국은행 부산본부장이 “바이백(buy-back)과 국가채무 비율은 무관하다”며 실무 경험을 토대로 신 전
덜 웃는 새해를 기다리며
일부러 비속어를 연상하도록 발음하는 이들이 넘치던 2018년이 저물고, 드디어 2019년이다. 그러나 새해의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해를 의미하는 ‘년’은 자주 언어유희인 척, 센스 있는 척 욕설의 동음이의어로 쓰였다.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 ‘돼지X’이라고 낄낄거리는 사람들이 벌써 한트럭이다. 2016년에 장애인 비하를 유머로 소비하던 장면이 아직 선명한데 말이다.새해에는 웃을 일이 더 많기를 바란다. 동시에 더 많은 웃음이 사라지기를 원한다. 후자의 웃음은 차별과 혐오를 기반으로 한 폭력성을 띤다. 휘어진 눈꼬리와…
뉴스 철학 없는 유통업자 알고리즘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이하 검토위원회)는 네이버의 뉴스 알고리즘이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될 게 없다고 결론지었다. 세 가지 대상(뉴스 검색, AiRS 뉴스 추천, 연예·스포츠 기사 추천 서비스)을 네 가지 측면(데이터, 자질 및 알고리즘, 서비스 공개, 전 과정에 걸친 절차)에서 검토한 후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기자간담회 자료를 유심히 읽어보니 뉴스 알고리즘은 포털의 인터넷뉴스서비스가 지향해야 할 저널리즘 가치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유통사업자의 입장만 중시했다. 먼저, 검토위원회는 전산학적 관점에서 알고리즘을…
왜 우리가 민주주의의 적인가
KBS TV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최근 우리 언론의 관행으로 굳어진 ‘정치인 막말 받아쓰기’를 다루었다. 정치적 꼼수가 담긴 말도 그대로, 황당한 막말까지도 그대로 인용해 기사화하는 걸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명명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정치인의 발언은 “취재의 시작점이지 마지막이 아니니” 해당 발언의 당부로 마무리되었다. 정치 관련 보도는 정국 운영과 정책에 대한 여론을 형성한다. 기자는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정보 획득과 판단을 돕기 위해 정치인을 만나 취재한다. 그렇다면 기자는 취재 대상이 된 정치인이 어떤 의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