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야구 선수처럼
국제적 저변이 약하다는 이유로 야구가 올림픽에선 찬밥 신세다. 2024 파리 올림픽에도 야구가 빠진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나라가 야구를 하긴 한다. 축구라면 죽고 못사는 유럽까지 야구는 퍼져있다. 이탈리아나 영국처럼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가 많은 나라를 비롯해 체코, 리투아니아, 크로아티아 등에도 야구 리그가 있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도 참가한다. 물론 인기는 없다.이탈리아는 3부리그 축구 선수도 연봉 1억원이 넘는다. 축구 선수와 결혼을 꿈꾸는 미녀도 줄 섰다. 그런데 굳이 야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3년 전 한화…
펠로시 발언과 대미 외교 역량 강화
지난 12일 낸시 펠로시 미 연방 하원 의장이 한국 의회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회의적 발언을 제기해 충격을 안겨줬다. 발언 요지는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2차 정상회담에서도 성과가 없을 것이고, 북한은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 무장 해제를 원한다는 믿음이다. 펠로시 의장의 인식과 전망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와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불만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펠로시 발언이 나온 배경을 보면, 미국의 전통 엘리트 인식을 그대로
‘갑질 도우미’로 전락한 법원과 법치주의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31일 대구고법 형사1부(재판장 박준용)는 현대차 2차 협력사인 태광공업 전 경영진인 손영태 전 회장과 손정우 전 사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공갈) 혐의로 징역 2년6개월과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부자 간인 두 사람은 재판 직후 포승줄에 묶여 같은 호송차에 올랐다. 아버지인 손 전 회장은 70대 고령으로 병치료를 받아왔다. 이를 지켜보던 한 중소기업인은 “이렇게 가혹할 수 있느냐”며 눈물지었다. 한 법조계 인사도 “재벌총수가 수천억 규모의 불법비리를 저질러도 부자에게 모두 실형선고를 하는 일은 없다
‘달콤한 선악과’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에서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미국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불문율로 통했던 ‘월스트리트 룰(Wall Street rule)’이 시류에 맞춰 전향적으로 진화한 것이다. 월스트리트 룰은 투자대상 회사가 부적
이영자에게 배운 ‘몸값’의 의미
기자 초년 시절, 부장에게 꾸지람 듣고 뿌루퉁해 있을 때면 선배들이 말했다. 욕먹는 것도 월급에 포함되어 있다고. 납득하기 어려운 지시를 받거나 불편한 식사 자리에 불려갈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일의 기쁨과 슬픔 사이에 있는 부산물이겠거니 참고 넘겼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이영자의 일화를 듣고 몸값이 뭘 뜻하는지 새삼 깨달았다. 한때 다이어트 광고 논란(지방흡입 수술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사과)으로 방송을 접었던 이 코미디언은 지금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연말에 KBS와 MBC에서 여성 최초로 연예대상 2관왕에 올랐다
신재민을 위한 변명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유튜브 폭로’가 정국을 뒤흔들었다. 청와대가 KTG의 사장 인사에 개입하고, 기획재정부에 4조원대 적자 국채를 발행하라고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다. 정부는 즉각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내용을 부인하고,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그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쟁점은 신 전 사무관이 신분보호를 받는 ‘공익신고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공익신고자는 직무상 비밀준수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신 전 사무관이 현행법상 공익신고자에 해당할 가능성은 낮다. 우선 현행법상 공익제보의 신고자를 보
우리가 같은 영화를 보았습니까
바닥으로 촤악, 물이 쏟아진다. 연이어 들리는 규칙적인 비질 소리. 청소하는 게 분명한 소리가 반복되는 동안 바닥에 생긴 물웅덩이가 손바닥만 한 하늘을 만든다. 그 위로 손톱 크기의 비행기가 고요하게 지나간다. 영화 로마의 첫 5분은 그 자체로 너무 강렬해서 나는 영화가 시작되고도 한동안 내용에 집중할 수 없었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사람 그림자조차 등장시키지 않고 관객의 넋을 빼앗는다. 흑백이 이토록 풍부하게 화려할 수도 있다는 시각적 충격은 덤이다. 가난은 바쁘다. 그 분주함에는 주도권이 없다. 입주 가정부 클레오는 아이들과…
‘포스트-뉴스’ 시대의 언론 혁신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이맘때면 뭔가 희망 섞인 덕담을 나눈다. 당연히 이 칼럼에서도 한국 언론의 밝은 미래에 대한 얘길 하고 싶다. 하지만 장밋빛 얘기가 쉽게 나오질 않는다. 언론을 둘러싼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암울하기 때문이다. 경영과 영향력 측면 모두 큰 희망을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다.이런 상황에서 한국 언론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래서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언론과 저널리즘은 정말 위기 상황인 걸까? 이 질문에 대해 하버드대학이 운영하는 니먼저널리즘랩은 “죽
2018년 한국 외교, 성과와 과제
2018년, 한 해 동안 한반도에서는 안보 정세를 구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초대형 외교 일정이 잇따라 진행됐다. 대한민국 외교도 다양한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남북 관계를 개선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은 큰 성과다. 비무장 지대에서 남과 북의 군인들이 지뢰 제거 작업이나 상호 검증을 진행하는 모습은 남과 북이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평화 공존을 이뤄낼 수 있음을 예시한다는 점에서 감격적인 장면이다. 두 번째, 북핵 문제 해결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북핵 문제
삼성이 계속 대한민국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상장 유지 결정은 ‘제2의 국민연금 사태’다.”한국거래소가 10일 거액의 고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삼바에 대해 상장 유지 및 거래 재개 결정을 내린 직후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법과 상식에 어긋난다”면서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의 불공정합병에 부당하게 찬성함으로써 국민 노후자금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자초해 공분을 산 바 있다.한국거래소의 결정은 불과 한 달 전 삼바가 4조5000억원대 고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금융위원회의 발표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분식회계는 회계투명성