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쉬운 ‘디지털 지울 권리’
언론 보도를 신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확인에 있다. 사실이 아닌데 사실인 것처럼 포장하면 가짜뉴스가 된다. 오보도 넓은 범주에서 보면 가짜뉴스다. 보도가 된 시점에서 보면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의도성이 있든 없든 오보는 신뢰도를 갉아먹는다. 최근 언론의 몇몇 사례는 그냥 무시하기엔 심각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 중앙일보의 ‘3대 독자 차례상 도전기’는 누리꾼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3대 독자를 의심하는 몇몇 표현 때문이었는데, 미숙한 대처가 문제를 더 키웠다. 누리꾼이 지적한 부분을 몇 차례 수정하는 과정에서 납득은커녕
한국기자상 50년, 기자정신 되새김한다
한국 언론상을 대표하는 ‘한국기자상’이 올해로 50년을 맞았다. 1967년 김집 TBC 기자, 이갑문 한국일보 기자, 한갑수 동아일보 기자, 박성동 동아일보 울산주재 기자가 첫 수상한 이후 5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기자상은 박정희 대통령이 영구집권을 위해 ‘유신’을 선포한 1972년과 전두환 신군부가 권력을 찬탈한 1980년 두 차례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기자상은 뛰어난 보도활동과 민주언론 창달에 뚜렷한 공적이 있는 기자를 격려하고 포상하기 위해 1967년 제정됐다. 제정 당시 선배 기자들은 “영예와 권위의 상징이
‘기사거래 의혹’ 조선일보만의 문제인가
“사회면 톱을 일단 2단 크기로 줄였음다.” 2013년 10월15일 조선일보 주필이 박수환 뉴스컴 대표에게 보낸 문자다. 언론사 주필이 홍보대행사 대표에게 보고하듯 이런 문자를 날렸고, 다음날 조선일보 지면에 그대로 반영됐다. 주필의 모범이 일부 간부들한테도 전염됐나보다. “기사 좀 내려주시옵소사”하자 “넵 걱정마세요”라며 답하고, “사장님 기사 클릭하심 됩니다”며 친히 링크까지 보내줬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에서 일어났다니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기사 청탁을 아무렇지 않게 들어준 데는 대가가 있
2019 언론, 사느냐 죽느냐
“유튜브, 넷플릭스에 볼 게 많은데 기사를 왜 봅니까.”언론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독자 인터뷰다. 새로운 플랫폼이 빠르게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독자와 시청자들이 신문과 TV에서 인터넷과 모바일로, 이젠 영상 플랫폼으로 갈아타고 있다. 언론도 변화에 뒤처질세라 트렌드를 따라가려 한 발 내딛지만, 수용자들은 열 발 앞으로 가고 있다. 급격한 변화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기자협회보가 새해기획으로 ‘잃어버린 독자를 찾아서’를 연재한 까닭은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하지 않고는 한 치 앞도 나아갈…
성폭력 사건 보도, 갈 길이 멀다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팀 심석희 선수의 용기로 시작된 체육계 ‘미투’ 고발 열기가 뜨겁다. 심 선수가 고등학생 때부터 상습 성폭행당했다는 보도는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무려 6000건 가까이 쏟아졌다. 이 중 대다수가 심석희 선수의 이름을 제목에 넣었다. 아예 ‘심석희 사건’이라는 문구도 등장했다. 한국 언론의 성폭력 보도 수준이 어느 정도로 낮은지를 보여준 일이다. 혹시 아직도 왜냐고 묻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니 설명한다. 심 선수는 피해자다. 가해자는 조재범 코치다. 그러나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은 ‘심
청와대 직행 언론인의 ‘YES or YES’
“제안은 고맙습니다만 현직 언론인이 청와대에 바로 들어가는 건 맞지 않습니다.” 이랬으면 어땠을까. “언론인도 윤리라는 게 있습니다. 아무리 언론윤리가 땅에 떨어졌어도 이런 제안은 심히 불쾌합니다.” 이랬으면 어땠을까.마치 남한테 자리를 빼앗길까 애가 탄 듯, 윤도한씨는 방송사에서 명예퇴직한 지 8일 만에 기자에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으로 옮겼다. 제안을 거두어버릴까 다급한 듯, 여현호씨는 신문사에 사표 낸 지 이틀 만에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 당장은 옮길 수 없습니다. 제가 국정운영에 정말 필요한 사람이라
수신료, 언제까지 정쟁 도구로 삼을텐가
자유한국당이 KBS 수신료 거부운동과 함께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름도 거창한 ‘KBS 헌법 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수신료 강제징수를 금지함으로써 KBS의 편향성을 바로잡고자 한다”며 분리징수의 의도를 명확히 밝혔다. KBS의 보도가 진짜 편파적인지는 잠시 논외로 하자. 각자의 입장에 따라, 이념에 따라, 정파적 이익에 따라 개개인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지점은 이러한 수신료 분리징수 논란이 오랜 기간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다. 시계를 거
2019년 한국 언론에 바란다
2019년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을 위해 기존 언론들이 사활을 걸고 변화를 시도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매체인 신문과 방송 모두 뼈를 깎는 변화 노력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지상파 TV와 신문의 영향력 감소는 통계로 증명된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용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뉴스를 이용하는 창구 기준으로 포털(35.8%)의 점유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종편(24.4%)과 지상파(21.7%) 순이었다. 신문은 겨우 2.3%에 불과했다. 지상파와 신문 등 올드 미디어의 약세가 반등하
양승동 KBS 사장에게 바란다
양승동 KBS 사장이 지난 12일 취임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고대영 전 사장이 해임된 이후 고 사장의 잔여 임기를 이어온 지 8개월 만이다. 양 사장은 앞으로 3년 동안 공영방송 KBS를 이끌게 된다. 하지만 양 사장과 KBS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10년 간 KBS는 지속적으로 쇠퇴했다. 전 정부들의 보도 개입 등 제작 자율성 침해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KBS가 사실상 독점적으로 누려오던 영상 콘텐츠 공급자이자 지상파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답하지 않을 자유, 질문 할 자유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관련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서 뉴질랜드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 간담회 현장에서다. “사전에 약속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문제는 질문받지 않겠다. 외교에 관해서는 무슨 문제든지 질문해주시면 제가 아는 대로 답변드리겠다”는 것이 그의 방침이었다. 당초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춘추관은 기내 간담회에서 질문 5개를 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세부적인 질문내용은 공유하지 않았지만 대략 외교현안 3개, 국내현안 2개 정도의 질문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기자단은 이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